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한 노빠가 삼가 애도를 드리며...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9-05-26 21:05

조회수 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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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한마디 할 줄 알았다 -  라고 친구가 말했다. 이 게시판에 노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쓸 줄 알았는데

아무런 멘트가 없으니 , 아니 아예 웃고 자빠졌으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 노무현 싫어했잖아. 처음엔 담담했었어. 근데 그 다음날 눈물이 막 쏟아지는거야.... - 친구는 또 말했다.

우린 성인 탄생의 순간을 보고 있다 - 라고 친구가 말했다.

야! 무슨 성인이야! 노무현은 인간 노무현이었어! 이렇게 성인화시키는 자체가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이야

- 기어이 내가 말하고 말았다.

나도 아프다. 나도 슬프다. 나도 애도한다. 그러나 그는 성인이 아닌 인간노무현이라 생각한다.

그게 변절한 노빠, 나의 그 분에 대한 애도와 생각이다.


난, 변절한 노빠다. 5공청문회를 보며 열광을 하고 그에게 빠져든후,노무현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청와대게시판에 글까지 올릴 정도로 난 열혈노빠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노사모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응원으로 말한다면, 난 노빠라 불릴 정도였다.

그런 내가 변절했다.

그것도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후에..

뭐 내 변절따위야 누군들 알랴만은 난 내 마음에서 그를 접었다.

국민의 대표가 왜 말을 저따위로 해, 왜 저렇게 정치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이야?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뽑아준 국민에 대한 예의가 한푼어치도 없어! 내가 사람 잘 못 봤군. 청렴한게 아니라 무능이었군 등등..

변절을 하자 정치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그나물에 그밥이지, 새로울 게 뭐가 있겠어. 이후 어떤 투표도 하지 않았다.

악머구리 끓는 아고라를 보면서도 정치얘기엔 마우스 조차 갖다대지 않았다.


내가 노빠였을때 그를 인간 노무현이 아닌, 聖人 노무현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고

지금와서야 내 변절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를 투사노무현으로 인간 노무현으로만 생각했다면 그런 변절을 하지 않았을것이다


서거이후, 노무현은 갑자기 聖人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살았을때 잠잠했던 이들이 이제와서 이런 저런 일화를 들먹이며 그의 작은 치부조차도 성스러운 일인양

호들갑을 떤다.

그래서 살아생전의 투사노무현, 인간노무현의 모습은 간곳이 없다.

현정부의 표적수사로만 죽음의 이유를 찾는다.

물론 그것도 한 몫했겠지만, 그것만이 이유라면 내가 알던 투사 노무현은 결코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것이다

한치의 오염도 없는 聖人노무현이라면 그렇게 죽을 이유가 없다.

난 이제와서 내가 聖人으로 떠받들었기에 배신했던 노무현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일 뿐이다.


스스로 한치의 오염도 없었기에 측근의 비리조차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처럼 자신을키워준 형의 실수도 뻔뻔하게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난 그것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사람사는 세상]에서 읽었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그래서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내가 그를 인간으로 받아들였다면 이해하고 오해조차도 너그러웠을것을,

그에 대한 기대를 성인반열에 올렸기에 나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변절했으며 욕했었다.

그래서 애도한다. 전 대통령이기에 애도하는 것이 아니다.

숱한 그의 일화로 인해 안타까워하는게 아니다.


그의 투지를 살라먹은 것은, 어느 곳 에서도 당당하던 그의 기개를 꺾은 것은

결국, 그가 인간 노무현이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극히 인간적이었기에, 고뇌하고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와서 뒤늦게 그를 애도한다

그를 떠나보낸 것에 나도 한몫했다고 여기기에 죄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를 애도하는 것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를 애도함이 지나쳐 감정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얘기들에 흥분하고 글을 옮기고 정부와 적대적이되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분열과 갈등, 분노와 증오보다는 나라전체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야만 그는 진정한 우리의 노무현이니까..


현정부가 죄가 있다면 퇴임후 국민들은 엄중하게 판단하고 죄를 물을것이다.

작금의 혼란을 부추겨 증오만이 남겨지게 하는 것은 결코 나라를 위해 살았던 대통령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나는 감히 단언한다.


정적의 조문을 가로막고 일국의 대통령의 조화를 짓밟는 감정적인 대응이야말로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으로 흥분에 흥분을 더하는 것도 결코 그를 추모하는 모습은 아닐것이다.


그는 聖人이 아니다.

그가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했을때, 비로소 그는 내 마음에 아프게 남아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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