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좀 늦은 시간에 개 밥을 사러 저쪽 동네에 다녀왔습니다. 가기 싫다는 애를 살살 구슬려서 데리고 나갔지요. 정말 따뜻해서, 놀랐습니다. 봄이 정말 오긴 왔구나, 가로등 불빛이 비친 꽃구경도 좀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 더구나 울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학부모 총회 얘기가 나오니까, 저도 애한테 물어봤지요. 바로 오늘 한다는군요. 오고 싶음 와도 되는데, 엄마도 몇번 와서 봤듯이 뭐 별것도 없지 않느냐, 그러니 편할대로 해라. 하더군요.
아마도 오늘 안 가지 싶습니다. 가도 되긴한데요. 학교도 한번 안 가니 계속 안 가게 되네요.
"내 친구는 엄마더러 거지같이 입고 오지 말라고 그랬대. 지네 엄마보고 거지같이 해다니냐고 화내면서"
그러면서 요즘 애들은 학교 오는 엄마들에게 화장하고 이쁘게 차려입으란 말을 꼭 한다고 그럽니다.
엄마보고 거지같다고 하는 말을 들을, 그런 나이가 된 것인가. 내가 들은 말은 아니지만, 본적 없는 내딸 친구 엄마에게 연민이 느껴졌어요.
아이를 셋이나 기르고 있으니 본인을 위해서는 옷이나 화장품 같은 데 관심을 두기 어렵겠지요. 예쁘고 세련된 옷을 싫어하는 여자도 있을까요. 다 자식들을 위해 참는건데..
"만약 니가 엄마한테 그런 못된 소리하면..." 울 딸래미 눈이 똥그래져서 날 바라보더군요. 어쩔건데? 하는 표정으로.
"밤새로독 울거다. 그리고..." 울 딸의 차분해지는 표정..
"밤새도록 패줄거다. 그리고 너랑 절교하고, 말도 안 할거고, 밥도 안 줄거고..."
울 딸 베시시 웃네요.
남편도 말 안 듣고 자식도 말 안 듣고, 엄마에게 심한 소리나 하고 그러면 엄마는 뭘로 살겠니. 살아가는 재미가 없다. 내 일도 아닌데 신세타령 좀 했습니다. 그랬더니 울 딸이..엄마는 행복한 줄 알아, 합니다.
아빠도 말 잘 듣고, 나도 말 잘 듣고. 나는 절대로 엄마한테 거지같단 말 안 할거고, 아빠도 안 그럴거고. 그러니 엄마는 행복한 엄마인거야.
음, 안 할거라고 저렇게 말하는데. 나더러 행복한 사람이라 그러는데. 달리 할말은 없어요.
좀 커서도 그런말은 절대 안 하기다. 약속은 했습니다. 나도 공부도 못하면서, 누군 잘하는데 넌 뭐냐, 이런말 절대 안 한다고 약속하고요.
사춘기때, 후줄근하고 예쁜 옷도 안 입는 엄마가 부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승용차 타고 학교 오던 회장엄마 등과 비교하면서 초라한 모습의 엄마가 싫었던 때도 있었어요. 멋진 옷을 입고 안 입고가 엄마들간의 단순한 차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때. 우리 다섯 남매 입히고 먹이고 공부 시키느라 본인의 옷은 맘 놓고 사입기 어려웠고, 우아함 보다는 극악스럽게 또는 궁상스럽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나도 자식 키워가면서야 겨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아이를 믿고, 혹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생겨도, 언젠가는 너도 나를 이해할 것이다, 하면서 살아갈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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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남
아들 생일이라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났었네요.
남들 다정다감한 부부들보면 부럽고
저사는거하고 우리부부 보면 한심하고요.
한번 남편에게 마음이 닫히면 열리는게 쉽지가 않아요.
싸움도 애정이 있을때 싸우는 거데요.
지금은 기대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글을 쓰다보면 항상 밝고 명랑한 글이 안쓰져요.
답글
또미
정남님 큰 아들 생일 축하해요~!
제가 괜히..썼나..^^;;;;;
툭툭 털자고요.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고...좋은 시간이 산 높이 만큼 많을겁니다~
오늘 즐겁고 행복한 시간 만들어 보세요.
답글
벼리
에고 요즘은 엄마들이 어찌나들 잘 꾸미고들 지내시는지..
울아들도 제가 학교에 갈일 있다고 하면 무지 좋아하면서 "엄마, 이쁘게 하고 와.."
