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난 김에 퍼온 글/내가 좋아하는 노인 친구

글쓴이 범경화

등록일 2002-06-05 16:54

조회수 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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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노인 친구 2 (Brandl 부부)

엊그제 친구 Rainer와 오랫만에 메일을 주고 받았다. 여전히 평화주의자이고 인권 옹호자인 그는 40이 다 된 그 나이에도 혼자서 아프리카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봉사하는 삶을 꿈꾸고 있었다, Salzburg 한 병원에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자리를 제시했음에도 수락을 망설이면서....

내가 오스트리아에 유학 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났던 Rainer는 영화배우 테렌스 힐과 또 요즈음의 로빈 윌리엄스와도 많이 닮은 잘생긴 정형외과 의사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국으로 인도로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열심히 다니더니 뒤늦게 의과대학에 가서 남들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의사가 되었는데 남을 도울 수 있는 자신의 일과 직업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언제나 따뜻함을 지니고 있는 자랑스러운 친구이다. Rainer가 그렇게 안정되고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히 그의 부모 영향이 클 것이다.

Walter 와 Erika Brandl부부는 우리가 오스트리아에서 지낼 때부터 지금까지 마음 깊은 곳으로 부터 늘 감동을 받게 되는 가까운 친구들이다. 몇 년 만에 만나고 몇 달 만에 편지를 주고 받아도 엊그제 만난 사람처럼 마음이 통하고 편안하다.

내가 아직 결혼 전 혼자 일 때부터, 명절이나 주말에 늘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족의 따뜻함과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고, 나의 부모님이 방문을 했을 때나 후에 내가 제자들을 데리고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에도 항상 자신들의 그 아름다운 집을 개방하여 우리가 마음껏 즐기고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10년에 걸쳐 직접 지은 그들의 예쁘고 단단한 집과 손때 묻은 검소한 장식들을 나는 아직도 구석구석 기억할 수 있다. 커다랗고 시커먼 늙은 개 Tino의 기억과 함께... 삶의 순간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직하던 그들은 Rainer와 Ullike가 가지고 놀던 장남감도 벽장안에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놀러가면 꺼내어서 놀게했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옛날 이야기를 똑같이 들려주곤 했다. 몇 년 전 겨울 우리가 찾아가서 몇 일 지낼 때, 하림 하현이가 가지고 놀던 나무블럭을 그 손자들이 가지고 놀면서 나에게도 익숙한 옛날얘기를 듣게된 것은 참 진한 감동이었다....

그들의 큰 아이 Rainer와 그의 동생 Ullike도 썼던 예쁜 아기 요람에서 갓난 아기였던 우리 하림 하현이도 건강하게 자라났고 그 후엔 그들의 손자들, 즉 Ullike의 아들들도 그 요람을 거쳤다. 어느 해던가 크리스마스에 보내 준 사진 속에서 우린 눈에 익숙한 요람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빨강색글씨로 Rainer,Ullike,Harim,Hahyun....그 요람을 거친 8명 아이들 이름이 수놓아져 있었다. Erika가 직접 손으로 수를 놓아 장식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해 나가겠다고 했다.

Erika는 조용하면서도 항상 그렇게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었다. 특수학교 선생님으로 오래 재직하면서 항상 바쁜 틈에도 조용히 집안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가꾸었고,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곤 하여 주변에 감동을 주었다. 학교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누구나 부러워하는 학교의 교장으로 발탁이 되었을 때, 자신은 소중한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조용히 거절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하현이가 태어나서 우리가 방이 하나 더 있지만 값싸고 허술한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 그들은 식구대로 주말마다 와서 집수리를 해주었다. 그 소중한 주말 휴식시간을 몽땅 우리에게 바쳐서 말이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우리가 얘기하면, "너희들도 다음에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된다"고 웃어주곤 하던 Waler Brandl할아버지가 이번 주 75세 생신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이 벌써 따뜻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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