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글쓴이 차미화

등록일 2009-11-10 21:27

조회수 1,255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퇴근시간 무렵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통...

아버지가 위독하시니 병원으로 오란다.

입원과 동시에 중환자실로 옮겨진 아버지는 별도의 처치를 취하기도 전에

그 밤 그 새벽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자가 되었다.

결혼한 딸이 보고 싶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는 나의 아버지...

결혼하고 첫 생일 그날은 나에게도 가족 모두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날이되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나의 생일에 슬픈 기억을 덜어주기 위한 가족들의 배려로

아버지의 기일은 평소 우리가족이 사용하지 않던 음력의 날짜를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슬픔이 덜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두번, 세번 반복되는 그리움에 슬픔만 깊어졌던 것 같다.

혹자는 기일을 정할때 살아계신 마지막 날로 하는게 옳다는 분도 계시고

돌아가신 그 날을 기일로 정하는게 옳다는 분도 계신다.

크리스챤 집안이었고 친가 외가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살아계신 상태라

그런것에 대해 잘 모르던 우리는 그냥 아버지의 돌아가신 날을 음력으로 계산하여

해마다 그날 아버지를 생각하여 가족 모임을 갖기로 했다.

그런데 운명의 아이러니함은 이럴때 발동된다고 밖에 볼 수가 없나보다.

이듬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살아계셨던 날 나는 나의 큰 아이를 낳았고

아버지의 첫 기일이자 결혼하고 나의 두 번째 생일이었던 다음 날은 또

탄생의 기쁨과 감사 보다는 그리움에 사무친 날이 되어버렸다.

오늘 벌써 돌아가신지 십수년이나 된 나의 아버지의 얘기를 하는 것은

내일이 아버지의 기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이렇게라도 토로하고 싶었다고 할까?

원래 무신경함과 고지식함을 완벽하게 갖춘 남편이기에 평소 친정에 가자고

조르지도 않고 나이드신 어머님께 잘하고자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건만

내일이 아버지의 기일이라는 나의 전화에 남편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한마디를 던졌다.

'어쩌라니? 낼 아버지 제사니까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자는 거지!' 라고 답하고 전화를 내려 놓는데

오늘 어머님댁에 가려다가 어머님이 강원도에 가셔서 밤늦게 인천에 오신다기에 낼로 미룬 약속이 생각났다.

아마 남편은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일년에 한번 찾아 뵙는것 보다는 살아계신 어머님과의

약속이 중했었겠지...

사실 내일 낮 아버지 산소에 다녀와서 동생 가족과 저녁도 먹기로 했는데 남편에게는

구차해질것 같아 말도 안했다. 남편은 당연히 낮에 산소에 다녀오면 저녁에는 시댁에 가는 거라

생각할텐데 일년에 한번 있는 장인어른의 기일을 친정 식구와 함께 보내고 픈 맘을 어찌

몰라주는지...정말 이럴땐 내가 이 남자의 뭐가 좋아서 그리 일찍 결혼을 서둘렀나 싶다.

자신의 부모님이 귀하면 아내의 돌아가신 부모님도 귀한 줄 왜 모르는지

그동안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며 내가 어머님께, 시댁에, 남편에게 정성을 쏟던일들이

갑자기 보상 받고 싶어지는 날이다.

말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 남편의 무신경한 말 한마디에 나의 맘에는 커다란 돌덩이가

하나 올라온 듯한 느낌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글수 글수(36,883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1884   내 식탐 어찌 좀 해주세요 T.T 2 냐옹냐옹..2009-11-111624
21883   [펌] 죽, 간식, 비상약, 좌훈쑥찜질패드, 우리 아이 수능 준비 지침서! 이쁜이2009-11-111368
21882   아름다운 단풍처럼 고운날들 되시구요 2 현이2009-11-111290
21881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2 차미화2009-11-101256
21880   방귀쟁이 4 송화2009-11-101331
21879   대학 전공 진로문제~~ 2 나의나무..2009-11-101327
21878   CJ오쇼핑 셀렙샵 아시나요? 2 켈리2009-11-101383
21877   바람.. 1 이겨울님..2009-11-101326
21876   전염병의 공포..요즘 무섭네요.. 1 그네2009-11-101154
21875   허브가 정말 효과 좋은가요? 3 별소나기..2009-11-101540
21874   막내가 신종플루 감염되었어요 ㅠㅠ 3 지인지호..2009-11-101513
21873   게을러져요... 2 현규현서..2009-11-101094
21872   경희대의 단풍 3 현이2009-11-101336
21871   어느덧 결혼 6년 6 예쁜애기..2009-11-101352
21870   결혼한지 5달째인데요.. 2 송순미2009-11-101331
21869   오늘... 1 이겨울님..2009-11-091188
21868   셈 단위 모르는 둘째 아이.. 같이 공부했답니다~ 1 호호호^0..2009-11-091921
21867   암예방+다이어트 잘마시면 약이되는 커피이야기 3 이쁜이2009-11-091348
21866   우리 아이 성향 검사하기! 초보맘2009-11-091955
21865   괜히 그만둔건가 ㅠㅠㅠ 3 sky16631..2009-11-091339
21864   미용실 갔다가 망신당하고 왔네여 ㅠ 2 여행가고..2009-11-091313
21863   남편한테 선물을 받았는데요.. ㅠ 1 그림이2009-11-091321
21862   슬럼프를 겪고 있는 우리 남편. 2 깍지언니..2009-11-091525
21861   모르고 마시는 다이어트 음료, '독'이 될수있다! 쥬쥬2009-11-091298
21860   여친과의 데이트. 4 밥상차리..2009-11-091896
21859   산 부추 현이2009-11-091541
21858   라면사러 가는길에... 현규현서..2009-11-081224
21857   따로따로~ 1 소엽2009-11-081240
21856   아아.. ㅠㅠ 1 미소낭자..2009-11-081306
21855   주일.. 1 이겨울님..2009-11-081199
21854   아름다운 새 동고비 2 현이2009-11-081454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