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묘지를 찾아 걸었다.

글쓴이 시베리아

등록일 2009-11-17 04:19

조회수 1,830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공동 묘지를 찾아 걸었다.

 

끝없는 사막, 외로운 죽음의 길.

 

 

어제은 모처럼 쉬는 일요일.

 

엠피쓰리와 디카, 노트만을 간단히 챙겨 집을 나섰다.

 

인천에서 가장 크다는 부평 공원 묘지에 도착해서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산능선을 돌고 도는 그 광활한 묘지 바다란...

 

(더구나 중국에서 몰려온 황사로 그곳은 꽤나 운치 있었다.)

 

 

이번 공동묘지로의 여행은

 

내 협소한 생각들의 트임을 위한 답사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하루 하루 그 얼마나 보편적인가...



두 시간 남짓.

 

 그 곳에 머물면서 편안함과 안락,

 

그리고 슬픔을 느끼며 난 더러 울기도 했다.

 

눈으론 이승과 작별한 수 많은 존재의 빈 껍질을 바라보고

 

귀로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들으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삶과, 죽음과, 고민과, 헛된고 헛된 것들에 대해.

 

 

묘비명을 읽어 가는 과정도 무척 흥미로웠다.

 

알 수 없는 한자로 쓰여진 묘비들도 꽤 많았지만

 

그것 하나 하나는 고인들의 살아 생전의 모습과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자꾸 더 알고 싶어졌다.

 

더러는 너무 너무 예쁜 이름도 있었다.

 

진혜성 같은.

 

그렇게 묘비명을 읽고 있자니,

 

키다리 아저시의 제루샤 애벗이 생각 났다.

 

그녀가 저어비스 펜들턴에게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이름은 리페트 원장이 어느 무덤 묘비에서 따고,

 

성은 전화 번호부 제일 처음에서 땄다며 투정 부리는 장면.

 

주디 애벗으로 불러달라고 간청하는 장면.

 

 

혼자 킬킬대며, 날아가는 까마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도심속의 사람들이 봤다면 분명 미쳤다고 할테지만...

 

 

공동묘지 근처에는 화장터와 납골당도 있었다.

 

그 건물들은 일부러 렌즈 안에 담아 오지 않았지만

 

그것은 무서움이 아니라, 망자에 대한 예의였다.

 

마지막 가는 길, 미련이 남을까 봐서.

 

 

그렇게 걷고 또 걷고...

 

수 천개의 무덤들 중, 뗏장이 씌여지지도 않은 채

 

외로워 보이는 무덤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엄마가 알면 기절할 노릇이지만

 

다음에 올 땐 소주 한병 들고 와서

 

뿌려줘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망자들에게도 질서와 빈부 격차가 확연하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집요히 날 따라 다녔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완벽한 분위기를 설정하려면

 

좀 어두워진 후, 그곳에 가야 한다.

 

하지만 6시 이후로는 범죄 다발 지역이란다.

 

그러니 한낮이라도 앞으로 그곳에 자주 가야만 할 것 같다.

 

 

돌아 오는 길.

 

화장터에선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누군가 바람이 되어 이곳을 떠나는 구나...

 

가슴에서 싸르르...

 

하늘로 번지는 연기처럼 똑같은 슬픔이 번져나갔다.

 

 

그렇다면 나는 치열하게 살아야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숨쉬고 있다면.

 

 

공동 묘지로의 뜻깊은 오늘의 여행이

 

나를 조금 더 돌아보게 한다. 잊지 않을 것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글수 글수(36,917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1947   노랑국화와 포인세티아 4 현이2009-11-191889
21946   잔병치레 많아서 되려 신종플루는 걱정없이 비켜가나봐요~^^ 3 신혜원2009-11-191307
21945   피곤~~ 2 이겨울님..2009-11-181467
21944   추운 겨울날 예쁜 꽃 가득~ 본 사연^^ 1 요새 넘 ..2009-11-182571
21943   저의 초2인 아이는 오늘 신종플루 예방접종 한답니다. 3 눈부신하..2009-11-181116
21942   친딸 성폭행한 연하 재혼남 선처 호소한 모정... 9 누봉이2009-11-184393
21941   평택에 농촌체험 하러 가는데 이번주 날씨 좋을까요? 1 김장싫어..2009-11-181320
21940   돈주고 하면 되잖아? 4 밥상차리..2009-11-181507
21939   배봉산엔 산국이 많이 있네요 현이2009-11-181261
21938   친정엄마같은 우리 시엄마^^* 2 깽이2009-11-181642
21937   연산홍이 3 teresung..2009-11-171533
21936   세상에나 벗꽃이 피었더라구요? 3 현이2009-11-171272
21935   또 핸드폰을 바꾼.... 아휴 3 오키도키..2009-11-171232
21934   신종플루 예방백신 접종 3 좋은생각..2009-11-172326
21933   애기가 살짝 기침만해도 겁부터 나는 요즘.. 1 첫눈2009-11-171197
21932   지구 망하는 날..보고 왔습니다. 2 또미2009-11-171572
21931   아이가 이가 뿌러졌어요.. 1 송희수2009-11-171763
21930   오늘은 꽁돈 생긴 날.. 3 물만두2009-11-171448
21929   저희집 깨끗한 달력은요~ 우리집 보더리스 TV 일정관리가 그 비결ㅎ 1 나는야새..2009-11-171456
21928   그러면 백수되잖아. 6 밥상차리..2009-11-171461
21927   눈홍자단 4 현이2009-11-171773
21926   공동 묘지를 찾아 걸었다. 4 시베리아..2009-11-171831
21925   실제커플비교 3 이겨울님..2009-11-171372
21924   잠.. 1 이겨울님..2009-11-161024
21923   하루하루.... 2 현규현서..2009-11-161025
21922   영화 보고 싶을땐.. 1 우리맘2009-11-161339
21921   아이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좋겠네요~ 1 진정한 ..2009-11-161583
21920   월요병.. 1 전설동화..2009-11-161383
21919   탐폰생리대궁금합니다^^ 2 탐폰궁금..2009-11-161369
21918   트고, 메마른 입술 촉촉하게 관리하는 방법 냐옹냐옹..2009-11-161884
21917   오늘이 올 가을 들어 가장 춥다네여~>-< 1 김태형2009-11-161585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