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묘지를 찾아 걸었다.
끝없는 사막, 외로운 죽음의 길.
어제은 모처럼 쉬는 일요일.
엠피쓰리와 디카, 노트만을 간단히 챙겨 집을 나섰다.
인천에서 가장 크다는 부평 공원 묘지에 도착해서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산능선을 돌고 도는 그 광활한 묘지 바다란...
(더구나 중국에서 몰려온 황사로 그곳은 꽤나 운치 있었다.)
이번 공동묘지로의 여행은
내 협소한 생각들의 트임을 위한 답사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하루 하루 그 얼마나 보편적인가...
두 시간 남짓.
그 곳에 머물면서 편안함과 안락,
그리고 슬픔을 느끼며 난 더러 울기도 했다.
눈으론 이승과 작별한 수 많은 존재의 빈 껍질을 바라보고
귀로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들으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삶과, 죽음과, 고민과, 헛된고 헛된 것들에 대해.
묘비명을 읽어 가는 과정도 무척 흥미로웠다.
알 수 없는 한자로 쓰여진 묘비들도 꽤 많았지만
그것 하나 하나는 고인들의 살아 생전의 모습과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자꾸 더 알고 싶어졌다.
더러는 너무 너무 예쁜 이름도 있었다.
진혜성 같은.
그렇게 묘비명을 읽고 있자니,
키다리 아저시의 제루샤 애벗이 생각 났다.
그녀가 저어비스 펜들턴에게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이름은 리페트 원장이 어느 무덤 묘비에서 따고,
성은 전화 번호부 제일 처음에서 땄다며 투정 부리는 장면.
주디 애벗으로 불러달라고 간청하는 장면.
혼자 킬킬대며, 날아가는 까마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도심속의 사람들이 봤다면 분명 미쳤다고 할테지만...
공동묘지 근처에는 화장터와 납골당도 있었다.
그 건물들은 일부러 렌즈 안에 담아 오지 않았지만
그것은 무서움이 아니라, 망자에 대한 예의였다.
마지막 가는 길, 미련이 남을까 봐서.
그렇게 걷고 또 걷고...
수 천개의 무덤들 중, 뗏장이 씌여지지도 않은 채
외로워 보이는 무덤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엄마가 알면 기절할 노릇이지만
다음에 올 땐 소주 한병 들고 와서
뿌려줘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망자들에게도 질서와 빈부 격차가 확연하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집요히 날 따라 다녔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완벽한 분위기를 설정하려면
좀 어두워진 후, 그곳에 가야 한다.
하지만 6시 이후로는 범죄 다발 지역이란다.
그러니 한낮이라도 앞으로 그곳에 자주 가야만 할 것 같다.
돌아 오는 길.
화장터에선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누군가 바람이 되어 이곳을 떠나는 구나...
가슴에서 싸르르...
하늘로 번지는 연기처럼 똑같은 슬픔이 번져나갔다.
그렇다면 나는 치열하게 살아야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숨쉬고 있다면.
공동 묘지로의 뜻깊은 오늘의 여행이
나를 조금 더 돌아보게 한다.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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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
글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가네요. 의미있는 공동묘지의 여행
망자가 그토록 바라던 오늘이란 단어를
되새겨봅니다
답글
제비꽃
답글
미즈천사
시베리아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오셨군요...
묘지여행이라...
얻은게 많은 시간이었다니, 저도 저만의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고 싶네요^^
답글
디토
묘지를 여행하고 오셨군요. 어느 묘지에는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고 쓰여 있다 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울고 있는 오늘, 당장 내일이라도 이승을 떠나라는 부름이 있으면 웃으며 가야 하는 현실을 돌아보게 되지요.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말씀 마음에 새깁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