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을 팝니다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9-03-02 13:58

조회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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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을 팝니다.

헌 서방을 팝니다.


반 백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빠져 덤덤 하겠지만

허우대는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6척에 조금은 미달이고

똥배라고는 할 수 없으나

허리는 솔찬히 굵은 편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깡통입니다.


직장은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잔잔한 미소 한 번,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달착지근한 눈맞힘도

바람결에 날아가버린

민들레 씨앗된 지 오래입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며

두눈 감고 두 귀 막고

방안의 벙어리된 지 오래입니다.


연애시절의 은근함이며

신혼초야의 뜨거움이며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며

이제는 그저 덤덤할 뿐

세월 밖으로 이미 잊혀진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눈물방울 속에 아련한

무늬로 떠오르는 무지개일 뿐

추억줄기일 뿐.


밥먹을때도 차 마실때도

포근한 눈빛 한번 주고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텔레비나 보지

그저 담담하게 한마디의

따끈따끈한 말도없고.


매너도 없고, 분위기도 모르는지

그 흔한 맥주 한잔 둘이서

나눌 기미도 없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들뜨는 나들이 계획도 없이

혼자서 외출하기,

아니면 잠만자기.


씀씀이가 헤퍼서 말도 잘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있지만

집에서는 반 벙어리,

자린고비에다 술 주정꾼

서방도 헌 서방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바람불고

눈 비 내리어 서방팝니다

헐값에 팝니다


주정거리듯 비틀거리며

말은 하지만 가슴에는 싸한 아픔

눈물 번지고 허무감이

온 몸을 휘감고돌아

빈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서방팝니다


헌 서방팝니다며 울먹입니다.

흩어진 마음 구멍이 송송 뚫린듯한

빈가슴을 두드리며

안으로만 빗질하며 울먹입니다.


- 이향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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