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소중해서 사실은 모르고 살았던...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9-06-13 10:18

조회수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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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숙모가 많이 호전되어 이제 사람들을 알아볼 정도가 되었다.

어제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아직 말도 어눌하고 상황파악이 안되고 이성보다는 본능에 더 의지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호전되는 추세라면  완벽하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사촌동생들과 숙부는 병실에서 잔다.

사촌동생들에게 집에 가서 씻고 옷도 갈아입으라고 해도 그냥 엄마 옆에 있겠다고 한다

숙부도 병원휴게실에서 잠깐씩 불편한 잠을 자곤한다.

하루라도 집에서 편히 주무시라고 해도 그냥 숙모 옆에 있겠다고 하신다.


아무도 없는 숙부네 집에서 나 혼자 잔다.

숙모 살림이라 어디를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몰라 그냥 청소기만 돌리고 세탁기 돌리고

화장실 소독만 했다.

냉동고 가득한 음식재료들, 냉장고 가득한 음식들. 싱크대 안에 가득가득 차곡차곡 쌓인 살림들.

내가 어떻게 도와주려해도 이곳은 숙모의 영역..

숙모가 지난 25년간 '장악'했던 곳이다. 섣불리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가족들을 위해 갖은 음식과 건강식품을 가득 채워놓은 숙모의 흔적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째 숙모가 막내 숙모 병수발을 들고 있다. 동서사이...

물론 사촌여동생이 휴가를 내고 밤낮 숙모를 지키고 있지만, 세째 숙모가 사촌여동생과 함께

막내숙모의 대소변까지 받아내고 있다. (막내숙부는 일때문에 저녁에나 병원에 가서 주무신다)

아침에 두시간을 버스를 갈아타며 부산의 병원에 가서 하루종일 대소변 받고 온 몸을 주물러주고

불편할새라 이리저리 눕혀주며 잠시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할테니 당분간 쉬시라고 했지만, 집에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며, 잠시라도 보고와야

마음이 놓인다고 그냥 수발을 하시겠다고 한다.


남들은 동서끼리 질투도 하고 사이도 안좋다지만, 우리 숙모들은 그런 모습을 한번도 보인 적이 없다.

서로 흉잡는 말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없다.

우리 올케언니와 둘째 올케도 잘 지내고 있다.


오늘은 우리 엄마가 내려오신다. 서울에서 소식을 듣고 눈물바람만 하던 엄마가

그예 장사도 이틀 접고 막내숙모를 보러 오시겠다고 했다.

큰 고모가 막내숙모를 갈굴때 ( 완전 시누 시집살이 시킬때) '너나 잘해라'고 막내 동서를 위해

싸움까지 불사했던 엄마다. ( 큰 고모도 우리 엄마에겐 두살 많은 시누이인데...)


어제 막내숙모에게 '엄마 오신대~ 작은엄마보러~ ' 하니까. '머할라꼬..' 하면서도 씩 웃었다.

'아플만도 하네. 작은엄마땜에 온 집안이 뒤집어졌어. 작은 엄마가 한바탕 들었다놓은거야' 하니까

또 그냥 씩 웃었다.


막내니까, 젊으니까, 건강하니까, 관심의 대상이 아닌, 그냥 그자리에 있는 ,, 늘 그렇게 있는 사람이었던

우리 막내숙모가, 이번 사고를 통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깨우쳐 주었다.


소중한 사람이지만 늘 그자리에 있으니 모르고 있었다.


'시껍했제? 앞으로 잘해라! '

막내숙부한테 울 엄마가 전화로 호통을 치셨다.

'그래야겠어... 아휴.. 죽는 줄 알고 얼매나 시껍했는지...'  막내숙부는 진짜 식겁 한 것 같았다.


'너 임마 주말에 맨날 축구하러 다니지 말고 인제 엄마 좀 도와주고 그래, 청소기도 돌리고

엄마랑 놀아주고 설거지도 해드리고, 알았지? '

어제 사촌동생한테 내가 말했더니 '그래야겠어요.. 진짜 놀랬다카이' 이런다.


늘 옆에 있기에 소중한 걸 소중하다 여기지 못하고 살았던 우리들..

표현하고 배려하고 소중하게 보듬어야 할 소중한 존재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나도 숙모의 사고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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