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정지용

글쓴이 ㅁ궁화

등록일 2012-01-19 11:30

조회수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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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鄕愁)/정지용

희망의 문학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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