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아라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9-12-03 18:06

조회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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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닮아도 징그럽게 닮았다.

갓낳았을때도 너무 닮아 사람들을 웃기더니 (딱 찍어놨는데 사이즈만 다르다고)

커갈수록 이건 뭐 복사판도 이런 복사판이 없다

등짝 여드름 난 것조차도 어쩜 그리 똑같은지.. 식성이며 걷는것하며 인상쓸때 모습하며..

천만다행으로 성격은 하나도 안닮아 친정식구들로부터 '천운'이라는 소릴듣지만

하도 애기때부터 애비를 찍어놔서 내가 경기를 일으켜 작은 잘못에도 매질을 했던 덕분이

아니었나싶다.

그렇게 내 아들은 즤 애비를 딱 찍어붙여놓게 닮았다.

내 뱃속으로 나온 놈이 어떻게 저렇게 닮아도 애비만 닮았을까 신기할때도 있다.

가끔 아들놈에게 장난으로 찐짜를 붙을때 ' 너 아빠랑 똑같이생겨서 기분나빠' 하며 이단옆차기를 날릴때도 있을 정도다


헤어진지 10년.

별거까지 합치면 12년째다.

2-3년간은 파랗게 끓어오르는 증오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오히려 내가 살아갈 힘이 되었다.

이후 세월이 약이라서 증오도 사그라들고

그래도 아이들 아비라서 아이들때문에라도  연결의 끈은 놓지 않고 살았지만

뭘해먹고 사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궁금함도 눈꼽만치도 없다.

부부란 돌아서면 남이란 게 결코 헛소리가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딱 한가지 남은 감정이 있으니, 그건 연민이다.

증오도 걸러지고 추억도 남지 않았으나 아직도 비틀거리며 산다는 소식을 들으면

좀 잘살지.... 하는 연민의 감정은 일어난다.

아마 아이들아빠라서일게다. 딱 찍어붙이게 닮은 아들녀석이 있기에 어차피 아주 단절되지 않는 탓이다

물론 본바탕이 어디가랴, 10년을 남으로 살면서도 간혹 사람 속을 훅 뒤집어놓는 재주를 잊지 않으니

그럴때마다 또다시 훌러덩 속이 뒤집혀 혼자서 저걸 죽여살려 하지만,

그래도 속이 가라앉으면 '좀 잘살아라'는 생각이 든다

늙어서 애들 짐이 되지말고 늙어서 추하지말고 그래도 아들 딸 낳고 살았던 인연이 있으니

잘살아라. 그런 축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연민이 있다고 그와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와 살았던 생지옥같은 세월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먼지 한톨만큼도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있으니, 그 아이들의 아비이니

잘 살아라.. 좀 잘살아라...

아이들이있기에 연민도 있을것이다. 아마 그와 나 사이에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찌꺼기조차 없었을것을.


그런데.............혹시??????

그가 나보다 너무 잘살고  사람되서 잘 살고 있다면...

솔직히 아직까지 증오하고 분노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증오를 잠재울 수 있었던 건, 세월과 더불어 또 아이들의 존재와 더불어

꼬시다는,,,내 얄팍한 감정적 승리때문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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