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운동을 하는 도중에
아파트 단지 한귀퉁이에서 투닥거리는 어린 연인들을 봤다.
딱봐도 중학생 티가 나는 두 아이는
선입견을 갖고 볼 수 없을 만큼 평범하고 수수한 차림이었다.
남자 아이가 일방적으로 여자 아이를 몰아부치고 있었는데
여자 아이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건지 아님 본래 성품이 그러한건지
선생님 앞에서 혼나는 아이처럼 주눅들어 있었다.
전진을 하는 와중에 슬쩍 엿들은 터라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다른 남학생과 문자를 주고 받은 걸 질타하는 것 같았다.
어린 것들의 풋풋한 사랑싸움에 픕,픕, 웃음이 났다.
당사자들은 정작 그순간 엄청 심각했을텐데 말이다.
단지를 한바퀴 돌아 다시 그 아이들이 서있던 지점에 당도하자
어린 연인들은 그사이 화해모드가 되어 손을 맞잡은채 저만치 걸어가기 시작했다.
"미안해.."
멀찍이서 여자 아이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애들은 뭐든 참 빠르구나,,,싶던 순간 아차,했다.
왜냐면 내가 처음 이성에 대한 달뜬 감정을 체험했던 것도 딱 저만할 때였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였던 그 애가 합숙훈련 중에 편지를 보내 오면
몇날 며칠간 펴보면서 가슴에도 그렇게 봉숭아물이 들던 때가 내게도 있었는데
새삼스레 격세지감을 느끼는 게 우습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으로 그 애와 데이트를 했던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그 길고 긴 숲길을 호젓하게 걷는 내내 둘다 수줍고 수줍었던 것,
요즘 애들처럼 당당하게 손을 잡아볼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던 것,
그시절의 어린 연인들에게는 질투나 분노 따윈 없었다는 점이다.
난무하는 막장 방송에 일찍부터 노출된 요즘 아이들은
관계에 대한 신의도 가볍고, 인내심도 가벼워 보인다.
어쩌면 사랑 자체가 가볍다.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쭐레쭐레 걸어가는 여자애의 뒷모습에서
내 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저렇듯 풋설고 시시껄렁한 사랑을 거치며 성장을 할 것이다.
그걸 지켜보는 건 자뭇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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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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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토
ㅎㅎ 풋설고 시시껄렁한 사랑~ 내 아이의 성장에도 빠질 수 없는 거겠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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