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 /곽재구

글쓴이 ㅁ궁화

등록일 2012-02-26 14:35

조회수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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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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