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대결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4-04-03 00:19

조회수 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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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잘 살게 되었는지 아니? 그래도 미국이 도와줘서 그런거야
박정희 대통령이 잘 살게 해줘서 니네들이 잘사는거야

우리 엄마는 아직도 그렇게 굳게 믿고 있습니다
엄마의 말씀에 우리 삼남매 개떼같이 공격을 하죠
'엄마, 그건 엄마의 잘못된 생각이야~~~'
그리고 미국의 이익에 관련되어 마샬플랜이 어떻고 박정희의 과오가 어떻고
열변을 토합니다
그러나, 우리 엄마, 니네들이 나무껍질 벗겨서 먹어봤니?
배고파서 자식 영양실조로 굶겨죽이고 정신병에걸린 엄마들을 봤니?
배불러서 그따위 소릴 하는거야 하면서 주장을 꺾지 않으십니다

며칠전에 빈곤한 가정형편을 비관해 자살한 소녀가장의 뉴스를 보면서,
엄마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 소녀에게 민주가 인권이 밥보다 귀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우리에겐 민주가 인권이 소중합니다.
그러나 그 소녀의 입장에서는 굶주리지 않는 것, 생존하는 것이 가장
절실했을겁니다

우리 엄마가, 엄마의 세대들이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이 바로 그 생존의
강을 건넜기 때문일겁니다.

엄마는 밥 걱정 안하고 사는 지금도 방방이 불을 끄며 전깃세 걱정을 하고
화장지 길이에 예민해지곤 합니다.
가끔 엄마의 구차스러움이 궁상맞음이 싫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엄마의 생존의 경험때문임을 존중합니다.

서독이 미국의 마샬플랜 덕분에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듯이
분명 우리의 성장 근간에는 그 마샬플랜( 철저한 미국의 이익을 위한) 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에 감사하지는 않습니다.
그 원조에 감동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양키고홈을 외쳤던 세대입니다.
그러나, 엄마가 미국에 대해 굳건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해도
나는 엄마를 미워하지도 엄마를 매도할수도 없습니다.
나는 나의 가치관이 있듯이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처절한 생존의 경험으로
얻어진 '생각'이 있을테니까요
다만 그분들의 삶의 궤적을 존경하고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생을
거침없이 놓아버렸던 그 희생을 존경합니다.
미국이냐, 박정희냐로 엄마세대를 폄하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 엄마, 엄마의 세대들이 살아왔던, 그 처절한 몸부림의 세월을
연민하고 그분들의 삶을 존경할 뿐입니다.

엄마와 내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엄마와 내가 삶의 가치관이 다르다고
엄마를 무식하고 미래도 없는 늙은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처절했던 그 시절을 벗어나고자 죽어라 고생했던, 가엾은 우리 엄마일 뿐이지요..


들풀님,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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