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마 한 번 했다가.....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9-04-29 06:34

조회수 2,139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늘 땋은 머리 늘어뜨리고 있던 열 여덟살짜리 새댁이 시집을 가서 가장 힘들었던게

시할머니까지 모시는 열명이 넘는 대가족의 밥상차리고 빨래하는 일이 아니라

머리 쪽찌는 일이었단다.

어린 새댁이 머리를 틀어올려 비녀로 쪽을 찌는게 힘들어 시어머니가 아침마다 쪽을 쪄 줬는데

털털하고 성질급한 시어머니가 며느리 쪽쪄주는게 귀찮아서 당시 시골마을을 돌던 야매 미용사에게

쌀한말과 며느리, 그리고 동갑이자 친구였던 딸을 데려 가버렸단다


50년대였던 당시에 빠마머리는 신여성의 상징이자 시골에선 볼 수 없는 헤어스타일이었는데

우리 할머니는 순전히 며느리 쪽쪄주는게 귀찮다는 이유로 며느리와 딸을 신여성으로 만들어버렸으니...

아무튼 동갑내기 딸과 며느리 머리를 빠글빠글 볶아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린 며느리가 물동이 이고 나가는 것만 봐도 입이 벙그러지던 우리 할아버지..

빠글빠글 볶은 며느리 머리를 보고는 에잉! 하고 돌아앉아버렸단다

증조할머니는 ' 집안 망할 일'이라며 빠마의 총책임자였던 며느리 , 곧 우리 할머니를 쥐잡듯 잡았고

안그래도 조심스러운 시집살이에서 빠마 한번 했다가 분란이 일어난 걸 보고 어린 새댁은 수건을 둘러쓰고

쥐죽은듯 방안에만 있었는데...


실개천 건너편에 살던 새댁의 친정아버지가 이 불의의 사태에 대한 소문을 듣고 어렵다는 사돈댁에

( 그전엔 동네친구였던...) 건너와서 딸의 빠마머리를 보고는,,

' 나 죽어도 절대 친정에 오지말라' 는 엄명을 내리셨다나...


당시에 부모가 돌아가시면 머리를 풀고 곡을 해야 하는데 삼단같은 머리를 싹둑 잘라 뽀글뽀글 볶아버렸으니 우세도 이런 우세가 없다는게 새댁의 친정아버지 생각이었으니..

신랑은 군대가버려서 편들어줄 사람은 없지, 괜히 시어머니 명령에 따랐다가 (뭐 솔직히 본인도 해보고 싶었겠지) 온 집안에 빠마사태에 대한 난리가 났으니 새댁은 눈물만 찔금찔금 짤 수 밖에..


그렇게 몇날을 죄인처럼 공범인 시누이와 한방에서 꼼짝도 못하고 지냈는데,

빠마사태가 번개처럼 소문이 돌고 돌아 이웃 마을에 살던 시외삼촌께서 건너오셨더란다.

시외삼촌 즉, 시어머니의 친정오빠는 당시 명망높던 민의원이어서 그 어른의 말한마디는 곧

무게가 넘치고도 넘쳤는데.

민의원이었던 시외삼촌과 시아버지, 그리고 친정아버지 셋이 앉아 술 한잔을 하면서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가 며느리의 빠마사태에 대한 성토를 울분에 차서 해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민의원이었던 시외삼촌이 ' 거 , 참 질부 머리가 좋소. 국화꽃 피듯 몽실몽실하니 참말로 이쁘요'

라고 하셨다나.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의 약간의 항의가 있었으나 시대와 풍속등에 대해 점잖게 말씀하시는 시외삼촌의

말씀에 나중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그 몇달 후 휴가를 나온 신랑이 그때까지 토라져 손주며느리를 쳐다도 보지 않던 증조할머니에게

온갖 애교를 동원해 마음을 풀어주셨다고 하니..


빠마 한번 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던 우리 엄마의 어설픈 신혼이야기다.


그날 이후로 이적지 우리 엄마는 빠마를 하고 사신다

시대를 앞서갔다기보다 순전히 귀차니즘에 의거한 시어머니의 결단이 우리 엄마를 신여성으로 만들었지만, 우리 엄마는 가끔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성격은 털털했지만 인습에 그리 얽매이지 않았던

멋진 분이었다고 그리워하신다.

평생을 딸보다 며느리를 더 귀여워하고 의지하셨던 우리 할머니,

친정엄마보다 시어머니가 더 좋아, 남편보다 시어머니 때문에 살았다고 하던 우리 엄마.

그리고 그 구순하던 고부간이 우리 올케언니에게도 이어져 우리 엄마역시 예전에 우리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딸보다 며느리를 더 사랑하시는 것 같다.............질투가 난다!!!  -.-;;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글수 글수(36,586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0580   화초 아파트와 그네 2 현이2009-05-021253
20579   기다리던 선물... 3 보꽁2009-05-021295
20578   밥이 없어요~~~ 3 공룡킹2009-05-021383
20577   선물로 받은 책2권~ 2 공룡킹2009-05-021175
20576   오늘이 보러갑니다~ 2 백수미2009-05-021247
20575   아, 정말 안보려고 했는데... 4 메이폴2009-05-021541
20574   5월 첫 나들이는 극장으로... 공룡킹2009-05-011389
20573   어린이집 안가려고 하는 아이 어떡해요? 9 디토2009-05-016754
20572   5월은 좋은습관을 !~ 3 분꽃2009-05-011269
20571   빵빵까페 이름이 멋져서... 2 수선화....2009-05-011448
20570   인사드립니다.. 8 수선화....2009-05-011469
20569   병아리 꽃나무 8 현이2009-05-011440
20568   인사드림니다 8 teresung..2009-04-301324
20567   "딸기" 맛보세요... 8 공룡킹2009-04-302093
20566   다음에 또 만나요! 4 디토2009-04-301890
20565   어쩌면 ... 1 메이폴2009-04-301341
20564   금낭화 3 현이2009-04-301251
20563   5월은 어버이날 2 분꽃2009-04-301186
20562   부부사이가 서늘할 땐... 5 또미2009-04-301540
20561   만남이란.... 7 ㅁ궁화2009-04-301279
20560   뉨들도 이런 경험있으셈? 4 메이폴2009-04-291365
20559   매직큐브 체험단에 선발되었어요 ^^ 4 이쁜바보..2009-04-291326
20558   신랑이 준비해준 음식~~ 3 공룡킹2009-04-291467
20557   무스카리라 한다네요 1 현이2009-04-291184
20556   빠마 한 번 했다가..... 4 누봉이2009-04-292140
20555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3 일마레2009-04-284934
20554   그넘의 피임약이 없는 바람에.... 8 누봉이2009-04-281960
20553   너무 좋으네요 1 보꽁2009-04-281386
20552   요즘 날씨가 이상하지 않나요?/ 1 지니맘2009-04-281204
20551   그것은 어떤 빛깔의 슬픔이었을까.... 4 누봉이2009-04-281131
20550   귀족적이면서도 성적인 제목??? 5 일마레2009-04-281525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