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 해민이와 그림책을 읽으며 누워 있었는데
해민이가 '이거 읽어줘'하고 책을 넘겨 주다가
내 얼굴에 떨어뜨렸다.
순간 아파서 아이를 밀쳐내며 '아야!' 소리 치고는
엄마 아프니까 호 해주라고 말을 했지만
해민이는 울먹이기만 하고 엄마 곁으로 오질 않았다.
짐짓 내가 화난 척 돌아누워 있자
이 녀석 계속 울어댄다.
할 수 없이 불을 끄고 누워 안아 주니
품 속에 꽉 차게 들어왔다.
마치 태아처럼 엄마 가슴에 얼굴을 묻고
두 발을 내 무릎에 대고 아이는 잠이 들었다.
나와 해민이 사이에 일센티 간격도 없이 꼭 품고 누웠으려니
여러 감정이 오간다.
외로운 엄마와 외로운 아이가 만나 이토록 충만하구나.
이렇게 한 아이의 성장엔 꽉 차도록 사랑이 가득해야지...
네가 필요로 하는 만큼 엄마는 끝없이 사랑을 줄 거야.
한편으로 해민이와 함께 보육원 아기방에 있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제 4살이 되는 그 아이들, 잠잘 때 엄마 품이 아닌
개인용 침대에서 엄마 체온을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채
잠을 청해야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대체 몇 명이며, 그 한 아이 한 아이가 느껴야 할
깊이 모를 외로움과 추위가 대체 얼마만큼일지,
측량할 수 없어 막막해지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나갈 세상이 어떠할지 가슴이 아파왔다.
입양은, 정말 그 세계에 들어가기까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이다.
입양가족 모임의 어떤 분이 말하길,
입양부모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음 속에
입양아에 대한 동정의 시선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쌍한 아이를 거두었다고 칭찬하는 것은 편견이며
배로 낳은 것과 마찬가지로 형태만 다른 또하나의 출산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공감하면서도
아이가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상실에 대해
어찌 측은지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입양 당시에는 전혀 측은지심이 작용하지 않았다.
내 아이라는 생각, 이 아이는 나를 필요로 하고
그 이상으로 이 아이가 없으면 내가 살 수 없다는 생각...
이런 본능이 앞섰으니 대단할 것이 없다는 말이 맞다.
'입양아 부모되기'라는 좋은 책이 나왔다니까 꼭 사보고
복잡한 내 생각들을 정리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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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입양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는건 입양아에 대한 동정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용기, 실천력, 그것 때문 아닐까요...전 그렇거든요.
답글
디토
네..저도 입양 전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 분의 분석에 따르면 배로 아이를 낳은 경우는 용기나 실천력을 말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자기 아이를 키우는데 왜 용기가 필요하다 하는가, 그 바탕엔 입양아에 대해 동정하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그 분석글을 읽고 아직 묵상중입니다. ㅎㅎ 내 의식의 저 밑바닥까지 찾아봐야 할 것 같아서요.
사라
일리가 있군요.
하지만 전 솔직히 경제적 자신감이 없어서 둘째를 낳는 것도 때를 놓쳤어요.
자식 뒷바라지땜에 너무 헉헉 대고 살기 싫어요 정말루.
전 모성애가 뛰어난 인간도 아닌 것 같고 적당히 게으르고 이기적인 성향이 있거든요.
물론 경제적 여유를 갖춘 다음엔 늙어서 체력적 자신감이 없어지겠죠.
그래요,,,무슨 말을 해도 결국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인 겁니다...다 핑계죠.
근데 성품이란 게 노력한다고 바뀔 것 같지 않아요.
뭔가 내 그릇에 맞는 사랑의 실천을 찾아야겠지 싶어요.
초승달
낳은정이 기른정을 이길순없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고 사시는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네요
사랑을 베풀다보면 오히려 그아이한테 더많은것을 받는다는
느낌도 드실겁니다
아뭏튼 헤민이와 알콩달콩 살부비며 사는모습
너무 아름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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