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우리 가는 날'

글쓴이 신나

등록일 2013-07-11 22:44

조회수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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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는 날


                        민영진


여보, 당신은 이 세상에서

주어진 목숨 다 살고 가는 날

내가 보는 앞에서

내 품에 안기어서

이 세상 떠나고 싶어 하지만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나는 당신이 따라주는

포도주 한 잔 마시고

당신이 차려주는 밥 평소처럼 먹고

곁에 있는 이들과 작별인사 나누고

불러주는 찬송 듣다가

기운 쏘옥 빠진 쇠약해진 몸

주님께 안기고 싶은데



당신이 나보다 먼저 간다면

나는 당신에게 해줄 것이 없네

당신은 포도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내가 차리는 밥상 근사하지도 못할 거고

당신 돈 좋아하지만

그땐 그것도 소용없잖아

그냥 당신 옆에 있기만 하면 되나

당신을 안고 "여보 사랑해"

이 말만 되풀이하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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