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마을인 가시리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4-5년 전에 찾았을 때만 해도 순대와 돼지고기로 유명했던 작은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동네가 들썩들썩하니 사람사는 냄새가 납니다.
다향이가 그곳의 어린이 영화교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접했고, 영화를 꽤 많이 본 - 찰리 채플린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물론 '왕과 나', '로마의 휴일'등까지 섭렵해서 오드리 햅번을 좋아하는 -
다향이가 재미있어 할 것 같아 논의 끝에 등록을 했습니다.
가시마을 아이들은 처음부터 수업에 참여했지만 다향이는 세 번째 수업부터
참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첫 수업에 다녀와서 투덜거립니다.
선생님이 자신에게만 이야기를 만들어 오라고 했답니다. 그것도 두 편이나.
그래 "네가 수업에 늦게 참여해서 그런가 보다."했습니다.
두 번째 수업을 다녀와서 또 투덜거립니다.
자신이 써 간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 구어체로 - 다시 써오라고 했답니다.
그래 문어체와 구어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런 분류는 이미 낡은 것으로 별 의미가 없지만 시나리오에서는 필요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림책을 읽으면서 알려주었습니다.
겨우겨우 어렵게 과제물을 해갔습니다.
하지만 다향이 스스로도 대견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투덜거립니다.
선생님이 그 이야기에 맞는 그림들을 열 편 이상 그려오라고 했답니다.
다른 아이들한테는 아무런 과제물도 주지 않고, 자신에게만 연거푸 내주는
과제물이 불만인 듯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림의 장면장면에 어울릴 만한 음악을 피아노반주로 녹음까지
해오랬다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피아노 치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다향이한테 재능을 발견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자아이가 한명 뿐이니
믿고 맡기는 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만두겠다는 말은 하지 않기에 덕담을 해줍니다.
"야, 선생님이 네 재능을 알아봤나 보다. 그러니 영광으로 알고 열심히 해봐.
넌 지금 각본을 쓰고, 미술과 음악감독까지 몽땅 다 하는 거잖아.
그런 소중한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해서 네 작품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감독이 되면 아빠도 한번 출연시켜 줘.
구멍가게 주인으로 나와서 [이 아이스크림 얼마에요?] 하고 주인공이 물으면
[700원이요]대답하는 역할이라도 괜찮아."
"그게 뭐야?"
"그런 단역이라도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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