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8일)는 온종일 집 안에서 뒹굴었습니다.
뒹굴뒹굴 구르다가 코를 곯면서 낮잠도 잤습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목요일(25), 금요일(26일)에 반가운 지인이 다녀갔습니다.
오랜만에 회포를 푸느라 새벽녘까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설거지를 했습니다.
26일엔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서 밥을 지었습니다.
어른들이 먹을 북어국이랑 아이들이 먹을 계란찜과 계란말이를
만들어서 겨우 아침을 먹었습니다.
어린 아이가 둘이나 있어서 운전을 많이 했습니다. 잠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제주에 다녀가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닙니다.
그래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자 애를 쓰고 다녔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해랑이네 가족과 이별을 합니다.
27일(토) 새벽에 우르르 꽝꽝!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천둥번개가
칩니다. 창문이란 창문을 몽땅 잠그고 누워서 생각합니다.
'아! 오늘은 편안하게 쉴 수 있겠구나!'
무슨 말이냐고요? 27일은 제주올레 14코스 개장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올레길에도 반가운 분들이 계시니 가기는 가야하는데 몸이 힘듭니다.
그런데 천둥번개가 내리치니 '건너 뛸 수 있겠구나!'생각한 거지요.
하지만 동이 터오면서 언제 그랬냐 싶게 맑은 하늘이 시치미를 뗍니다.
안심을 하고 푹 자고 일어나니 7시 45분입니다.
정희씨가 8시 30분까지 회사에 가야한다면서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달랍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다향이 밥 먹이고, 설거지하고 나서니 8시 45분입니다.
전날 축구를 하고 또 시큰시큰한 무릎에 테이프를 붙이고 출발합니다.
그렇게 올레길을 걷는데 정말 고전을 했습니다.
단지 무릎만 아픈 게 아니라 며칠동안의 과로에 무더위까지 더해지니
'그냥 돌아갈까?'라는 마음까지 생깁니다.
그렇게 걷고 와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눕습니다.
열성 올레꾼인 로망형님으로부터 저녁을 같이 먹자는 전화가 옵니다.
그래 셋이 서귀포시내로 나갑니다. 그리고 맛난 회에 소주도 마십니다.
정희씨가 운전을 한다길래 그러려니하고 소주를 마십니다.
로망형님이 정희씨한테 술을 권합니다. 그래 대리운전을 하기로 합니다.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시간입니다.
"왜 대리기사를 부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제 할 거랍니다.
횟집에서 나온지 이미 15분이 지났습니다.
나는 올레길을 걸을 상태도 아니었고, 다향이는 횟집을 나서기 전부터
졸립다고, 집에 가자고 여러 번 말을 했습니다.
그런 사실이 안타까워 말합니다. "횟집에서 나오기 전에 미리 전화하지!"
그 말이 귀에 거슬린 모양입니다. "내가 운전할께요." 합니다.
다향이가 말합니다. "엄마, 세 잔이나 마셨잖아." 소주 세 잔을 마시고 운전하겠다!
그래 택시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자신이 차를(귀가를) 책임지기로 하고도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피곤한 남편과 아이를 챙기지 못하면서 토라졌습니다.
다향이를 재우고 나서 조근조근 한참동안 얘기한 다음에야 화가 풀어집니다.
끙끙 앓으면서 잠이 듭니다. 다향이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조금 더 자고 싶은데 다향이가 일어납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일어납니다.
정희씨를 깨울까봐 일어나서 조용히 놉니다.
정희씨도 일어납니다. 8시 30분이 지나서 깨어납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정희씨가 주섬주섬 옷을 입고 현관밖으로 나갑니다.
"어디 가요?" 차를 가지러 가나보다 생각하면서 묻습니다.
"밭에 풀 뽑으러요." "차를 가지러 가는 게 아니라 풀을 뽑으러 가요?"
대답도 없이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정희씨, 풀은 놔두고 아침을 먹으면 안 될까?"
휙 하고 돌아서서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무지하게 하고 싶은 일을 말린 것처럼
또 휙 토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저녁설거지는 잘 하고, 휴일이면 밥을 차려주던 사람이 언젠가부터는
밥을 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챙겨주면 먹을지언정 스스로 챙겨주지는 않습니다.
