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의 실꿰기

글쓴이 메이폴

등록일 2009-04-22 23:02

조회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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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의 기억은 온통 할머니에 대한 것이다

아, 유년의 꽃밭이라 해도 좋겠다.

어떤 두려움도, 걱정도 없는 완전한 행복. 그것을 꼽으라면 내 할머니와 함께 했던 유년의 2년간의 기억이라 하겠다.

그때는 국민학교였다.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몇개월과 국민학교 1학년 .. 그것이 내 아름다운 유년의 끝이었다해도  그 짧은 기억이 내 인생을 온통 사로잡을 줄은 그 당시, 난 꿈도 꾸지 못했었다.


하도 오래전 ㅡ,,,,, 참으로 꼽아보면 수억만년전인 것 같은 그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 나와 오빠와 막내삼촌.. 이 구성원이 가족이었다.

뜨문뜨문 생각나는 것은 슬라브집 마당에 온갓 종류의 꽃이 피었고 비오던 날, 삼촌이  회색 비옷을 입고

꽃모종을 하던 ........ 꼬마삼촌이 낱가리 위에 올라앉다 치던 세고비아 기타는  가을겆이가 끝난 후 할머니를 졸라 읍내에 나가서 사왔다는거.. 아주 소소한 추억들이다

그러나 그 중 강렬하게 내 뇌리를 사로잡아 이제껏 잡힐 듯 결코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있으니,

간혹 글로 써 올렸던 글들이 있다.내 삶이 팍팍할수록, 몇십년전 그 기억이 ,, 내 감성을 간신히 지탱해주는 단비같은 역할을 한다


그때, 난 내가 퍽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자식을 낳고 키우다보니 일곱살이란, 참말로 하품나게 어린 , 순수한 시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아발견이란 거창한 이름을 둘 건 없지만 뭔가 새싹에서 잎하나가 튀어나듯, 자아란 것에 대해 알지못할 의미를 발견하게 될 때이기도 하다.


우리 할머니는 터부가 심했다. 물론 그 시대 그 쯤의 연세를 지닌 분들은 대부분 그러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건, 나보고 머리를 자꾸 긁으라던 것이었다.

처음엔 멋모르고 했지만, 머리를 긁으라는 의미를 알게 된 후, 난 짐짓 순진함을 가장한 교활함으로

순전히 할머니 위로용으로 머리를 긁어댔으니... 그것은....

어린아기가 머리를 이마에 가깝게 긁을수록 자식이 그만치 가깝게 오고 있단 .. 전혀 근거없는 주술이었다.


우리 할머니는 .. 그렇게 장남인 우리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하루에 한번은 나보고 머리를 긁으라고 했고,, 난 그 의미를 알고 난 후, 일곱살인 주제에 할머니를 위로한답시고 이마 가까운 머리를 긁적여 할머니를 만족시키곤 했다..........아,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아버지는 오지 않으셨지만.....


얼마전 , 내가 할머니와 살때 우리 할머니 연세가 50세도 안되었었단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할머니는 할머니일 뿐, 그냥 태어날 때부터 흰머리에 쪽을 찌고 포뿌링 치마와 구멍숭숭 뚫린 난닝구를 입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 연세를 꼽아보다보니, 오마나,,,,,,,,,,,, 내가 일곱살때 우리 할머니는 오십도 아닌, 49세였다!!!!!!


당시 할머니는 구멍난 양말에 못쓰게된 백열전등을 속에 넣어 꿰맬때마다 어린 나를 불렀다

바늘 구멍에 실을 꿰는것이 어린 나의 절대적 사명이었으니...

나는 조붓한 바늘 구멍에 실을 꿰는 것이 재미있어 쏙쏙 꿰어드렸는데, 그러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쉬운 일을 할머니는 왜 하지 못하는 걸까?

하나로 열가지를 판단하는 나이였더 나는 할머니의 실꿰기를 못하는 걸로 '무식한'노인네로 결론짓고 의기양양했으니...


내 나이 마흔을 넘겨 얼마전부터 노안이 왔는지 설명서등을 좀 떨어져 봐야 제대로 선명하게 보이는 현상을 발견하고는, 늙었다는 한탄보다는 할머니 생각이 먼저 났다.

아. 내 나이도 할머니를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


내 아들이 열 여덟살이고 할머니 나이처럼 그때 결혼을 시키고 23세의 아버지를 결혼시켰다면

나 역시 손주 볼 나이가 아니겠는가.

물론 늦둥이를 본 친구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아 난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실을 꿸때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도 못꿰어 딸을 부르는 나이가 되고 말았구나..


이 나이가 되도록 , 나는 내 자신의 청춘을 믿어 의심치 않건만.

삶은 내 동안의 의지와 다르게 시계처럼 반듯하게 흘러가고 있구나...


인생은 어쩌면 이다지도 정직하단 말인가

자. 젊지도 늙지도 않았으니, 세월이 멈추든가 더 빨리가든가 그렇게 하여라.

내 축원이다.


나도 언젠가 내 손주를 앉혀놓고 ' 니 애비가 어디쯤 왔나 머리 긁어보아라' 그럴 것 같다.

'할미 눈이 어두우니 실 좀 꿰다오' 그럴 것같다.


아. 정말 세월은. 정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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