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다향이가 시무룩합니다.
이제 두 밤만 자면 학교로 돌아간다는 사실, 아니 엄마아빠와 떨어져야
한다는 게 다향이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엄마아빠랑 집에서 지내는 건 편안하지만 무료하고, 학교는 심심하지
않지만 엄마아빠랑 헤어져 지내는 게 싫은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으로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다향이. 정희씨랑 셋이서 김영갑갤러리 앞의
카페 오름으로 갔습니다. 그곳의 돈가스가 괜찮거든요. 그런데 식사를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힘들어서 차만 한다고....
에고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람을 맞고 말았습니다. 그래 다향이한테
다른 것 뭘 먹을까? 물었는데 졸립다면서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집에서 저녁을 먹은 다향이가 진짜 8시부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향이가 네댓살 때의 일입니다. 과천에서 공동육아협동조합에 다녔지요.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서 어린이집에 가자고 서두르며 오후에 데릴러 가도
'조금 밖에 놀지 못했다'면서 더 놀다가면 안 되느냐고 물을 정도로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다향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오늘도 낮잠 자야해?"
"그럼."
"치! 낮잠자기 싫은데."
"그럼 그냥 집으로 갈까?"
"아냐. 안돼!"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갈 무렵, 어린이집에 가던 다향이가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자기는 밖에서 낮잠자기가 싫다면서 울었습니다. 그것은 엄마아빠랑 할머니
댁에 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집이 아닌 곳에서 잠 자는 걸 아주
싫어했지요. 그래 고민끝에 공동육아협동조합을 그만두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 그렇다는 조합원들의 만류를 부릅쓰고, 다향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지요.
가입비랑 석달치의 회비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싫은 걸 억지로 등 떼밀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싶어서 그만두었습니다.
오랫만에 다향이한테 옛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런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으니까 네 좋은 대로 하라고 말입니다.
다향이가 말합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엄마아빠랑 지내다가 헤어질 때면 힘들다고.
그래 말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라고. 엄마아빠도 함께 지내다가
네가 학교로 돌아가면 며칠은 아주 힘들다고 말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다향이가 성숙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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