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떠나 보냈다.
마흔도 안된 나이에 이렇게 측근이 떠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격조했던 세월 만큼 서로에게 무심한 사이 그녀는 아팠고, 그렇게 떠나갔다.
몇년만에 영정사진으로 마주친 그녀의 얼굴은 낯설기 조차 했고 향을 피우던 나의 손목은 몹시도 떨렸다.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서로의 집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던 동네 친구이기도 했던 우리들은
각자의 사랑에 충실해지던 이십대에 그렇게 서서히 서로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다.
초등학교 동창 커플이었던 까닭에 장례식장은 곧 동창회 자리가 되었다.
그녀가 1년 이상 투병을 하는 동안
그녀의 소식을 알지 못했던 나의 무심함과 그녀의 소식을 전해주지 않은 친구들의 무심함이 어우러져
술판은 잠시 성토의 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떠난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자들의 초라한 변명이며 공허한 말의 잔치에 불과했다.
자신의 수척한 몰골을 내보이기 싫어 친구들의 병문안을 거부했다는 그녀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그녀의 부음을 마지막 소식으로 들어야 했다.
야윌 대로 야위었을 그녀의 손목을 살아 생전에 한번 잡아줄 수 있었다면
보내는 이들의 부채감은 가벼워질 수 있었을까.
나는 발인 제사를 기다리는 새벽 내내 쓴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살아 남은 자들이 떠나가는 자를 애도할 수 있는 방법이란 그렇듯 옹색했다.
이승과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마치고 영구차가 장지로 향할 때 나는 정작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뭐가 그리 급해서 이렇게 하릴없이 떠나냐고,
애들은 셋이나 까질러 놓고 올망졸망 남겨진 저것들은 어떡하라고.
나는 그녀가 무책임해서 화가 났다.
이제 여섯 살 막내딸이 밟혀서 그녀가 어찌 눈을 감을 수 있었을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내 딸과 동갑인 그녀의 장남이 제 어미의 영정사진을 들고 영구차에 올랐을 때,
꼭 그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었던 그날의 풍경이 떠올랐다.
동생녀석과 병원 마당을 뛰어놀다가 어른들이 울면 따라 울던 철없는 계집아이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바 없었다.
깊은 슬픔은 온전히 어른들의 몫이었고, 생계의 짐을 떠안은 채 남겨진 어머니의 몫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녀의 장남이 보여준 의젓함이 못내 서러웠다.
저보다 어린 동생들을 건사하며 또래보다 한발 앞서 조숙해질 그 아이가
자기 몫의 삶이 훨씬 더 빨리 주어진 현실에 힘겨워 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많은 친구들이 장지로 떠나는 영구차에 올라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중요한 업무가 걸려 있어서 동행할 수 없었던 나는 멀어지는 영구차를 뒤로 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먹고 살기 위해 오늘을 바둥거린다.
그게 삶이고, 그러한 삶의 연속성이 역사다.
그래서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그들 각자의 일상을 살아갈 것이고,
그녀는 이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아스라이 소멸될 것이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그래서 가볍고 또 가볍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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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토
고등학교 시절 얼굴 하얗고 영리했던 한 친구...암으로 투병하다 하늘나라로 갔다는 말을 졸업 후 들었지요. 그후로도 그 친구는 긴 시간동안 가슴 속에 함께 했는데..
어린 자식을 두고 간 엄마 맘은 또 어땠을지 그냥 가슴 먹먹합니다.
답글
사라
그래도 나름 죽마고우였는데 그 단어가 민망할 만큼 너무 무심히 살아왔네요.
나는 지독한 허무주의자라 죽음 자체가 슬프지는 않았어요.
산다는 게 뭘까...한동안 좀 헛헛할 거 같아요.
그날 새벽 칭얼대던 막내딸이 삼촌에게 혼나는 모습을 보면서
단지 엄마 한 사람의 부재가 저 아이들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많이 착잡했습니다.
또미
그래서...뜸..했던거였나? 궁금했었다..바쁜가보다..생각은 했었지만.
내 주변에는 적어도 나에게 연락을 하는 사람 중에는 아직 세상을 뜬 친구는 없는데..
나야..워어낙 혼자 노는 걸 잘하고..연락하면 하고 말면 말고..무심이 극에 달해서..세상 뜬 친구가 없다고..장담은 못하겠다. 맘이 많이 상했겠구나..;;
아이가 많이 어린데..어떻게 떠났을꼬...
건강 챙겨야지..바빠도 밥은 꼭꼭 챙겨 먹어라......
답글
사라
아직도 허리가 덜 나아서 의자에 앉는걸 당분간 더 자제해야 한다...참 짜증나게 오래 간다.
덕분에 난생 처음 보약도 먹구 있다...
이렇게 살려구 발버둥 치는데,,그 친구는 더 했겠지 싶다.
의자에 못앉는다는 것만으로도 참 많은 제약을 느낀다.
이 와중에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단어들,,,글이 막 쓰고 싶더라.
말짱해지면 봇물이 터질듯 써댈지도 모르겠다..머 변덕이 죽 끓듯 하지만서두.
나도 너만큼이나 혼자 잘놀고, 혼자가 편하고 익숙한데,
오랜만에 오랜 벗들을 만나니 참 반갑고 좋더구나.
포커페이스에 능란하고 속따로 겉따로 겉도는 친구들은 진즉에 내 관심범위에서 제껴 놨지만
허물없는 친구들과는 이제 좀 보고 살기로 했다.
좀 철이 드는 건지도...^^
분꽃
가슴이 싸해 옵니다..
아직 이른나이에 ~~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부디 좋은곳으로 가시길....
답글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