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님의 글입니다.
>
>
> (1)
> 모처럼 출근길에 전철을 탔다.
> 7시50분...출근시간치고는 늦은 시간이라서 자리가 있을줄 알았다.
> 다리가 아파서 앉고 싶었다. 이제나 저제나...
> 아...이 시간에 강남 출근으로는 늦은 시간이니 최소한 종로3가, 을지로 3가에서는
> 자리가 날줄 알았다.
> 꼬박 신사역까지 서서 왔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 이 남자, 여자들은 전부 무직? 아님 자영업자? 아님...자유업?
> 깔끔하게 양복 입은 남자들을 보면서 문득, 서글펐다.
> 솔직히 정말로 실업자가 참 많은가 보다는 생각에 말이다.
> 그들도 날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
> 갈수록 실업자는 늘어나고, 그만큼 사람들은 각박해져가고 있다.
> 살기가 차암 힘들다.
>
> (2)
> 신사역을 나서는데 계단에서 어떤 남자가 사람들을 향해서 무언가(전단지)를 건네준다.
> 아무도 받지를 않고 지나쳐가고, 그 남자는 내민 손을 거둘때마다 눈을 질끈 감고 위를
> 한번 쳐다보고, 또 다시 전단지를 내민다.
> 계단 아래서부터 그 남자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서글프다.
> 저 사람 이일이 첨 이구나.
> 수치심을 이겨보려고 나름대로 눈 한번 질끈 감고, 한숨 쉬고...또 다시 내밀고
> 나라도 받아가야겠다 싶어서 그 앞으로 다가가서 받았다.
> 도대체 무얼까? 꽃배달 서비스라는 멋진 전단지 였다.
> 저 남자도 이 시대의 사오정인가보다.
>
> (3)
> 하루종일 자금 때문에 입이 다 부르텄다.
> 정 안되면 급전이라도 돌려야겠다고 결심하고, 어떤이에게 종일 전화를 걸었다.
> 벨이 여러번 울려도 받지 않을때마다, 얼른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 사실은 그 사람이 받을까봐 겁이 났는지도 모른다.
> 그래도 남은 자존심으로 그 사람에게 돈 부탁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 허나, 난 또 아침의 남자처럼 입술을 꼬옥 깨물고는 다시 돌리고 안받을때마다
> 다행이다 싶은 기분으로 얼른 끊고, 다시 걸고...
> 방금 전화가 왔다. 중요한 미팅이라서 전화를 서랍안에 두고 갔다고...
>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다고, 모레면 안되겠냐고...
> 사실은 오늘 안으로 얼마라도 결정이 되어야 하는데...두달...두달을 넘기기가
> 너무 힘들다.
>
> (4)
> 가끔은, 정말 성질 나는대로 퍼부어주고 싶지만...애꿎은 내 아이만 다쳤다.
> 어느새 밖은 네온으로 화려한데....
> 웬지 오늘은 이 사무실이 그래도 편하다.
> 그래...다시 일하자. 올 연말부터 귀인이 나타난다니까...버텨보는거얏!!!!
> 어쩜 힘든 내가 그보다 행복한거 아니겠어....
> 그래도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 그들을 위해서 이렇게 뛰니까 말이다.
> 내가 살아가야할 이유와,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 행복은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갈때에 "배"가 된다고 했으니까....ㅎㅎㅎㅎ
>
> 화이팅....오늘은 녀석을 안아주고...미안하다고 얘기해야지.
> 나하고 사느라 참 힘든 녀석인데....늘...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녀석이라
> 언젠가 공부도 스스로 하겠지.
> 그래도 엄마 걱정하면서 운동하다가 다쳤다고 둘러대는 녀석에게
> 내가 늘...배운다.
>
> 이런날엔 마음 맞는 친구와 목청껏 목로주점이라도 부르고싶다.
> 불현듯, 떠나고 싶다.
> 아무것도 하지않고, 생각지않고...
> 그렇게 푸욱 죽은듯이 자고싶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