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 고은

글쓴이 ㅁ궁화

등록일 2012-03-20 16:20

조회수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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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고은 

희망의 문학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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