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미 날짜가 바뀌긴 했지만) 차를 타고 오다가
문득 길거리의 표지판을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는데..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름하야...석쇠 한판...^^
간판에는 가게 이름만 있는게 아니라..
메뉴도 함께 있었습니다.
자연 삼겹
고추장 세삼겸
그녀의 오징어
마지막에 붙은 "그녀의 오징어"란 제목에..혼자 웃었습니다.
그게 너무 재밌다 싶었는지..전 기어이
점심때..같이 밥 먹는 사람들에게 신나게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들 즐겁게 저처럼 웃을 줄 알았나 봐요.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절 그냥 쳐다 보고 있었나 봅니다.
더 즐거운 그 다음 이야기가 나오는 걸 기다리는지..
어..썰렁한 분위기..
'그녀의 오징어'는 어떻게 생겼는지..그걸 석쇠 한판에
어떻게 구워먹는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
비가 옵니다.
저희는 형제가 다섯인데, 어제 마지막으로 네번째 남동생이 결혼을 했습니다. 막내 여동생이 오빠 먼저 갔습니다.
한복이 넘 작아서 못입고...새로 하자니 낭비다 싶어서
새로 장만한 투피스는..제 사이즈보다 더 한 치수 적어서(나름대로
깊은 뜻이) 숨도 못쉬고..내내 뻣뻣하게 서서 어른들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
한 3년만에 뵌 일가친지들은 저를 제대로 못알아보시는 바람에
제 이름 석자를 들먹이면서 인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막내 결혼할 때만 해도 얼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에 절 못알아보시는 걸 보면 아무래도 신체적인 변화가 너무 급격했나 봅니다. ㅜ.ㅜ
이모들은 나이가 드셨어도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그다지 닮지 않으셨는데..고모들은 모두 할머니의 살아생전 모습이랑 꼭 닮으셔서 신기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만 하신 후에 어른들은 모두 고향으로 가시는 바람에 더 긴 야그는 나누지 못했는데..왠지 더 나이드시기 전에...하룻밤이라도 함께 보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우리나라 결혼식은 갈수록...너무 시장좌판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 결혼식이라고 해서 미리 간 것도 아니고 저도 전날 밤에야 겨우 내려가서 결혼식 끝나고 우리 가족들과 몇시간 더 이야기 나눈 것밖에는 없습니다만...
아버님께...이젠 자식들 다 치우셔서 좋으시겠어요. 했더니...울 아바마마..그러시대요. 그게 꼭 그렇지는 않다고..그래도 치울 자식이 남아 있는게 더 나은 것 같다고 하시더만요.
신부랑 그 어머님이 결혼식에서 자꾸만 눈물을 보였는데, 그것조차 생경스러웠습니다. 나도 결혼식때 잠깐 눈물이 나올 뻐언 했던 것 같은데...우리집은 식구가 한 식구 더 늘었다 생각에서인지...아니면 별탈없이 동생까지 모두 치워서 모두 짐을 덜었다 생각해서인지...
부모님 환갑도 다 지나고 앞으로 집안 행사는 몇년간 없을 것 같고..또 형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식장에서 형제들 사진 한판을 모두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 틈에 ..큰 며느리가 자리를 잠시 비우는 바람에 우리끼리만 찍었는데... 우린 언니한테...자기만 없는 사진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고민입니다. 푸흐...
울 엄마는 제 아이들을 모두 키워주셨는데 이젠 남은 여동생 애들 키우시느라...마구 마구 늙어가고...울 둘째는 어제 할머니랑 헤어지는 순간 그래도 키워주신 정때문인지...저도 안보인 눈물바람을 하더군요. 오늘 전화하신 엄마왈 "윤진이 계속 안울던?"하시대요. 저의 대답은 "울긴, 엄마 모습 안보아지 마자 웃고 떠들고 ..할머니는 까맣게 잊어버렸어요. 그러니 엄마도 손주 걱정하지 말고 그냥 즐겁게 사세요."했답니다. 말 해놓고 보니, 엄마를 위로한건지 서운하게 해드린 건지..조금 헷갈렸습니다.
큰 딸이라고...맹 한게...울 엄마는 저랑 통화만 하고 나면 속 상하시다는데...제가 효도할 때까지...엄마 아버지..두분 모두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