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딸기가 눈에 보여 두근을 싸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줌마가 딸기를 까만봉투에 담더니 저울에 휙 올려놓고 저울의 바늘이 800g에서 한참 왔다갔다 하면서 흔들리는데도 ...그러니깐..정확히 멈추지도 않았는데...저에게 봉투를 쓱 내미는거예요.
아줌마..정확하게 재주세요. 라고 했더니..똑 같은 방법으로 저울 바늘이 멈추지도 않았는데..다시 저한테...내밀고, 평소에 저는 좀 무심한 편이라서 그런 걸 별로 따지지도 않는데..오늘따라 그 아줌마의 행태가 너무 의심쩍어서 자꾸 따지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 봉투를 받아서 제가 직접 저울에 올려놓고 바늘이 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여기까지는 나름대로 똑똑한 척 했습니다.^^;)
그 사이 절 바라보는 주인의 눈이 험해지는 걸 느끼면서 마음이 두근거리긴 했지만.. 제 옆에는 저한테 벌을 받느라 자기꺼랑 동생 킥보드를 두개씩이나 들고 낑낑거리면서 오던 아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좀 조심스러웠는데...우쒸...정말로 바늘이 800g을 넘는게 아니라 두칸이나 부족해서(그럼 20g인가요..40g이 부족한건가요..갑자기 헷갈립니다.) 좀 의기양양해진 모습으로 주인을 바라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주인은 온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로 "딸기 하나 사면서 이런 유세를 떠는 아줌마는 첨"이라면서 달랑 딸기 하나를 담더니(정말로 둘도 아니고 하나를 ㅜ.ㅜ) 저한테 다시 봉지를 내밀었습니다. 아마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터인데...그 새 제가 못볼걸 봐버린 겁니다.
..세상에, 저울 자체의 바늘이...정중앙에 가 있는게 아니라 두눈금이나 더 밑으로 가 있는걸 발견한 겁니다. 신대륙을 발견한 것도 아니지만 ...이때는 정말 흥분했습니다. 그 아줌마가 정말로 고의로 바늘을 속이려고 했던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접을 수도 있었을테니깐요. 하지만...저울의 바늘 자체가 아예 첨부터 틀려 있는데...이건 수상쩍잖아요. 그래서 제가 욕먹건 말건...주인에게 그걸 말하려고 따질 참이었는데, 그 아줌마도 제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저울의 바늘에 눈이 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아줌마의 험한 목소리에 눌려서 전 말을 더듬고...
제가 오늘 기가 막힌 것은 그 아줌마...전혀 자신의 행동이나 그 저울은 문제가 안되고...저만 이상한 아줌마로 길거리 한가운데서 망신을 시켰다는 겁니다.
딸기 한두개야 덜 먹어도 상관없지만 너무 억울해서 "아줌마 지금 뭐가 문젠데요. 저울이 저렇게 바늘이 틀린데...왜 저한테만 그러시는데요." 라고 한마디 더 보탰다가 한길가에 서서 딸기 하나 사면서 꼬질쪼질한 아줌마 대접을 받고 것도 모자라서...이렇게 따지는 아줌마한테는 딸기를 못 팔겠다며 제 손에 있는 봉지를 아예 뺏어 가데요. 허.....무쟈게 씩씩한 아줌마였습니다. 절대로 부부쌈같은거 하면 안질거 같았구요. 절대로 자기가 잘못해도 큰 목소리로 이겨버릴 것 같은 ...너무나 씩씩한 모습에...저, 감동받아서...여기에 소개합니다.
그래도 그렇지.....그냥요. 울 아들 앞에서 망신당하면서 한마디도 못한 엄마 모습 보여준 것도 속상하고...너무 화나서...점심 몽땅 먹고...책상에 코박고 나서 보니...벌써 저녁이네요.
...목소리 하면 저도 한목소리 하는데...오늘은 정말로 큰 목소리가 너무 끔직한 하루였어요...그 가게가 교회 근처에 있어서 예배 끝나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그 길거리에 서서...아들이랑...망신 당하고...우웃....우울해요..
참..딸기요..기어이 그 옆집에 가서 샀지요. 가게가 거기만 있나요...주변에 널린게 가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