빵으로 아침을 대신했습니다. 쏟아지는 잠을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는데 정희씨가 또 밖으로 나갑니다. 밭에 풀을 뽑겠답니다.
그래 설명을 해줍니다. 새벽까지 비가 와서 땅이 질다,
풀잎에 물방울이 매달려있어서 바지랑 신발이 다 젖는다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그러니 밖에 나가고 싶으면 자동차를 가져오라고 부탁합니다.
웬만하면 내가 다녀오겠지만 무릎이 너무 아프니 다녀오면 좋겠다고 얘기합니다.
"지금 어디 갈 거에요?" 하면서 그냥 주저 앉습니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깼습니다. "세화의 집에 한 번 가볼까요?" 정희씨가 묻습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내 몸이 너무 힘듭니다. 그래 말합니다.
"그럼, 전화해 보고 다향이랑 다녀와요." 정희씨의 기분이 더 나빠진 모양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혼자해도 될 텐데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세 시간이나 잠을 잤습니다.
정희씨 휴일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자다가 배가 고파서 깨어났습니다.
다향이 혼자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다향아, 엄마는 어딨어?" 밭에 갔답니다.
그런데 금방 들어옵니다. 풀을 다 뽑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들어왔답니다.
뽑을 수가 없었겠지요. 바지춤이 다 젖어있습니다.
장마입니다. 비가 오락가락 합니다.
내일 아침에 - 정희씨 출근길에 - 폭우가 쏟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래 차를 가져오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휙 나가버립니다.
밥을 먹습니다. 배가 고파서 들기름과 고추장만 넣고 쓱쓱 비벼먹습니다.
다향이가 저도 한숟가락 달라고 합니다. 그래 같이 먹습니다.
두어 시간이 지나서 되돌아옵니다. 오이랑 호박, 감자를 사가지고 옵니다.
그리고 그만입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맙니다.
힘들어할 때 반찬이라도 몇 개 만드어주면 좋을 텐데...
본인이 몰라서, 스스로 못해서 가르쳐주면 시키는대로라도 하면 좋을 텐데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29일) 아침에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밤새 내리던 빗줄기가 출근무렵에 굵어졌습니다.
정희씨를 사무실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와습니다. 오전 8시가 넘어도 다향이가 잠을 잡니다.
반찬을 만듭니다. 두부를 졸이고, 팽이버섯 전을 만듭니다. 새우젓 넣어 호박도 볶습니다.
느지막히 일어난 다향이랑 아침을 먹고 나니까 벌써 9시입니다.
일어나기는 7시 전에 일어났는데 10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책상에 앉습니다.
때로는 아내와 아이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하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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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딸딸맘
답글
사라
작년에 한동안 어디론가 떠나고싶어 안달이 났을때 산티아고를 동경했어요.
관련 책을 세권이나 사보고 나서 느낀 점은,,거긴 내 저질 체력으론 절대 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것.
서명숙씨가 낸 책을 젤 재밌게 읽었는데,
그녀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제주 올래를 구상했고 결국 실행으로 옮겼죠.
역시 잘난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지 싶더군요.
갠적으로 전 바다를 끼고 있는 제주 올래가 광활한 사막 같은 산티아고보다 훨 맘에 듭니다.
일단 시원해서 좋고, 시각적으로도 우수하죠.
좋은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었으면 싶네요.
여튼, 맨 마지막 문장에 절대동감이네여...^^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재작년에 서명숙선생이 저희집 옆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래서 올레와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뭔 일이 있다고 해서 막 찾아다니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웃이 고생고생하면서 길을 개척하는 것 같아 우정출연(?)을 하기 시작했지요.
제주도 길은 참 좋습니다.
호흡할 때 불편한 냄새가 전혀 없고, 바다와 숲을 내키는대로 걸을 수 있지요.
국내에서는 가장 걸을 만한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송현순
남자분이시군요 ~~
아내의 눈치를 보시다니 ㅜㅜ
울남편도 내눈치를 본적이있을까...생각해봅니다...
