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쯤 놀래켰으면 정신차렸을거예요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9-06-08 00:59

조회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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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출장길에 막내숙부네 들렀다.

막내숙모가 며칠 속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왔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인사하고 올라왔는데...

어제 저녁,,, 막내숙모가 사경을 헤맨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온몸이 틀어지는 경직이 오고 혼수상태가 되어 부산의 큰병원으로 옮겼는데 사람도 못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증상은 뇌수막염인데, 바이러스성인지 세균성인지 월요일이나 되어야 결과가 나오고 , 만일 상태가 안좋으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태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헛소리를 하고 온몸에 경직과 구토 혼수상태가 거듭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슴이 쿵 내려앉고 심장이 벌벌 떨렸다. 이제 겨우 49세... 안되는데,, 안되는데...


위암선고를 받은 할머니가 막내아들의 결혼을 꼭 보고 죽어야 한다는 바람에

부랴부랴 주변에 수소문을 해서 대충 선보고 대충 약혼을 하고 결혼날짜를 잡았다.

좋을것도 싫을것도, 그저 경황이 없이 날짜를 잡고 그예 할머니가 결혼을 못보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삼촌 결혼식날은 눈물바다가 되었었다.


인륜지대사를 '할머니 소원들어주기'로 해치웠으니 정신이 들고나자 뒷말들이 많았다.

시골촌구석에서 온, 잘생긴 막내에 비해 참 못생긴, 성격도 사근사근하지 못한 등등등...

외모로 보자면 막내숙모가 처져도 한참을 처진다. 숙모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까지 숙모가 화장안하고 삼촌을 대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정말이다...


숙모는 삼촌을 참 사랑했다..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당신께 과분한 남자라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낭만주의자 삼촌은 숙모를 좀 못마땅해했다. 책좋아하고 노래 잘부르고 기타도

잘치는 삼촌은 홈쇼핑책자만 죽어라보는 숙모를 좀 무시하기도 했다.


숙모가 얼마나 음식솜씨가 좋은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인지,얼마나 삼촌을 위해 받드는지 삼촌은 살피려 하지 않았다.

'엄마소원들어주기'일환으로 서둘러 간택된 막내올케가 어찌나 마음에 안드는지 큰 고모의 구박이

얼마나 심했으면 결혼 20년이 넘어서도 우리 엄마 (큰동서)앞에서 펑펑 울면서 가슴에 멍자국을 내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좋지도 않고 싫은 구석이 더 많아 덤덤하게 살아온 막내삼촌 내외가 올해 결혼 25주년을 맞았다..

결혼기념일날 함께 참석을 했는데, 그때서야 삼촌이 '이제서야 소중한 사람이란 걸 느끼겠다'는 립서비스를 주변 사람한테 떠밀려서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일요일은 축구장에서 사느라 숙모의 주말 과부 역할은  25년째 멈추지를 않았다..


이제 겨우 연년생 아들과 딸이 대학졸업을 하고 한숨을 겨우 돌릴 즈음인데,,, 이런 사고가 나다니...


그렇게 숙모를 구박했던 큰고모가 제일 먼저 달려와 혼수상태인 숙모를 붙잡고 울고불고 했다고 한다..

내게 전화를 한 막내삼촌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좀더 잘 살폈어야 했는데 너무 무심해서 늦은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는 것 같았다..

막내삼촌을 아들처럼 키웠던 우리 엄마는 시간마다 전화를 하고 당장 부산으로 가겠다고 하는 걸

막내삼촌이 경과를 지켜본 후에 오시라고 만류하느라 애를 먹었다.


대신 내가 내일 부산으로 내려가서 직장다니는 어린 사촌들 대신, 며칠간 숙모를 간호하기로 했다.

지방에 있을때 내게 김치퍼담아주느라고,,, 반찬 챙겨주느라고 고생한 숙모에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은혜갚을일이 없을 것 같다.

많이 놀라고 힘들 우리 삼촌에게도 힘을 실어드리고 싶고...

지금 경직은 풀렸지만 진통제와 항생제 기운때문에 계속 잠만 자고 있다고 한다..


우리 숙모가 결혼 25년만에 반항을 하고 있는 것같다.

다들 날 무심하게 대했는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아느냐 - 모두에게 이렇게 시위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작은엄마.... 이제 다들 정신차렸을거예요.. 다들 반성하고 많이 놀랬을거예요

그러니까 툴툴 털고 일어나서  '놀랬지? 그러니까 있을때 잘해!' 이렇게 말해줘요

작은 엄마 돌아오시면 다들 앞으로 작은엄마를 아주 소중하게 존중하며 아끼며 살거예요

작은엄마,,,,,,,,,, 작은 엄마는 우리에게 아주 너무 소중한 분이예요. 그러니까 힘내서 견뎌주세요

툴툴 털고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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