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사동 한 구석에서 술을 먹었다(음, 이틀째 다야트 파계중임). 조금 촌스러운 술집, 그러나 그 집 단골 말에 의하면 구석구석 정성을 다한 집. 내가 보기엔, 정성이 그만 정도로 멈춰서 다행이지, 조금만 정성을 더했다간 무지하게 정신 사나웠을 집. 암튼, 간단히 말해서 꽃다방 수준의, 인사동에서 늙어서 조금씩 밀려난 인간들이 연애하는 곳인듯.
그 집 벽은 사진 갤러리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연꽃 사진들이 유난히 많았다.
우리가 술 먹고 있는 와중에.....한 남자가 취해서 우리 옆자리로 왔다. 갑자기 나와 동석했던 남자선배(자칭타칭 문화건달임, 왕년엔 신촌의 밤이슬이었으나, 지금은 인사동의 밤안개로 불리기를 원하는)가 일어나 절을 했다.
알고보니, 내가 본 사진들을 찍은 양반인데, 하하, 그 양반, 오십대초반의 대머리 그 양반, 내 옆자리의 문화건달선배한테 왈,
"야, ㅇㅇ야, 이런데서 보면 인사하는 거 아니야. 척 보면 모르겟냐? 나 연애하러 온거? 우씨....."
하더니, 갑자기,
"천원만 주라."
문화건달 선배 응하기를,
"천원 가지고 되겠습니까? 이 천원 드릴까요?"
"아냐, 천원이면 충분해."
천원을 받아서 다른 곳으로 연애를 하러 떠나는 그 오십대의 대머리 양반이 까페 문 앞에서 갑자기 일행인듯도 하고 아닌듯도 한 서너명의 중년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이 가발들아, 빨리 가자."
그 오십대 대머리 사진작가 양반에게는, 또래의 모든 '머리있는 남자'는 가발 쓴 놈들이다! 그 양반 술이 취했나 안취했나..가늠하는 어휘가 바로 그 가발이라한다. 취하면, 세상엔 딱 두가지 인간만 있다는 거다. 가발 쓴 놈과 가발 벗은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