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개미 밟아 죽이지 마.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7-15 21:08

조회수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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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개미 밟아 죽이지 마!”

공원 놀이터에서 다향이가 소리를 지릅니다. 칠 팔세의 아이들 몇이서 개미집을 짓뭉개고, 개미들을 밟아 죽입니다. 그 중의 한 아이가 다향이한테 묻습니다.


“야, 너 몇 살이냐?”

손가락을 펴면서 다향이가 대답을 합니다.

“여섯 살.”

그러자 그 아이가 주먹을 부르쥐어 보이면서 말합니다.

“야, 나는 여덟 살이야. 얘는 일곱 살이고. 그러니까 우리한테 ‘야’라고 하지 마.”


그리고는 또 다시 개미를 짓밟기 시작합니다. 다향이가 다시 외칩니다.

“야, 개미도 엄마개미, 아빠개미, 친구개미가 있어. 그런데 개미가 죽으면 (다른 개미들이)슬프잖아!”


아이들의 다툼으로 놀이터가 시끌시끌합니다. 엄마들이 그 모습을 보고도 자신들의 이야기에만 열중합니다. 다향이는 내게 달려와 도움을 청합니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아이들한테 호통을 쳤지만 속으로는 그 엄마들을 나무랐습니다.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우는 거야?’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향이가 유치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길에 제 동무들이 꽃이라도 딸라치면 다향이가 또 나섭니다.

“야, 그러면 꽃이 아프잖아!”


그러면서도 다향이는 내게 매미를 잡아달라고 합니다. 다향이가 원하면 나는 매미를 잡아줍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짐작을 했겠지만 ‘엄마개미, 아빠개미, 친구개미는 물론 꽃이 아파한다.’건 순전히 나의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를 다향이가 제 동무들에게 주워섬긴 것이지요.


그런데도 아이가 원하면 매미를 잡아줍니다. 하루에 대여섯 마리씩 잡아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붙잡은 매미를 1분 이상 갖고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향이가 제 손에 들고 살펴본 뒤 바로 날려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매미는 나무에 알을 낳고, 그 알은 애벌레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 그리고는 거기에서 6-7년을 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땅속에서 말이야. 그 애벌레가 매미가 되는 거야. 그렇게 태어난 매미는 보름정도 밖에 살지 못해. 그런 매미를 우리가 갖고 놀다가 죽게 해서야 되겠니?’라는 말을 수 없이 반복해 주었습니다.


함부로 개미를 짓밟고, 꽃이나 나무를 상하게 하는 아이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병아리를 날리고, 제 동무를 집단으로 따돌려 죽음에 이르게 하며, 심지어는 저를 낳고 길러준 부모까지 살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성(人性)을 가진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면 무엇 합니까?


내가 존경하는 두 분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산청에서 간디학교를 운영하는 양희규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아이들은 매 순간순간마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당해서는 안 됩니다.”


신화학자이면서 소설가인 이윤기선생님의 강연 중 일부입니다.

“누군가 전인적(全人的)인 교육을 이야기하면 나는 버럭 화를 냅니다. ‘야, 이 자식아. 너는 전인적인 인간이냐?’ 보세요, 어떻게 한 사람이 음악, 미술, 체육, 무용, 공부 모두를 잘 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부모들 욕심이에요.”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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