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또 만나요!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04-30 18:02

조회수 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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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해민이의 유아세례를 앞두고 마트에 들렀다 오는 길이었다.

내가 운전하는 뒷자리에서 해민이가

요즘 어린이 집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다음 대목을 내가 이어서

‘헤어지는 마음이야 아쉬웁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요’

이렇게 노래하는데 항상 지나치는 산후 조리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5년 전 갓 낳은 딸과 함께 머물렀던 곳,

평소에는 애써 외면했던 건물 간판을 올려다 보는 순간 가슴에 작은 울림이 울렸다.

‘헤어지는 마음이야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요…...’

해민이의 입을 통해,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나의 딸 민이가 들려주는 천상의 노래일까?

찰나의 순간이 주는 위로였다.

 

유아세례는 저녁 8시였고,

해민이의 대부를 맡기로 한 나의 오빠는

먼저 고해 성사와 저녁 미사를 마친 후 성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8명의 아기들과 가족 친지들이

성당 앞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경건한 세례식을 하는 동안,

해민이는 얌전하게 자리에 앉아

가끔 큰 소리로 ‘아멘!’하고 외쳐서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다.

세례명 다니엘이 새롭게 해민이의 이름이 되는 시간,

신부님은 아이의 이마에 정성껏 성유를 바르고 성수를 부어 세례를 해주셨다.

3년 전 민이의 유아세례 때 아이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눈물과 콧물로 범벅 되었던 시간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 기억이 눈물을 불러오지는 않았다.

 

해민이의 세례 초에 불을 붙이며 신부님이

‘이 불은 부활 초에서 옮긴 것입니다’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머리 속에서 찰칵, 하고 비밀의 열쇠가

어두운 문 앞의 자물쇠를 여는 것 같았다.

민이의 죽음 이후 ‘부활과 소명’이란 단어에 집착하며

내 아이의 부활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신에게 묻고 또 물었던 기억이 살아났고,

비밀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직장일로 몹시 바쁜 해민이 이모까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 축하해 주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외국에서 살다 잠시 들른 오빠와, 나 그리고 동생

이렇게 우리 삼남매가 어렵게 한 자리에 모였고

그 안에서 해민이는 귀한 보물처럼,

성 가족 품 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처럼 아름답고 충만해 보였다.

민이를 잃고 남편과 헤어진 후 기도하던 성당에서,

다정해 보이던 성 가족상이 얼마나 가슴을 쓰라리게 했으며

낱낱이 해체된 내 가정의 모습을 아프게 떠올리게 했던가.

해민이의 행복한 모습은 그때의 쓰라린 기도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해민이가 민이의 대체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내게 거듭하여 새로운 소명을 부여한다.

앞으로 흘릴 눈물이 많이 남았다 해도 반드시 웃음도 함께 하리라는 것을 느낀다.

해민이의 앞날이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는 믿음 또한 강하다.

 

나이 많은 엄마이기 때문에 해민이가 결혼할 무렵이면 나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기가 된다.

그러나 시간의 길이는 큰 의미가 없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충만하다면 더 이상의 욕심은 필요 없다는 것을 안다.

해민이가 엄마를 떠나 보내는 시간이 오면 기억해 주면 좋겠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이렇게 엄마가 노래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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