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일

글쓴이 SarA

등록일 2009-07-08 14:19

조회수 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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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2009년 7월6일 밤 10시51분에 남편으로부터 수신된 문자메시지다.


고등학교 졸업직후에 이 사람 만나서 어언 20년만에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다.


남자들은 마흔 넘어 철들기 시작한다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이 아자씨가 별다방 미스김한테 보내려다 잘못 보낸거 아냐?!"


정말이지 제일 먼저 요런 교양머리 없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남자한테 여자가 생겨도


그 여자한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려면 또 20년이 걸릴테니 일단 뭐 그건 아닌 거 같고...


어쨌든 뜬금없이 왠 일일까 싶으면서도 세 글자에서 뚝배기 같은 진심이 느껴졌다.


남편이 보낸 문자를 자정이 넘어서야 확인하는 바람에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만 하다가 결국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할지 적절한 멘트를 찾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나한테 보낸거 맞냐!...이렇게 장난을 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나도 사랑해...것두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남편의 표현하지 않는 사랑에 너무 익숙해져서 어느새 나도 딱 그만큼 타성에 젖은 결혼생활이었다.


그많던 애교와 설레임은 다 어디로 가고 남아 있는 기억은 악다구니 썼던 시간들이 더 지배적이다.


물론 그래서 잊어버리고 잊혀 졌으면 하는 기억들이다.


이 사람에게 모진 소리도 참 많이 퍼부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걸 다 들어준 우직한 사람이었다.


20년만의 사랑 표현이 감격스럽기보다


때로는 거친 파도와 풍랑에 휩쓸렸던 세월의 강을 함께 건너온 자에 대한 진한 연민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한 밤이었다.


그 강을 건너면서 난파 직전의 위기를 겪기도 했고


그때의 파편 한조각이 아직도 가슴에 박혀 여전히 한 뼘 거리의 시간의 강이 존재하지만


이 사람과 어쩌면 백년해로를 하게 되겠구나,,,아주 오랫만에 그런 희미한 확신이 들었다.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당신에 대한 거리감이 과연 좁혀질 수 있을까,그 말을 하며 서럽게 눈물이 났을 때


"돈이면 다 돼, 그땐 얼마든지 좁혀질 수 있어."


미련 곰탱이 같은 남편의 대답은 참 단순명료해서 좋았다.


에효,,이 인간 철들려면 멀었지 싶었지만


돈 때문에 멍든 세월, 돈 때문에 상처난 관계에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뭐,,돈 좋아하는 나도 99프로는 동의하는 사실이니까.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 오랜만에 만나면 내심 많이 반갑다.


하도 산을 돌아다녀서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을 보면 안스럽기도 하다.


당신의 날카로운 옆모습을 보면 실날같은 설레임이 사실은 아직도 가슴 밑바닥에서 꿈틀거린다고,


이 말 하면 왕자병이 또 도질까봐 가슴에만 담아두려한다.



매년 7월6일 이 문자메시지를 내보이며 남편을 놀려 먹으면 무지 재밌을 것 같다.


저 한 줄의 문자는 아마도 내 핸드폰 문자보관함에 꽤 오랜 시간 저장되어 있을듯 싶다.


사노라면,,,지금보다 더 좋은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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