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해민이의 유아세례를 앞두고 마트에 들렀다 오는 길이었다.
내가 운전하는 뒷자리에서 해민이가
요즘 어린이 집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다음 대목을 내가 이어서
‘헤어지는 마음이야 아쉬웁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요’
이렇게 노래하는데 항상 지나치는 산후 조리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5년 전 갓 낳은 딸과 함께 머물렀던 곳,
평소에는 애써 외면했던 건물 간판을 올려다 보는 순간 가슴에 작은 울림이 울렸다.
‘헤어지는 마음이야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요…...’
해민이의 입을 통해,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나의 딸 민이가 들려주는 천상의 노래일까?
찰나의 순간이 주는 위로였다.
유아세례는 저녁 8시였고,
해민이의 대부를 맡기로 한 나의 오빠는
먼저 고해 성사와 저녁 미사를 마친 후 성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8명의 아기들과 가족 친지들이
성당 앞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경건한 세례식을 하는 동안,
해민이는 얌전하게 자리에 앉아
가끔 큰 소리로 ‘아멘!’하고 외쳐서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다.
세례명 다니엘이 새롭게 해민이의 이름이 되는 시간,
신부님은 아이의 이마에 정성껏 성유를 바르고 성수를 부어 세례를 해주셨다.
3년 전 민이의 유아세례 때 아이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눈물과 콧물로 범벅 되었던 시간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 기억이 눈물을 불러오지는 않았다.
해민이의 세례 초에 불을 붙이며 신부님이
‘이 불은 부활 초에서 옮긴 것입니다’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머리 속에서 찰칵, 하고 비밀의 열쇠가
어두운 문 앞의 자물쇠를 여는 것 같았다.
민이의 죽음 이후 ‘부활과 소명’이란 단어에 집착하며
내 아이의 부활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신에게 묻고 또 물었던 기억이 살아났고,
비밀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직장일로 몹시 바쁜 해민이 이모까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 축하해 주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외국에서 살다 잠시 들른 오빠와, 나 그리고 동생
이렇게 우리 삼남매가 어렵게 한 자리에 모였고
그 안에서 해민이는 귀한 보물처럼,
성 가족 품 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처럼 아름답고 충만해 보였다.
민이를 잃고 남편과 헤어진 후 기도하던 성당에서,
다정해 보이던 성 가족상이 얼마나 가슴을 쓰라리게 했으며
낱낱이 해체된 내 가정의 모습을 아프게 떠올리게 했던가.
해민이의 행복한 모습은 그때의 쓰라린 기도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해민이가 민이의 대체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내게 거듭하여 새로운 소명을 부여한다.
앞으로 흘릴 눈물이 많이 남았다 해도 반드시 웃음도 함께 하리라는 것을 느낀다.
해민이의 앞날이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는 믿음 또한 강하다.
나이 많은 엄마이기 때문에 해민이가 결혼할 무렵이면 나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기가 된다.
그러나 시간의 길이는 큰 의미가 없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충만하다면 더 이상의 욕심은 필요 없다는 것을 안다.
해민이가 엄마를 떠나 보내는 시간이 오면 기억해 주면 좋겠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이렇게 엄마가 노래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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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남편은 산에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데
디토님께서 가슴저깊숙히 꽁꽁 묻어놓은 민이가있었군요
얼마나 힘들었들까요
상처는 흐르는 세월이 약이라지만 가슴에 묻은 자석은
아픈보석이되어 오래가는법이지요
그래도 지금 해민이가가있어 희로애락을
함께나눌수있음이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늘 씪씪하시고 건강하시길요
답글
단제스
전 아이가 지금 미국에 있습니다..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충만하다면 더 이상의 욕심은 필요없다는 것을 안다...라는 말씀에 울컥해지네요...아들이 너무 보고 싶고..함께 있지 못해 안타깝구요...서로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추억이 있다면 헤어짐도 그리 슬프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원없이 사랑했다면...뭔 아쉬움이 있겠습니까...떨어져 있지만..아들녀석을 원없이 사랑하렵니다..
답글
일마레
이럴 때 참 속상합니다..가슴에 뭔가 꽉 차오르는 느낌이 드는데...이런걸 뭐라 표현하고 글로 써야 하는건지 막막해질때요...
답글
메이폴
저는 참 부러운게 디토님의 인격뿐 아니라 가족들의 인품입니다.
입양에 대해 전혀 거리끼지 않고 해민이에 대해 아낌없는 사랑을 퍼부어주는 디토님 가족들의 인품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보통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입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디토님의 가족은 해민이를 당연한 가족으로 받아들여 주시니, 그것도 해민이의 복, 디토님의 복입니다.
해민이가 이모부에게 아빠아빠하고 찾는것은 이모부가 해민이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때문이겠지요.
디토님 가족 모두,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그리고 해콩아~~ '언니'가 증말 이쁜 수영복 준비해놨다!!! 해콩이가 입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헤벌쭉 좋아지는구나~!!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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