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컵..땜에..

글쓴이 천선아

등록일 2002-04-17 01:54

조회수 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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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잠깐...나갔다 오는 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산 컵이 책상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걸 바라보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푸흐...

내가 고른게 이 컵이었을까?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그냥 멋적기도 하고..
보는 사람도 없고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지만..

무쟈게 잘 생긴 컵 하나를 앞에 두고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그래도 이건 아닌데 싶은게..

딸 아이가 핑크색이랑 노랑색을 너무 좋아해서
뭔가 사자고만 하면..항상 노랑색을 치켜 들거나 핑크색을
사들곤 하더니.. 내가 딸 아이를 닮아가는 건지...생각이 여기까지
오니깐..다시 픽 웃음이 나옵니다.

결혼한 여자 중에서 그릇 욕심 없는 사람 없겠지만..
..저도 예쁜 그릇 세트만 보면 눈길이 쪼르르르 달려갑니다.
그래도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사는 일에 인색해서인지..
살 것처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별 거를 다 따져보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습니다. 아직까지...내가 갖고 싶다고 해서
뭘 사본적이 별로 없어서인지..것두 아니면 이 그릇 예쁘고
정갈하게 놓고서 뭘 만들어 놓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건지
..그냥 눈요기만 하고 오는데..

오늘은 내가 이걸 기어이 사야지 싶어서 주머니 홀라당 뒤집어서
사들고 온 머그컵 두개입니다.

그 많고 많은 컵들 가운데..제일 예쁜 자태를 뽑내는 것 같았는데..
...집에 와서 그걸 제일 먼저 풀어서 씻을 때는 몰랐다가..
책상앞에 놓고보니 이 컵이 노랑색 컵이었습니다.
게다가 뭔 놈의 잡스런 무늬들은 그리도 많은지...
아이고..소리가 저절로 나오면서
아무래도 내가 봤던 그 컵이 이 컵인지...의심스럽기조차 합니다.

그런데 도통 기억은 없고..내가 이 컵을 보고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을까? 그 가게 조명 때문에..내가 컵을 잘 못 본걸까
그런 생각도 했다가...취향은 어쩔 수 없나 보다..싶기도 합니다.

슬그머니..찬장 속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다기 세트들을 만져봅니다.
투박해도 아직도 예쁜게...이것들을 산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이 다기 잔으로 차를 마셔본 적은 몇번이나 되는지 싶기도 하고..

결혼전.. 옛멋을 즐기던 선배 따라 다니다가
한동안 다도에 빠져서 다기 그릇들을 사모았던 걸 결혼할 때 싸들고 왔습니다.
..그때 가져왔던 다른 그릇들은 이미 짝을 잃었거나..다 깨지고
흔적도 없는데..이 다기들만..아직도 찬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그래도 인사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는 가끔..녹차를
사들고 와서...그게 떨어질 때까지는 우려서 보리차처럼..
홀짝 홀짝 마시기도 했었는데..찻잔 대신...소주잔으로 더 많이
애용했나 봅니다. ^^;

언젠가 후배에게 인심쓰면서 너 하나 가져다 줄께 했던 기억도 있는데
말 인심만 쓰고...약속은 잊어버렸구만요.

비 온뒤...아직은 온 세상이 다 젖어서인지..뜬금없는 욕심 뒤에..
젖은 세상처럼 마음도 젖어듭니다.

...글고보니..햇수로 치면 내가 벌써..결혼 한 지...10년이나 되었네요.

..적응기였던 세월인 거 같은데..
울퉁불퉁 못생긴 다기처럼...나는 여전히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지만...가끔은 녹차향 담은 다기처럼 깊은 정을 담고 살았는지...
또, 가끔은 소줏잔으로 쓰일 때처럼 남편에게 필요한 사람인 적은 있었는지..
것도 아니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찬장안에 제멋대로 쌓여 있는 그런 찻잔 신세는 아니었는지...그런 뜬금없는 생각도 듭니다.

세월도 빠르고..저도 나이들어 가고..

이 모든 생각을 다 하고 나서...그러니깐...글 다 쓰고 나서..
드는 생각이라니..내가 넘 한가한거야...별 뜬금없는 생각들까정..^^;

넘...생각하지 말고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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