“야, 개미 밟아 죽이지 마!”
공원 놀이터에서 다향이가 소리를 지릅니다. 칠 팔세의 아이들 몇이서 개미집을 짓뭉개고, 개미들을 밟아 죽입니다. 그 중의 한 아이가 다향이한테 묻습니다.
“야, 너 몇 살이냐?”
손가락을 펴면서 다향이가 대답을 합니다.
“여섯 살.”
그러자 그 아이가 주먹을 부르쥐어 보이면서 말합니다.
“야, 나는 여덟 살이야. 얘는 일곱 살이고. 그러니까 우리한테 ‘야’라고 하지 마.”
그리고는 또 다시 개미를 짓밟기 시작합니다. 다향이가 다시 외칩니다.
“야, 개미도 엄마개미, 아빠개미, 친구개미가 있어. 그런데 개미가 죽으면 (다른 개미들이)슬프잖아!”
아이들의 다툼으로 놀이터가 시끌시끌합니다. 엄마들이 그 모습을 보고도 자신들의 이야기에만 열중합니다. 다향이는 내게 달려와 도움을 청합니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아이들한테 호통을 쳤지만 속으로는 그 엄마들을 나무랐습니다.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우는 거야?’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향이가 유치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길에 제 동무들이 꽃이라도 딸라치면 다향이가 또 나섭니다.
“야, 그러면 꽃이 아프잖아!”
그러면서도 다향이는 내게 매미를 잡아달라고 합니다. 다향이가 원하면 나는 매미를 잡아줍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짐작을 했겠지만 ‘엄마개미, 아빠개미, 친구개미는 물론 꽃이 아파한다.’건 순전히 나의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를 다향이가 제 동무들에게 주워섬긴 것이지요.
그런데도 아이가 원하면 매미를 잡아줍니다. 하루에 대여섯 마리씩 잡아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붙잡은 매미를 1분 이상 갖고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향이가 제 손에 들고 살펴본 뒤 바로 날려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매미는 나무에 알을 낳고, 그 알은 애벌레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 그리고는 거기에서 6-7년을 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땅속에서 말이야. 그 애벌레가 매미가 되는 거야. 그렇게 태어난 매미는 보름정도 밖에 살지 못해. 그런 매미를 우리가 갖고 놀다가 죽게 해서야 되겠니?’라는 말을 수 없이 반복해 주었습니다.
함부로 개미를 짓밟고, 꽃이나 나무를 상하게 하는 아이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병아리를 날리고, 제 동무를 집단으로 따돌려 죽음에 이르게 하며, 심지어는 저를 낳고 길러준 부모까지 살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성(人性)을 가진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면 무엇 합니까?
내가 존경하는 두 분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산청에서 간디학교를 운영하는 양희규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아이들은 매 순간순간마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당해서는 안 됩니다.”
신화학자이면서 소설가인 이윤기선생님의 강연 중 일부입니다.
“누군가 전인적(全人的)인 교육을 이야기하면 나는 버럭 화를 냅니다. ‘야, 이 자식아. 너는 전인적인 인간이냐?’ 보세요, 어떻게 한 사람이 음악, 미술, 체육, 무용, 공부 모두를 잘 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부모들 욕심이에요.”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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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하루
답글
디토
양희규 선생님의 말씀 행복할 권리라는 대목에 숙연해 집니다.
생명 존중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똑같은 무심함을 물려주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며칠 전 신문기사를 보니
남미의 코스타리카가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나오더군요.
경제적인 부나 권력, 명예도 좋겠지만 그것은 행복의 여러 조건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사라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우는거야.
이 말 들어야 할 엄마들 많죠.
건강한 엄마들이 더 많다고 믿지만요.
행복할 권리라...
요즘 애한테 잔소리를 많이 하는지라 좀 뜨끔하네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린 새 새끼가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를 받아먹지만
날개에 힘이 붙으면 날아간다.
자식도 그런 존재다.
내가 어려서 부모님을 잠시 의탁했듯이
내 아이도 잠시 내게 의탁할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쉬지요잉!
또미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자라면 높으신 분이 되죠..지금 정치계에 이런 분들 많죠..
아이에게 이 사람 참 훌륭하다, 롤모델로 내세울 수 있는 사람..누굴 꼽으시는지요?
전 딸을 키우고 있어서 좀 유명하고 좀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을 보여주면서..[기왕이면 아이가 꿈꾸는 직업과 같은 사람..그게 아니어도 좋고..^^; ] 이야기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못 찾았습니다.
저는 최근에..서울대 교수라는 조국..이란 분. 참 멋지다 생각했어요. 음..공부도 잘했는데 인격도 훌륭하고 생긴 것까지..멋진..
알고보니 울남편과 나이가 비슷한데다..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더군요.
남편은 모,르.는.사.람.이라고...ㅎㅎㅎ 멋있다고 한동안 따라다니며 중얼거렸더니 눈이 세모가 되던데요.
근데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참 어려운 질문이시군요.
뭐 딱히 짚이는 사람은 없지만 박원순이나 안철수 정도면...
(농담입니다)
제가 일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해도
먹고 살며 즐기는 사람!!!
너무 이상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