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묘지를 찾아 걸었다.

글쓴이 시베리아

등록일 2009-11-17 04:19

조회수 1,827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공동 묘지를 찾아 걸었다.

 

끝없는 사막, 외로운 죽음의 길.

 

 

어제은 모처럼 쉬는 일요일.

 

엠피쓰리와 디카, 노트만을 간단히 챙겨 집을 나섰다.

 

인천에서 가장 크다는 부평 공원 묘지에 도착해서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산능선을 돌고 도는 그 광활한 묘지 바다란...

 

(더구나 중국에서 몰려온 황사로 그곳은 꽤나 운치 있었다.)

 

 

이번 공동묘지로의 여행은

 

내 협소한 생각들의 트임을 위한 답사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하루 하루 그 얼마나 보편적인가...



두 시간 남짓.

 

 그 곳에 머물면서 편안함과 안락,

 

그리고 슬픔을 느끼며 난 더러 울기도 했다.

 

눈으론 이승과 작별한 수 많은 존재의 빈 껍질을 바라보고

 

귀로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들으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삶과, 죽음과, 고민과, 헛된고 헛된 것들에 대해.

 

 

묘비명을 읽어 가는 과정도 무척 흥미로웠다.

 

알 수 없는 한자로 쓰여진 묘비들도 꽤 많았지만

 

그것 하나 하나는 고인들의 살아 생전의 모습과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자꾸 더 알고 싶어졌다.

 

더러는 너무 너무 예쁜 이름도 있었다.

 

진혜성 같은.

 

그렇게 묘비명을 읽고 있자니,

 

키다리 아저시의 제루샤 애벗이 생각 났다.

 

그녀가 저어비스 펜들턴에게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이름은 리페트 원장이 어느 무덤 묘비에서 따고,

 

성은 전화 번호부 제일 처음에서 땄다며 투정 부리는 장면.

 

주디 애벗으로 불러달라고 간청하는 장면.

 

 

혼자 킬킬대며, 날아가는 까마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도심속의 사람들이 봤다면 분명 미쳤다고 할테지만...

 

 

공동묘지 근처에는 화장터와 납골당도 있었다.

 

그 건물들은 일부러 렌즈 안에 담아 오지 않았지만

 

그것은 무서움이 아니라, 망자에 대한 예의였다.

 

마지막 가는 길, 미련이 남을까 봐서.

 

 

그렇게 걷고 또 걷고...

 

수 천개의 무덤들 중, 뗏장이 씌여지지도 않은 채

 

외로워 보이는 무덤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엄마가 알면 기절할 노릇이지만

 

다음에 올 땐 소주 한병 들고 와서

 

뿌려줘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망자들에게도 질서와 빈부 격차가 확연하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집요히 날 따라 다녔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완벽한 분위기를 설정하려면

 

좀 어두워진 후, 그곳에 가야 한다.

 

하지만 6시 이후로는 범죄 다발 지역이란다.

 

그러니 한낮이라도 앞으로 그곳에 자주 가야만 할 것 같다.

 

 

돌아 오는 길.

 

화장터에선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누군가 바람이 되어 이곳을 떠나는 구나...

 

가슴에서 싸르르...

 

하늘로 번지는 연기처럼 똑같은 슬픔이 번져나갔다.

 

 

그렇다면 나는 치열하게 살아야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숨쉬고 있다면.

 

 

공동 묘지로의 뜻깊은 오늘의 여행이

 

나를 조금 더 돌아보게 한다. 잊지 않을 것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글수 글수(36,878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1939   배봉산엔 산국이 많이 있네요 현이2009-11-181255
21938   친정엄마같은 우리 시엄마^^* 2 깽이2009-11-181638
21937   연산홍이 3 teresung..2009-11-171530
21936   세상에나 벗꽃이 피었더라구요? 3 현이2009-11-171270
21935   또 핸드폰을 바꾼.... 아휴 3 오키도키..2009-11-171231
21934   신종플루 예방백신 접종 3 좋은생각..2009-11-172323
21933   애기가 살짝 기침만해도 겁부터 나는 요즘.. 1 첫눈2009-11-171193
21932   지구 망하는 날..보고 왔습니다. 2 또미2009-11-171567
21931   아이가 이가 뿌러졌어요.. 1 송희수2009-11-171761
21930   오늘은 꽁돈 생긴 날.. 3 물만두2009-11-171445
21929   저희집 깨끗한 달력은요~ 우리집 보더리스 TV 일정관리가 그 비결ㅎ 1 나는야새..2009-11-171455
21928   그러면 백수되잖아. 6 밥상차리..2009-11-171458
21927   눈홍자단 4 현이2009-11-171771
21926   공동 묘지를 찾아 걸었다. 4 시베리아..2009-11-171828
21925   실제커플비교 3 이겨울님..2009-11-171371
21924   잠.. 1 이겨울님..2009-11-161021
21923   하루하루.... 2 현규현서..2009-11-161024
21922   영화 보고 싶을땐.. 1 우리맘2009-11-161338
21921   아이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좋겠네요~ 1 진정한 ..2009-11-161582
21920   월요병.. 1 전설동화..2009-11-161380
21919   탐폰생리대궁금합니다^^ 2 탐폰궁금..2009-11-161368
21918   트고, 메마른 입술 촉촉하게 관리하는 방법 냐옹냐옹..2009-11-161882
21917   오늘이 올 가을 들어 가장 춥다네여~>-< 1 김태형2009-11-161580
21916   홍릉수목원엔 단풍이.. 2 현이2009-11-161195
21915   취미로 포켓볼을 좀 즐기는데... 1 Mr.짱2009-11-161123
21914   연아경기 기다리며 ) 남편 옷 살려고 하는데 어떤게 더 이뻐요? 3 율양2009-11-161293
    두번째 하나2009-11-171004
21913   오늘 날씨 너무 춥네요 사랑니2009-11-161433
21912   무지 힘드네요 이겨울님..2009-11-151222
21911   남자들의 수다 1 소엽2009-11-151556
21910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2 현이2009-11-151294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