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여성 모두는 이렇게 외쳤으리라. 역사가 이뤄졌다!"
6월 6일자 <여성신문>은 이미경, 김희선 의원 등에 의해 호주제 폐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던 지난달 27일의 소회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처음 기사를 읽었을 때, 법안이 통과된 것도 아니고 제출된 것을 가지고 이렇게 감격하기까지야, 싶다가, 0.5초만에 그런 배부른 반응을 자진철회했다.
0.5초란, 57년 민법 제정 이후 50년 가까이 전개된 쉴틈없는 폐지 운동에도 불구하고
몇몇 유림 어르신들의 훈계 몇 마디를 곁들인 근엄한 영상, 그리고 그 뒤에 숨은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차가운 시선 아래 줄기차게 깔아뭉개지다가, 드디어 여야와 성별을 떠난 국회의원 52명이
법률개정안 발의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을 복기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그리고나서 아아, 이 정도에도 감격해야 하는 게 맞는구나, 이게 우리 현실이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제 폐지 '배낭투쟁'의 전설적 인물
호주제 폐지 운동 하면, 반드시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다.
한의사 고은광순.
같은 한의사인 이유명호 등과 함께 98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을 결성하고,
300명 가까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이제는 전설이 된 단신 배낭 설득투쟁을 벌였던 여성이다.
2001년 가을, 그는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유인물이 담긴 배낭을 메고 혼자 국회에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유인물을 빼앗기고 경비들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쫓겨 나오면서도, 3주동안이나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에 매일같이 의원실을 돌며 호주제 폐지 발의에 동참을 호소하는 유인물을 돌렸다.
처음에는 ‘웬 이상한 아줌마’의 돌출행동이라고 백안시하던 의원 보좌관들도
나중에는 그의 열정에 감복하여 격려하고, 나는 왜 유인물 안주느냐고 다투어 재촉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14호까지 제작된 이 유인물은, 사소한 역사도 거저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그럼으로써 <여성신문>의 언뜻 ‘오버’처럼 보이는 감격에 찬 소회를 역설적으로 정당화하는 증거물이 되었다.
'아들 낳는 약' 처방 고발한 한의사
유신정권의 칼부림이 절정에 이르렀던 이화여대 재학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돼 제적 당한 뒤,
신군부가 유화적 제스처로 ‘베푼’ 복학시혜를 거부하고 우리 나이 서른에 한의대에 다시 입학한 고은광순은,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그 과정에서 삶의 질 개선을 이뤄내는 실천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한의사로서의 안락한 삶을 접고 자신이 가진 지적 물적 자원을 사회에 부지런히 환원해 왔다.
한의사의 중요한 수입원일 수 있는 ‘아들 낳는 약 처방’ 관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부모의 역할차별에 대한 상징적 문제제기 차원에서 ‘부모성 함께쓰기’ 운동을 제창했다.
그 과정에서 좌우 양쪽의 남성우월주의자들로부터 무수한 익명의 사이버 테러를 당했지만,
할 일이 많아서 심약한 난초과로 남을 수 없었던 고은광순은 주눅들어 입 다물고 붓 꺾기 보다,
그들을 상대로 치열한 사이버 설득전을 펼쳤다.
일그러진 당대의 공격을 내면의 상처로 싸안고 가기보다, 힘들더라도 당대에게 ‘넌 일그러졌다’고
당당히 지적하는 삶을 택했다. |
빈준
답글
이정남
저희 집안도 전주이씨의 고래등같은 고집스러운
유교관념의 소유자이긴하지만
여성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랍쪽 나라들 보면 아직도 우리보다 더 심하게 여성 차별하는
나라도 있던데 여성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메이폴님같은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분들께서 앞장서서 나서 주심 좋겠지요.
답글
메이폴
저겨........지가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가 아니라,,,,,,,,,,,,민망한 지식의 소유자거덩여........
이걸 어쩐대..
메이폴
현재 호주제 폐지로 우리 여성과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이 큰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꼴페미년 소리를 수시로 들어가며 투쟁한 고은광순님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 여성들의 사회생활의 폭이 넓어지고 지위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습니다.
고은광순 선생님은 현재 미쇠고기 군납반대 카페를 운영하시며 개인의 영적 성숙을 위한
명상모임도 주최하고 있습니다.
직접 뵙고 산행도 같이 하면서, 고은광순 선생님의 깊고 깊은 내면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권리에 대해
쉼없이 전진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숙연하여 나름 제 인생의 멘토로 남몰래 삼고 있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모두 고은광순 선생님께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