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는 날은 공감하지 못하고, 지나온 날은 잊어버리는...

글쓴이 파멜

등록일 2002-09-28 10:01

조회수 3,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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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는 병원에 있었습니다. 정기검진 받는 날이어서 새벽부터 서둘러 서울에 갔었지요.
어린이 병원에 갈 때면 생각나는 얼굴들이 몇 있습니다.
우리 딸이랑 같은 입원실에 있던 아기들, 또래였던 아이, 그리고 고등학생이었던 아이...네 명이 기억납니다.

진료를 기다리던 사이, 목포에서 올라온 아기를 만났습니다.
입원했던 그 때 돌이 다 되어 가던 그 아이, 앉지도 못하고 팔 다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엔 걷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우리 아이 맞은 편 침대에 있던 아기 이야기를 들었지요.

여자아이였는데, 늘 먹고 싶어하던 아이였습니다.
하기는 마음 껏 먹고 놀 때였는데, 늘 금식을 하거나 절식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지요. 우유 6통이 하루 양식이었거든요.
새우깡 하나에도 그렇게 행복해 하고 기뻐하며, 정말 먹고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알던 아기였습니다. 우유병을 쥐고 누어서 우유를 먹을 때면 세상의 누구보다 행복했던 아기였습니다.

그런데....그 아기가 8월에 하늘로 떠났다고 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게 슬펐습니다. 수술 받은 것만 세 번. 가슴엔 늘 고무호스를 달고 때로는 그 호스가 빠져서 온 병실 사람들의 마음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었고, 금식할 때면 애처로운 눈길로 먹을 것을 바라보던. 그 예쁜 눈망울이 잊혀지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병원에서조차 그 아이를 볼 수가 없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러나 함께 살지 못하는 작은 생명에게 미안하고.
하루 종일 머리 속이 웅웅거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기차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반찬이 하나도 없었는데, 우리 아이는 밥을 잘 먹었습니다. 잘 먹어야 건강해지거든. 주방 아저씨에게 국을 두 번이나 더 얻어먹었지요.
건강에 집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건 건강한 사람들이 과욕을 부릴 때....그런 것이겠지요.

마음에 걸리는 것은, 두 번째인가 세 번째로 병원에 갔을 때.
그 때 그아기의 돌이었는데, 나는 과자 한 봉지 사주지 못했다는 거...
병원에서 진료보고 예약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언제나 내려올 시간 맞추기도 바쁘지만, 그 때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남의 일이기 때문에 또 쉽게 잊고 말겠지만.....그래도 그 아기가....
이제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고 아프지 않기를....그리고 아기엄마가 더 이상 울지 않았으면.....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은, 누군가가 그렇게 원하던 내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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