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몇년전에 서점을 배회하다 사두었던 것이다.
책에 수록된 사진들 속에서 다이애나의 그윽한 눈매에 매료되어
불현듯 그녀의 삶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사실 이 책을 제대로 읽지는 않고 이따금 사진만 훑어보곤 했었다.
솔직히 그녀에 대한 정보는 이미 세상에 알려진 것, 그것으로 충분히 족할지도 모르겠다.
영국 내에서 제법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쓴 이 평전은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의 거대한 발자취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가쉽적이다.
군주제라는 고루한 제도가 아니었다면
결혼에 실패한 한 사람의 그저 그런 경험담에 불과하지 않을까.
스물 한살에 열두살이나 많은 닳고 닳은 남자와 결혼한 다이애나는
그것이 오로지 사랑의 힘 때문이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솔직히 외모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은 말상의 찰스가
왕세자라는 신분 하나로 찬란한 총각 시절을 보내놓고
열두살이나 어린 여자애를 신부로 들어앉힌 것 자체가
사랑 따위였다기 보다 전략적 선택이며 자기 인생의 와꾸 맞추기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나도 알겠건만,
스물 한살의 어린 계집애는 그토록 판단력이 부족했던 걸까.
그녀 말마따나 결혼생활을 셋이 하느라 분주했다면
그것이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상황들, 스스로 주지했었던 사실들을 외면하거나 인내할 수 있었던 힘은
그녀 역시 신데렐라의 화려한 탄생을 포기하기 어려웠기 때문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나는,
그녀가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에 징징거릴 필요가 없었고
그 자명했던 결과를 선택했던 스스로의 의지에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나는 그렇기 때문에 찰스와 그의 내연녀 카밀라를 이해한다거나 용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해받고 용서받기엔 그 두 년넘의 행각은 너무나도 파렴치했다.
결혼생활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 붙어 있던 카밀라.
먼저 결혼해서 남편까지 있던 여자가 찰스를 끊임없이 맴돈 건
다이애나 염장지르기로 밖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류의 개념없는 여자들이 같은 여자라는 게 창피할 뿐이다.
이건 단순히 나 역시 조강지처이기 때문에 느끼는 분노가 아니다.
설령 내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내연녀가 된다고 해도
나는 내 사랑의 정당함에 눈멀어 누군가의 가슴에서 피를 흘리게 하는 건
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믿는다.
그건 말그대로 지저분한 불륜일 뿐 절대 '사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카밀라보다 더 나쁜 놈은 찰스다.
심지어 다이애나 앞에서도 카밀라와의 통화를 당당하게 일삼았던
그 남자의 뇌 구조가 가히 궁금할 따름이다.
서로의 이니셜을 새긴 선물을 주고 받고 수첩에 사진까지 끼워 두고 그렇게 오매불망 애가 닳을 거면
그들은 선남선녀일때 진즉에 부부의 인연을 맺었어야 했다.
서로의 사랑에 확신이 없어서 타인으로 돌아섰던 자들이
그제서야 서로의 사랑에 갈급해진 꼬라지도 우습지만
그 사랑이 대단히 숭고하고 아름다운 양 영혼의 허세를 떨던 꼴은 정말이지 못봐주겠다.
'영원히'를 남발하며 수화기를 들고 키득거릴때
한 여자를 철저히 모욕하며 그들만의 맹세에 충실할 때
나는 그들이 귀족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꼈다.
공공연한 외도에 뻔뻔하고 냉담하기까지 한 남편을 견뎌내는 일은
어느 여자에겐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이애나는 스스로를 방어하듯 신경성 대식증으로 고통받으며 그 관계 속에서 참 오래도록 버텨냈다.
15년만에 종지부를 찍은 그 무의미한 관계는
다이애나가 좀더 자존감과 자아가 강한 여성이었다면 훨씬 더 이전에 청산되었어야 마땅했다.