그럽니다.
아이들도 자기들끼리 엄마자랑을 하나봐요..
저도 좀더 가꾸고 살아야겠어요..
딸아이와의 데이트..멋지네요..
이렇게 아이와 이야기 할 시간을 가진다는건 정말 좋은것같아요..
답글
스테파노맘
울 아들 저보고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구박해요.ㅜㅜ
그래도 제가 속상한 일이 있어 울적할때면 와서 안아주고, 사랑한다 해주고.
굶으면 몸에 안좋다고, 뚱뚱하지 않으니까 다이어트 하지 말라고도 해주고...
그냥 그러고 사네요.
답글
이정남
딸아이와의 데이트가 정말 아름답네요.
정겹고요. 세대차이나 생각의 차이를 느낄때가 많은데
그걸 조근조근 대화로 풀어 나가시는 또미님의 자식사랑과 지혜가
자식을 키우는 모든 엄마들의 길인듯하네요.
불어오는 밤바람이 포근하고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셨을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누추하게하고 다니시는 부모님 창피하다고 생각한적도 있었고
아들들에게 창피하다고는 아니래도 부끄럽다는 표정 본적도 있고요.
그래서 함께 나가면 항상 멀리 떨어져서 가려하네요.
울 큰아들하고 마트갈때 함께 나가면
아들은 멀지감치 떨어져서 주머니에 손놓고 가고
저는 나보다 덩치가 한참 큰 아들의 팔짱을 살며시 끼면
싫다면서 팔을 뿌리치는 아들에게 서운함과 서글픔과 배신감도 들어요.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엄마가 팔짱도 좀 낀다고 뭐가 나빠서.
서운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요.
딸들은 그렇지 않지요?
답글
또미
딸은 막 엉겨붙죠. 말도 많이하고..
그래도 전 아들도 하나 있었음 좋겠다,,그러기도 하는데요. 역시 내가 없는 건,,
아쉬운 법인가 봐요. 부럽기도 하고..
전 나중에 든든한 사위보고..ㅎㅎ 정남님은 나중에 딸같은 며늘 보고..ㅎㅎ
그럼 될까요? ^-^
이정남
근데 울 시어머님도 딸이 없어서 며느리 셋 다 딸처럼이라고는 하시는데
그래도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에서만 그치게 되더라구요.
울 남편은 큰아들 낳으니 아이 그만 낳자고 했어요.
그러다가 터울쫗게 둘째가 생겼는데 지우라고 하데요.
그래서 저는 그냥 알았다고만 했지요.
남편이 시간이 자꾸 지나니 병원에 왜 안가냐고 하고요.
저는 지울 생각이 없어서 그냥 버티고 있었죠.
그러다 5개월 지나니 병원 못가잖아요.
그때 남편은 그러면 이왕 낳으려면 딸을 낳으라고 하고요.
자기한테 힘들다고도 하지 말고 먹고 싶는게 있으면
조용히 혼자 가서 사먹고 자기 귀찮게 하지말라고 하데요.
그러다가 8개월되어 병원에서 또 아들이라고 하니까
이제는 대놓고 싫어하데요.
둘째를 낳았는데 그날 남편은 거래처 사람들하고 파주시 법원리에 있는
색시촌 갔다 왔다네요.
그날 시어머님도 계시는데 남편에게 뺨을 한방 날렸었지요.ㅎㅎㅎ
아이가 태어나서 울고 칭얼대면 시끄럽다고 업고 나가라고 하데요.
그래서 남편 밥차려주고 항상 업고 계단에 나가서 얼러던 생각이나고요.
그러다가 아들이 돌이 지나니까 엄마소리보다 아빠를 먼저 불러서 저를 놀래키고
큰아들보다 작은 아들은 애교도 많고 자상해서 엄마 아빠한테 재롱을
많이 부리거든요. 지금은 작은 아들한테 미안하다고 작은 아들을 더 많이 챙기네요.
울 남편한테 지금도 저는 정이 많이 없네요.
몇년전에 중국에 3년정도 갈 일이 있었뻔 했는데 무지좋아하다가 말았네요.
다른일이 생겨 못가게 되어 버렸거든요.
그것도 무면허로 걸린 벌금 안내서 여권을 못만들어서 못갔지요.
오늘 울 큰아들 생일이라 이런저런 생각에 맘이 복잡하네요.
괜히 저의 푸념만 늘어 놓고 말이 길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