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랑:우리가 사랑할 시간'을 보고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05-23 12:43

조회수 2,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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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시간 우연히 TV에서 뇌종양 소녀의 투병 모습을 보았다.

내 눈은 화면에 붙박힌 채 아이의 모습을 좇고 있었다.

곧 어머니가 와서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면서

‘아파하는 것 보지 마라, 그런 것 보지 마라’ 하신다.

 

나는 방으로 들어와 다시 TV를 켰다.

내 마음은 나의 딸과 똑 같은 병으로 투병하는 아이를 통해

딸의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고자 하는 맹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TV에서 보여주는 진단 후 2년간의 시간,

그 부모의 모습은 나의 과거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를 살리겠다는 생각,

민간요법이든 한방이든 기 치료든 기도든 뭐든..

그러나 그때 우린 항암 치료도 수술도 하지 않았다.

두 번의 MRI 사진만으로 병의 진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

병원 치료는 우리에게 무의미할 뿐더러 비인간적인 것이었다.

 

그게 우리 식 사랑의 방식이었고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내 옆에 잡아두는 게 아니라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어제의 다큐 속에서 아이는 모든 고통스런 치료를 거치며

두렵지 않으니 그냥 보내달라고 엄마에게 말한다.

재발, 항암 치료, 호스피스 병동, 병원의 마지막 진단, 귀가…

부모가 치료를 포기하면서 ‘나중에 분명 후회하겠지만 그건 부모 몫이고

아이가 아파하는 것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그 말은

병으로 자식을 보낸 모든 부모의 맘이 아니었을까?

 

어제 나온 소녀의 부모에겐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그 프로를 통해 이기적으로 우리 딸의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엄마, 고마워요..그리 오래 나를 붙잡지 않고 보내줘서.’

민이의 청아한 목소리를 오랜만에 다시 듣는 듯했다.

 

나의 마지막도 우리 민이와 똑같았으면 좋겠다.

어떤 인위적인 치료도 하지 않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숨을 거둘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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