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 터벅 느릿 느릿 황소를 타고 왔다네..."
손전화가 웁니다. 전화가 걸려온 것입니다.
"여보세요. 저 000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아, 그럼요. 잘 지내죠?"
"예. 이번에 제가 다빈이랑 한달 동안 여행을 하려고 하는데
8월 3일에 제주도로 가요. 혹시 숙소를 알아봐줄 수 있나요?
숙소를 몇 군 데 알아봤는데 모두 방이 없다고 해서..."
"당연하지요. 이제 성수기인데... 가격은 얼마나 예상해요?"
"저희가 경비가 넉넉하지 않으니까 싸면 좋지요."
"그래요. 내가 알아보고 여의치 않으면
작은 집이지만 우리집에서 머물다 가요."
"예, 한번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소주 한잔 하시지요?"
"당연하지. 그런데 왜 남의 프로그램을 따라하고 그래?"
"와하하하! 좋은 건 따라해야지요."
환경운동을 하는 후배입니다.
그 후배도 딸을 하나 두었는데 다향이랑 동갑내기로
이름은 다빈이입니다.
"다향아. 과천에 살던 친구 다빈이 기억나?"
"아니."
"......." (세월이 많이 흘렀나?)
시의원을 하고 있는 후배랑 같이 여행을 다닌답니다.
두 아빠가 어린아이 한명 씩을 데리고 한달 동안 여행을 하겠답니다.
세상에 이런 아빠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아이랑 같이 배낭을 맨 채로 버스를 타고, 걷고, 때로는 기차를 타면서
돌아다니는 여행의 경험.
그건 아이에게 있어 평생동안 잊지못할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지난 해에 다향이랑 여행을 다녔습니다.
폭염이 물러가기 시작하면서 배낭을 둘러매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주항에서 배로 완도로 건너갔습니다.
그렇게 완도에서 해남으로, 광주로, 남원으로, 전주로, 부안에 갔다가
충청도 대전과 천안을 거쳐 부모님이 계신 안양에 잠깐 들렀습니다.
때가 추석인데 저랑 다향이가 집 비운 걸 눈치채셨거든요.
(부모님은 아직 다향이가 학교 그만둔 걸 모릅니다. 놀라실까봐...)
부모님 댁에서 추석을 보내고, 제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하고
서울을 거쳐서, 가평 남이섬으로, 춘천으로, 홍천으로, 횡성으로, 원주로,
오대산 월정사로, 다시 원주로 와서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안동과
경주를 거쳐 돌아다니다가 부산 김해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가는 곳마다 볼 만한 곳을 찾아 걸어다니고 그러다가 또 그 지역의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하고 친구가 되기를 반복했습니다.
지난해의 여행목적은 '다향이랑 해외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예행연습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그런데 다향이는 너무나도 즐겁게 지냈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땡볕아래 십리길을 걷고,
버스를 놓쳐서 두어 시간씩 기다려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코피를 세 번이나 쏟으면서도 한달이 돼도 집에 가자고 하지 않습니다.
새롭게 만난 사람이 마음에 들면
제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놀러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연락처도 받아냅니다.
누가 시킨 게 아닌데도 그렇게 친구 - 20대 아가씨들은 물론 스님,
안동 간고등어의 간잽이 장인까지 - 를 만들면서 여행을 합니다.
지금도 그때 친구들과 전화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다녀간 친구도 있습니다.
지난해의 한달 여행기를 보고 과천의 후배들이 발동걸린 것입니다.
'올해는 어디로 가지?' 다향이랑 지금도 상의중입니다.
신종플루가 극성을 부리니 그냥 제주에 머물까?
아니면 이번엔 자동차를 타고 지난 해에 가보지 못한 곳을 샅샅이 둘러볼까?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바이러스들은 계속 창궐한 것이니 그냥 예정대로
물 밖으로 나가볼까?
중요한 건 다향이가 손꼽아서 여행을 기다린다는 것이고,
지금 둘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중이라는 것입니다.
올해는 또 얼마나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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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하루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도 있다는 것에 무척 놀랍습니다.
초등학교때 마음껏 아빠랑 같이 여행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철한 수 있는
다향이가 무척 부럽네요.
답글
메이폴
정말 ,,, 너무 놀랍고, 부럽고,, 전 도저히 생각조차 해보지않은 일이라서..
멋지게 사시는게 부럽고, 밥상님 같은 아빠를 가진 다향이가 부럽고
그래서 일만하는 게을러빠진 에미를 가진 울 애들이 불쌍하고...ㅠㅠ
정말,,,전 그렇게 살 지 못하지만,
글로서라도 저와 다른 세상을 사는 , 늘 부럽게만 생각하는 밥상님을 자주 뵙길 원합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학교를 다니지 않고, 또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없으니
다향이랑 둘이서 새로운 인생문법을 만드는 중입니다.
메이폴님처럼 낭만적이고,
글도 잘 쓰시는 분과 인연을 맺어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