제주도에 사시면 우리같은 육지사람들에게 관광지를 안내하는것도 나름 부담인가봅니다
텃밭도있으시고
마당도있으시고
좋은환경이 눈에 그려지네요
설마 집에서 밥상만차리겠어요
아마도 재택으로 뭔가 하시는것같네요
글을쓰시나?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출산 뒤에도 직장생활을 계속 하고싶다 해서 살림과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고마워하는 것 같던 아내가 서서히 변해갑니다.
옆집 아저씨들처럼 집안 일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이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합의해서 시작한 일인데 나는 점점 초라해지는 것 같습니다.
반가운 분들이 놀러오면 몸이 피곤해도 즐겁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제주에서 사귄 친구들도 소개시켜주고...
그런데 10여년 씩 연락없던 사람이,
겨우 얼굴만 아는 사람이 찾아와서 며칠씩 머무를 때면 많이 힘는 게 사실입니다.
섬에 왔다고 으레 회를 사주려니 하는 생각도 가정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요.
물론 친한 친구같은 경우엔 그렇지도 않고, 편안하게 말할 수가 이는데... ㅉㅉ.
메이폴
웃으면 안되는데... 아하하하
밥상맨님껜 죄송하지만, 보통 주부들이 하는 고민을 남자분이 하고 계시니 ,,재밌네요 ^^
그리고 정희씨(부인)과 여태 서로 존대하고 사세요?
대단하세요~
그리고... 언제 한번 시간되시면 새우젓 넣고 호박볶는 것 좀 갈쳐주세요...
한번해봤는데 호박이 탔다는... -.-;;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전 모성본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있다고 해도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지 여성이라고 해서 유전자 속에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부성본능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동안의 경험으로 터득한 게 있다면 성별에 따른 것보다는
일의 역할 속에서 그런 특징들이 발현된다는 것이고요.
전 남자인데도 주부우울증을 여러 번 앓았고, 그것은 여느 남자주부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떰
제주도..에 사세요? 어머낫~진짜 좋은 데 사시네요..올레..얘기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사진...은 없나요? 글도 재미난데요....
제주 올레길 사진도 봤음... 담에 기대..해도 되겠지요?
저도 꼭 가보고 싶은데...제주행 밤배..라도 탈까.. ^^;;
답글
누봉이
글 읽고 있는데 tv에서 제주 올레길 얘기가 나오길래 어머 신기하다..했는데..
'제주도 올레걷기 계' 한번 모아볼까나
뱅기값. 숙박비..경비 등등..얼마하면 갈 수 있을까나..
밥상차리는 남자
예, 2006년도에 내려와 4년째 살고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사진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천항에서 월, 수, 금 저녁 7시에 오하마나라는 이름의 배가 제주로 출항합니다.
그럼 다음날 아침 8시에 제주항에 닿고요. 금요일 저녁에 밤배를 타고 내려왔다가
하루를 지내고 토요일저녁에 다시 배로 올라가는 부부도 여럿 보았습니다.
떰
아,,저도 몇년전에 배 타고 제주에 여행갔었어요..밤배가 정말 특이한 경험을 하게 했던..전 부산이 가까워서 부산에서 탔거든요. 갈땐 표가 없어서 3등선실에 ㅋ정말 잠 한숨 못자고 올땐 2등실 침대에 누워서..헐..그러고 보니 벌써 9년전이네요. 그땐 덩치큰 베낭 매고 버스타고 다니면서..거의 일주일을 제주를 누볐었는데..제주도 버스 좋았어요. 다들 랜트카를 타니..손님도 없이 거의 택시수준으로 달려서..ㅎㅎ 친구네가 귤농장을 해서..잠깐 들렀는데..우리는 민폐 끼치지 말자..그래서 쭉 제주도 모텔에서 묵었어요.
제가 젤 좋았던 곳은 애월 바다..우도..였는데요.
10년이면 제주도도 무지 달라졌겠지요? 진짜 가보고 싶당~~~
밥상차리는 남자
많이 달라졌지요. 긍적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요.
삼다수를 위협하는 무분별한 골프장의 건설, 200미터가 넘는 고층건물의 허가,
해군기지들은 씁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