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사람?

글쓴이 또미

등록일 2009-03-20 11:28

조회수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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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좀 늦은 시간에 개 밥을 사러 저쪽 동네에 다녀왔습니다. 가기 싫다는 애를 살살 구슬려서 데리고 나갔지요. 정말 따뜻해서, 놀랐습니다. 봄이 정말 오긴 왔구나, 가로등 불빛이 비친 꽃구경도 좀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 더구나 울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학부모 총회 얘기가 나오니까, 저도 애한테 물어봤지요. 바로 오늘 한다는군요. 오고 싶음 와도 되는데, 엄마도 몇번 와서 봤듯이 뭐 별것도 없지 않느냐, 그러니 편할대로 해라. 하더군요.

아마도 오늘 안 가지 싶습니다. 가도 되긴한데요. 학교도 한번 안 가니 계속 안 가게 되네요.


"내 친구는 엄마더러 거지같이 입고 오지 말라고 그랬대. 지네 엄마보고 거지같이 해다니냐고 화내면서"

그러면서 요즘 애들은 학교 오는 엄마들에게 화장하고 이쁘게 차려입으란 말을 꼭 한다고 그럽니다.

엄마보고 거지같다고 하는 말을 들을, 그런 나이가 된 것인가. 내가 들은 말은 아니지만, 본적 없는 내딸 친구 엄마에게 연민이 느껴졌어요.


아이를 셋이나 기르고 있으니 본인을 위해서는 옷이나 화장품 같은 데 관심을 두기 어렵겠지요. 예쁘고 세련된 옷을 싫어하는 여자도 있을까요. 다 자식들을 위해 참는건데..


"만약 니가 엄마한테 그런 못된 소리하면..." 울 딸래미 눈이 똥그래져서 날 바라보더군요. 어쩔건데? 하는 표정으로.

"밤새로독 울거다. 그리고..." 울 딸의 차분해지는 표정..

"밤새도록 패줄거다. 그리고 너랑 절교하고, 말도 안 할거고, 밥도 안 줄거고..."

울 딸 베시시 웃네요.


남편도 말 안 듣고 자식도 말 안 듣고, 엄마에게 심한 소리나 하고 그러면 엄마는 뭘로 살겠니. 살아가는 재미가 없다. 내 일도 아닌데 신세타령 좀 했습니다. 그랬더니 울 딸이..엄마는 행복한 줄 알아, 합니다.

아빠도 말 잘 듣고, 나도 말 잘 듣고. 나는 절대로 엄마한테 거지같단 말 안 할거고, 아빠도 안 그럴거고. 그러니 엄마는 행복한 엄마인거야.


음, 안 할거라고 저렇게 말하는데. 나더러 행복한 사람이라 그러는데. 달리 할말은 없어요.

좀 커서도 그런말은 절대 안 하기다. 약속은 했습니다. 나도 공부도 못하면서, 누군 잘하는데 넌 뭐냐, 이런말 절대 안 한다고 약속하고요.


사춘기때, 후줄근하고 예쁜 옷도 안 입는 엄마가 부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승용차 타고 학교 오던 회장엄마 등과 비교하면서 초라한 모습의 엄마가 싫었던 때도 있었어요. 멋진 옷을 입고 안 입고가 엄마들간의 단순한 차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때. 우리 다섯 남매 입히고 먹이고 공부 시키느라 본인의 옷은 맘 놓고 사입기 어려웠고, 우아함 보다는 극악스럽게 또는 궁상스럽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나도 자식 키워가면서야 겨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아이를 믿고, 혹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생겨도, 언젠가는 너도 나를 이해할 것이다, 하면서 살아갈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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