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은 정당한 이유를 100가지도 넘게 썼다고 했을때
다향이는 어리지만 참 자의식이 강한 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자아가 강한 축에 속하는지라 사람들과의 불편하고 무의미한 말섞기도 싫어하고
부당한 사회환경들에 대한 불편함을 소극적으로 맞서다보니 지독한 개인주의자가 되었네요.
전 개인적으로 자의식이 강한 개인주의자들을 좋아합니다.
왜냐면 그들은 적어도 타인과의 관계에 불편을 끼치지는 않으니까요.
밥상님의 교육관은 구구절절 옳습니다...부끄럽게도 하고 반성하게도 합니다.
저도 아이가 유치원 다닐때 분당에서 2년간 살다 왔는데
평일 낮시간에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 바닥에서
나름 소신있다고 생각했던 저도 일말의 불안감이 늘 스멀거리곤 했습니다.
우리애만 뒤쳐지는 건 아닐까,,,결국 그 문제였겠죠.
전 지금도 내가 능력이 된다 해도 강남 등지에 입성해서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분당에서의 2년 경험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다향이가 무지 특이한 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의식이 좀더 강한 것 뿐인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것 조차 튀는 사람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겠죠.
하지만 다향이처럼 "건강하게" 자의식을 형성한 아이들은
사회에서 겪는 부대낌도 건강하게 견뎌낸다고 또한 믿습니다.
우리딸이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다향이에 관한 글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벌써 6학년에, 아직 생리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가슴은 제법 봉긋하게 솟은 이 아가씨는
때로 무개념해 보일 정도로 순진합니다.
일주일에 받는 5천원짜리 용돈이 식탁 위를 뒹굴러 다녀서 제가 도로 내 지갑에 넣었는데도
자기 돈을 찾을 생각을 안할 만큼 아직 돈에 대해서도 순수하고.
가끔 학교에서 못된 친구들 때문에 씩씩거릴때
"누구야, 엄마가 가서 머리털 다 뽑아줄까!" 이렇게 일부러 더 과장된 액션을 취하면
손을 내저으며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 보편적인 사회성을 가진 아이입니다.
그런데 전 이렇게 둥글둥글한 사회성을 가진 평범한 딸아이가 참 다행스럽습니다.
어느날 이 녀석이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 100가지를 적어서 내 앞에 내민다면
그때부터 저는 몹시 혼란스럽고 힘들어질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이 녀석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선언한다면
저는 온마음과 귀를 열어 타당성에 귀기울이고 결국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좋은 대학 가야 한다고, 그래서 좋은 직장 구해야 한다고,
그래서 공부 열심히 하자고 잔소리를 시작한 한 해지만
자신의 노선과 행로를 분명히 하는 순간 저는 그 길을 존중하고 또한 지지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좋은 대학 가야 한다거나, 혹은 좋은 대학 나와도 취직하기 힘든 세상이니 니 뜻을 맘껏 펼치라거나,
이것 모두 결국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저지르는 부당한 강요이긴 마찬가지라는 거.
그것이 부당한 강요가 되지 않으려면
내 아이에게 어떤 조언이 더 적합한가를 배려해야 한다는 거.
전 우리 아이가 제도권에 매우 순응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사회에 순응하는 삶을 코치하는 것이 "현재까지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향이에 대한 밥상님의 방식도 적합한 거구요.
저는, 보편적 정서를 살아가는 학부모들이 밥상님처럼 열린 교육을 하는 학부모들을 보면서 느끼는
약간의 의기소침함이 때때로 우려스럽습니다.
성적 때문에 자녀를 억압하는 나처럼 평범한 엄마들에게 그것은 이따금 환기구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너무 속물적이고 폭력적인 부모인 것 같은 자괴감도 들게 하거든요..^^
다향이 문제로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대한 밥상님의 반론은 매우 타당했지만
마찬가지로 좋은 대학,좋은 직장,,이런 삶의 가치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자녀를 교육하는
학부모의 선택도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의 아이들이 거기에 잘 순응하고 따라준다면 그또한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마치 그건 옳지 않은 삶의 방식이라고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라도 주입된다면 그또한 옳지 않으며,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나 다양한 세상에서 범죄적 방식을 제외하고 어떤 방식도 옳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믿으니까요.
세상엔 항상 여러 부류가 존재하기 마련이죠.
자녀를 억압하는 부모나 방목하는 부모나,
그것이 신념이나 소신에 의한 것이든 가치관에 의한 것이든,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의사선택을 얼만큼 존중하는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도 있고 더 황폐해질 수도 있는 거겠죠.