타협에 타협을 거쳐도 그건 너무나 자명한 한 편의 부조리극이었기 때문이다.
모욕적인 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난 그녀가 그제서야 조금씩 가쉽에서 벗어나
세계인들에게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게 되려 할 때 세상과 작별한 것은
참 허망하기 그지없다.
한 남자의 오랜 외면에서 벗어나 따뜻한 사랑에 솜처럼 젖어들때
그 새로운 장미빛 인생이 피기도 전에 져버린 것은 속절없는 운명의 장난 같기만 하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애도의 열기가 크고 뜨거웠던 것 또한 사실이다.
서른여섯, 너무도 아름다운 나이에, 참 아름다운 여인이,그러나 아름답지 못하게 죽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녀의 삶은 딱 그만큼 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다! 하고 다이애나 사후 결국 재혼에 성공한
찰스와 카밀라의 사랑 만큼 극적일 수 있으랴...픕.
눈물겨워서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당신들의 사랑,
뜨거운 불지옥에서도 꺼지지않고 활활 불타기를 축복한다.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나쁜 어린이의 지위를 얻었으니
어디인들 당신들의 사랑만 있으면 행복하지 않으시겠는가.
[ 인상적이었던 다이애나의 어록 中에서 ]
"결혼생활을 둘이 아니라 셋이 했으니 약간 붐비기는 했어요."
"왕자를 찾으려면 많은 개구리들에게 키스해봐야 한다."
"착한 어린이는 천당에 가고 나쁜 어린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 다이애나 약력 ]
1. 1961년 7월1일 4남매중 셋째딸로 출생
2. 1981년 7월29일 결혼
3. 1982년 6월21일 첫째 아들 윌리엄 왕자 탄생
4. 1984년 8월15일 둘째 아들 해리 왕자 탄생
5. 1996년 8월 이혼
6. 1996년 12월 뉴욕에서 '올해의 인도주의자'상 수상
7. 1997년 8월30일 연인 도디 알 파예드와 교통사고로 사망
8. 2005년 4월8일 찰스-카밀라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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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글쎄?
결혼할당시 티비로 생중계를 해서 그당시
난리였는데요
찰스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녀와결혼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그당시 기사에서 읽었어요
영국왕실에서 반대해서 착한찰스황태자는 어른들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어찌보면 찰스황태자도 피해자 아닐까요?
다이애나도 신문에서 그사실을 알터인데 왜?
그사람과 결혼했을까?
답글
사라
그러니까 다이애나도 자신이 완전한 피해자인양 징징거리지말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졌어야 한다는 거죠...하지만 그렇더라도 찰스 역시 피해자라는 말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그러기에는 결혼생활 내내 카밀라와의 관계로 다이애나에게 너무 상처를 줬어요...찰스와 다이애나도 어쨌든 연애기간이 있었고, 찰스는 어린 아가씨의 마음을 쥐고 흔들 만큼 이미 노련한 나이였죠...아마 사랑에 대한 환상, 혹은 사랑이라고 착각한 마음,,그게 스무살 다이애나의 최대 실수였겠지만 그건 잘못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당시 이미 카밀라는 기혼여성이었고, 아무리 자기들 사랑이 위대하다 해도 찰스도 결혼을 결심한 이상 깔끔히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상식이며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본인들에겐 로맨스일지 몰라도 제 눈엔 그저 추잡한 미련일 뿐이거든요.
누봉이
카밀라하고 찰스왕자가 결국 결혼했지요. 그런데 서로 박터지게 싸우며 산다고 해외토픽에 났더군요
답글
사라
디토
흠...착잡하게 맘에 남는군요.
그의 삶이 온갖 것을 거울처럼 비춰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글
사라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그의 삶과 성품이 정말 고스란이 반영되어 있을때가 많아요.
특히, 넘 팍팍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나 비인격적인 성품의 사람들은 단번에 알아보겠더라구요.
그럴때면 진짜 유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