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 제

글쓴이 SarA

등록일 2009-05-26 13:56

조회수 1,633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엄마 요실금 수술을 해드렸다.


진즉에 해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뿌듯함 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오래전부터 벼르던 일이면서도 늘 차일피일 미루었던 건


어쩌면 돈 때문이라기 보다 내 몸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몸 아프고 불편한 건 잠시도 못참고 못견디면서


엄마의 불편함은 참 무던히도 외면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당신의 부모가 아닌 자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신의 불편함을 어지간해서는 내색하지 않는 그 묵묵한 성정은 때때로 날 서글프게 한다.


조금은 이기적이셔도 되는데, 조금은 자식들한테 징징거리셔도 되는데 말이다.


단지 물려줄 재산이 없어서, 비빌 언덕이 되어주지 못해서


네 명이나 되는 자식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고도 미안해 하시는 엄마 때문에


자식들은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늘 미안한 법이다.


좀더 상황이 나아지고 여유가 생기길 기다리는 게 핑계에 불과한 걸 잘 알면서도


우선순위에서 이만큼씩 밀어두는게 너무나 당연해서 죄스러울 뿐이다.




작은 숙제는 마쳤지만


남은 여생 근심없이 사시다가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하는 큰 숙제가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내가 당신의 남은 세월 동안 최선을 다해 효도를 한다 해도


그건 아마 회한을 남기고 싶지않은 얄팍한 계산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이드는 것이 좋은 점은 이렇게 조금씩 철이 들며 애틋함을 깨닫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여튼 숙제란 미루면 미룰수록 분량이 쌓이는 법이니


할 수 있을 때, 해야 할 때, 그때 그때 하면서 살아야겠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593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0709   변절한 노빠가 삼가 애도를 드리며... 9 누봉이2009-05-261481
20708   중매 좀 서주세요...ㅠㅠ 11 누봉이2009-05-261893
20707   정선에 다뎌 왔어요 3 현이2009-05-261575
20706   놀이치료- 변화하는 아이와 엄마~ 8 디토2009-05-261923
20705   숙 제 10 SarA2009-05-261634
20704   바다를 바라보며...^^ 1 공룡킹2009-05-261468
20703   [위탁모]가 되기 위한 조건 6 누봉이2009-05-2521752
20702   삶이 소중해지는 요즘..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2 시은맘2009-05-2510014
20701   여의도 공원 갔다왔어요..^^ 4 시은맘2009-05-251410
20700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4 익명2009-05-251755
20699   패랭이꽃 2 현이2009-05-251784
20698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 토실이2009-05-241425
20697   ▶謹弔◀ 왜 그러셨어요... 6 일마레2009-05-241749
20696   백장미 올려 봅니다 2 현이2009-05-232954
20695   ▦ 謹弔 ▦ 할 말을 잃어버려서.. 4 미즈2009-05-231565
20694   ▦ 謹弔 ▦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5 ♥사랑2009-05-231586
20693   '휴먼다큐 사랑:우리가 사랑할 시간'을 보고 7 디토2009-05-232679
20692   옥스아이데이지꽃 3 현이2009-05-232097
20691   내가 만났던 송강호 2 디토2009-05-221822
20690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공간 1 황금돼지..2009-05-221817
20689   터미네이터.. 1 또미2009-05-221784
20688   작약이 예뻐서 다시 올려 보네요 5 현이2009-05-221281
20687   터미네이터4이벤트하네요~ 사라코너..2009-05-211588
20686   오늘 남편에게 사랑에 메세지라도.... 4 분꽃2009-05-212533
20685   살아남은 자의 슬픔 6 SarA2009-05-211872
20684   버찌가 익어 가네요 5 현이2009-05-211433
20683   입양에 관해 신문 투고한 글입니다 2 디토2009-05-211862
20682   갈대님!!!!!!!!!!!!!!!!! 3 메이폴2009-05-201428
20681   내 아들의 문학실력 6 누봉이2009-05-201769
20680   아이들 데리고 스마트 플렉스 갔다왔어요 3 똑순이2009-05-201629
20679   찜질방에서 일어난일 2 teresung..2009-05-202027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