부모들이 단단한 심지 하나씩 가지고 좀더 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말에 흔들리고 저말에 흔들릴 것이 아니라
이 방식은 어떨까, 저 방식은 어떨까, 시행착오만 거듭하지말고
자기 아이가 생겨먹은 모양새의 자연스러운 결을 따라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모라면
충분히 훌륭한 부모라고 믿습니다.
다향이는 너무나 행복해 보이지만
엄마의 잔소리에 세뇌되며 오늘도 학원 세군데를 뺑뺑이 도는 우리딸 역시 그늘없이 행복합니다.
(참고로,,이 세군데 모두 아이가 보내달래서 등록시켜줬습니다.)
다향이 아빠는 아이와 함께 할 여행계획을 세우며 행복하겠지만
저는 아이의 영어작문 실력이 늘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행복합니다.
지금은 그것이 나와 내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현실이고,
저마다 각자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서 만족하고 살아간다면 되지 싶습니다.
제 글은 굳이 반론은 아니니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다향이와 다향이 가족의 살아가는 이야기 재밌게 잘 듣고 있으니까요.
참,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초등학교 의무교육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를 중단시키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리고,,윗글을 제 홈피로 퍼가도 되겠는지,,,답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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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폴
요즘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게 무엇인지 혼란이 와서
어느땐 밥상맨님 글에 , 맞아, 행복이란 부모의 잣대로 지켜지는게 아니잖아
하다가도 이미 익숙해져버린 사회의 기준에서 내 아이가 벗어나면
나중에 살아갈 일이 힘들어질까봐 겁이 나기도 하고...
어느선까지 관여하는게 현명한 것인지, 어느 선까지가 아이를 위하는 것인지
차라리 아무 생각없이 '공부해!' '좋은 대학가!' 이러는게 부모로선 편한 길이겠다 싶기도 하고..
범생이로 살았어도 인생이란 결코 내 의도대로 되는게 아니란 걸 알기에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어 그것에 행복을 느끼고 살라고 응원해주기로 했지만
역시 두렵기도 합니다..
요새는 내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내가 아이의 인생을 쥐고 흔들 권리도 없다
그리고 아이가 원한 일에 대한 결과는 그것 역시 아이의 인생이다. 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희노애락 모두가 인생인 것을,,, 실패와 좌절과 절망도 있기에
인생이 심심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평범하게 , 잠잠하게 , 편안하게 아이가 살았으면 하는게 가장 큰 바램이지만
한번 살다가는 인생, 풍파에 시달려도 보고 울어도 보고 견뎌내기도 하라고,
그런게 인생이라고, 옆에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어차피 미래는 알 수가 없고,
준비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때론 두렵기도 하지만 때론 용기가 샘솟으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십대 중반에도 바다를 보면 항해를 꿈꾸는 소년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제가 이상한가요?
사라
나도 이제 몇년후 애가 좀더 자라면 언니가 직면한 문제를 겪게 되겠지.
난 아마 싸우거나 하진 않을 거 같아..내가 워낙 쉬 지치고 포기가 빠른 인간이라서.
언제든 아이가 자기 진로를 구체화 하면 그땐 전진할 수 있도록 지지나 해줘야지.
뭘하든 신나게 재미나게 자기 인생 살면 되는거지 머.
메이폴
밥상님.. 사십대 중반을 향해 가는 저도 바다를 보면 항해가 아닌, 크루즈 여행을 꿈꾼답니다 ^^ (속물)
아직도 컴터의 한글 프로그램의 하얀 여백을 보면 가슴뛰는 저도.. 이상한건 아니라고 봐요.
그러나 이상은 현실을 발판으로 해야한다...이부분때문에... 그게 두려운 것이죠.
그리고 사라.
아이들에 대한 기대는 절대적이아니라 상대적이라고 봐
중학생때만해도 느긋했는데 고딩이 되니 정말 온몸으로 실감이 나네
서울대 연고대, 아니 인 서울대가 아니라도 자기 전공을 살릴 곳이면 지방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역시 평범하고 속물적인 인간이라, 아이가 좋은 곳을 나와야 나중 인생이 편할게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힘들어..
아들은 진로를 정했고 걱정이 안되는데, 날 닮은 딸이 늘 맘에 걸려서 힘들어 죽겠구먼...
밥상차리는 남자
홈피로 퍼가셔도 되고요,
독촉장(?)은 여러 장 받아봤지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저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범생이였기에
제 아이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범생이 아빠가 키우는 딸 또한 범생이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만약에 '학교는 다녀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했더라면
다향이는 '알았어'하고 다녔을 겁니다.
답글
사라
감삼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