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 아주 괜찮은 찜질방이 하나 있습니다.
통나무와 굽지 않은 황토벽돌로 지어졌고, 삼나무를 땝니다.
지난 토요일(5일)에 정희씨랑 그 토방에 다녀왔습니다.
(다향이는 서귀포월드컵경기장으로 소녀시대를 보러갔고요)
오붓하게 토방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난 요즘 이런 상상을 해요.
머리카락 하나 떨어지지 않은 깔끔한 집에서 당신이 해주는 밥상을 받으면서
하고 싶은 일에만 전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남들이 들으면 웃겟지만 내겐 그런 것도 소원이 돼버렸네요."
느끼는 게 있었는지 어제(6일)는 정희씨가 밥상을 차렸습니다.
도라지를 무쳐냈는데 맛이 신통치않습니다. 간이 덜 됐고, 식초가 빠졌습니다.
미역국도 내놨는데 싱겁고, 다 식어버렸습니다.
그래 한 소리하고 말았습니다. "이게 국이에요? 냉국이에요? 다 식어버렸네.
그리고 도라지나물에 식초가 빠졌잖아요. 간도 안 됐고."
픽 토라진 정희씨가 자신의 밥을 밥통에 덜어버립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입니다.
간이 맞지 않고, 재료가 빠진 건 그럴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 식어빠진 국을 내놨다는 건 정성이 빠져다는 걸 의미합니다.
화가 났으니 풀어주어야지요. 그래 차를 마시자고 청했습니다.
30분 이상 말없이 차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입을 뗐습니다.
"어제 역사스페셜에도 나왔지만 김삿갓이 어느 고을을 지날 때 한 아낙이
식사대접을 청해요.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생활형편이 많이 어려워는지
미음보다도 멀건 죽을 내놓지요. 그 아낙이 안절부절하는 걸 보고 깃삿갓이
시를 지어요. 난 청산이 비추는 죽도 감사하다고요.
그건 바로 그 아낙의 정성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요?"
"......."
오후에 셋이 산책을 했습니다. 저녁은 그냥 먹고, 정희씨가 뼈해장국을 만듭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다향아, 내일아침에는 뼈해장국 먹어" 합니다.
그리고 오늘아침.
살점이 뜯어지지 않는다고, 맛이 별로라고 다향이가 투덜댑니다.
다향이가 밥을 먹는 동안 반찬 두어 가지를 만들면서 뼈해장국을 더 끓입니다.
뼛국물을 내려면 진득하게 끓여야하는데 후루룩 끓여내니 맛있을리 없지요.
압력밥솥으로 20분 쯤 더 끓이니까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 이제 맛있는 냄새 난다. 그런데 엄마한테는 아빠가 더 끓였다고 말하지마."
"왜?"
"그럼 엄마가 기분나빠 하잖아."
"......"






> 


최신
이전



















밥상차리는 남자
디토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조금 더 현명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아내가 준비해준 (냉동)만두를 먹는데 속에서 얼음이 씹히는 경험을,
그것도 서너번이나 그랬다면 제 심정이 이해되시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만두나 고구마를 쪄낼 때는 젓가락으로 찔러봐야지요."라고
친절하게 얘기까지 해줬는데...
답글
디토
ㅎㅎ 아내되시는 분이 저와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아 재밌습니다. 시모가 없었다면 제 결혼생활도 거의 비슷한 형태였을 것 같아요. 요리나 집안일이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 보니 어쩌다 손에 잡혀도 냉국에다 간 맞지 않는 도라지 무침이었을 듯. 손에 익지 않은 일을 하려다 보면 그건 정성부족 보다는 내 용량에 버거운 일이기 때문에 부족함 투성이가 되지 않을까요. 일단은 시도한 것을 칭찬해주고 '근데 국이 좀더 뜨거웠으면 더 좋았겠다, 도라지 무침에 식초가 들어가면 훨씬 맛이 난다'이렇게 친절히 말하는 게 좋았을 텐디..두 분다 좀더 속 터놓고 얘기하는 게 어떠실지..정희씨도 불만을 표현않는 스타일인 것 같아 안으로 쌓이지 않을까 우려됩니다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