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는 날 담담히 함께 점심 먹고
법원의 조정 시간이 매일 2 시 20분으로 정해져 있는 것에 신기해 하며
민이는 시간을 물으면 왜 항상 ‘두 시 이십 분’이라고 답을 했을까,
하는 의미 없는 얘길 서로 의미 있는 듯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의 3주기가 되어가는 지금까지 띄엄띄엄 만나왔다.
최근엔 이제 인연이 다 했다는 생각을 갖고 만나지 않은 지 몇 달 째,
갑작스런 연락으로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약속을 정했다.
이번엔 해민이와 함께……
놀이 치료 시작 후 불안해 하는 아이와 한 시도 떨어질 수 없어
늘 같이 다녀야 하는 상황이므로 이젠 내가 ‘홀몸’이 아닌 거다.
첫 만남에서 내 아이가 불편한 시선을 받을까 하는 경계심도 잠깐 스쳤지만
나 자신이 해민이에 대해 밝고 당당할 수 있기에 그런 맘은 씻어 버렸다.
해민이에겐 ‘민이 누나 아빠 만나러 가는 거야’라고 말해 두었더니
녀석이 나름대로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첨 만나서 해민이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더니
잠시 후 큰 소리로 ‘민이 누나 아빠!’하고 부르는 게 아닌가?
(거참 그건 지칭이지 호칭이 아녀…)
선유도 공원…
몸에 마비가 오기 시작했던 민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찾았던 그 곳…
생명이 다해 가는 아이를 데리고 거닐었던
그곳의 나무, 풀, 새, 모든 풍경이 박제된 듯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곳.
민이를 보내고 이혼한 지 얼마 지나
다시 그 곳에 들러 둘이서 민이 얘기를 하며
한없이 눈물 흘렸던 그 곳.
왜 그 곳을 해민이와 함께 만나는 시점에서 다시 약속 장소로 정했는지
그의 의중을 묻지 않았다.
해민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선유도 공원 내
‘시간의 정원’(아…지금 생각하니 이름이 의미심장하군…)을 거닐고
정자 옆에 돗자리 깔고 과일 먹고
식당에서 밥 먹고 원두 커피 마시는 동안
해민이는 끝없이 달리며 종알대며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장미 정원이 있는 드넓은 잔디밭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으니
아이는 비둘기를 쫓아 다니며 열광한다.
나중엔 신발도 벗어 버리고 풀밭을 뛰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늙으니 아이 보조에 맞추기가 힘들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나누고 있었다.
축구를 하다 겹질린 양쪽 발목이 퉁퉁 부은 채
파스를 붙이고도 괜찮다며 유모차를 밀던 그는
아이에게 다정했고 흙을 만지는 아이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했고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내 머리에 각인된 풍경,
나무 그늘에서 바라본 푸른 잔디에
뛰노는 작은 아이,
이것은 다시 못 올 꿈 속 풍경인가?
내가 떠나 보낸 아이와
전 남편과
입양한 내 아이와
나.
이 기이한 인연이 한 자리에서 만나고 있었다.
집에 갈 시간, 주차장으로 와서 내 차에 해민이를 태우려 하니
집에 가기 싫은 아이가 갑자기 그의 차 문을 잡으며 외친다.
‘아빠 차 탈 거야!’
아이를 달래서 인사를 시키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그의 입에 입맞춤까지 하였다.
아무리 잘 해주는 사람이라도 처음 만난 날 뽀뽀해 주는 일은
해민이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느닷없이 ‘아빠 차’라고 말한 것이 이상하기 짝이 없다 해도,
아이의 투명한 감성으로 잡아낸 합당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알면서도 나약한 나는
순간 민이의 모습을 해민이에게서 읽고 있었다.
그가 해민이의 아빠가 될 수 없는 현실적 이유들은 수없이 많고
그도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끊일 듯 이어지는 이 인연이 언제까지 갈지는
참으로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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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아기도 가고없는데 이런 만남을 가질수있다는건
두분이선 그리 나빴던 편이 아니었던거 같군요
아기대신 혜민이가 두분인연의 끈을 다시어어줄수있는 선물이된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처봅니다
그쪽에 다시 재혼을 했다면 불가하겠지만요
유별나신 옛시엄니가 장애가될지로 모르겠군요
에그~~살면서 아들며눌삶에 끼어드는 주책없는 늙은이는
되지말아야 하는데 ~~
이곳에오시는 시엄니들!!
우리가 자식들에게 마지막 해줄수있는선물은
마음의 끈을 끊어지지않을만큼 아주 느슨하게
풀어주는것이 아주 좋은 선물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답글
또마
아무리 생각해도...해민이는 너무 예쁜데요... ^^
사진을 보는 듯..머리 속에 예쁜 풍경들이..착착 떠올라요.
좋은 시간...행복한 시간..
해민이도 행복했겠지요? ^^
답글
메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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