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지붕 위의 살림

글쓴이 ㅁ궁화

등록일 2012-08-27 09:08

조회수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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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 위의 살림

 

 

          검은 지붕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필 때


 

          붉은 고무대야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찌든 이불을 치댈 때


 

           흰 구름이 지붕을 덮고 나무를 덮고 마을을 덮고 지나갈 때


 

           까칠까칠한 수염의 가장이 숫돌에 칼끝을 문지를 때


 

          지붕으로 뛰어올라온 닭이 벌어진 꽃의 이름을 캐물을 때


 

           기둥에 매달아놓은 옥수수 종자가 아장아장 아이에게 말을 걸 때


 

           둥근 집의 살림은 댓돌 위의 신발처럼 늘어났다


                                                                     ―이기인(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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