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 /곽재구

글쓴이 ㅁ궁화

등록일 2012-01-05 21:50

조회수 722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희망의 문학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해당게시글은 관리자에 의해 이동되었습니다. (2012-01-11 16:37:01)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2,914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328977   내 마음의 발전기, 그대 happy2012-01-12571
328976   마음을 헹구세요 happy2012-01-12541
328975   희망이란 두 글자 happy2012-01-12614
328974   엄마 생각 / 기형도 1 ㅁ궁화2012-01-121394
328973   눈 길 / 고은 1 ㅁ궁화2012-01-12454
328972   [리빙포인트] 안경에 끼는 성에는 1 ㅁ궁화2012-01-12431
328971   아침차 고도원의 아침편지 ㅁ궁화2012-01-12397
328970   얼굴은 인생에 성적표 shutu2012-01-12544
328969   이철수 나무잎 편지 shutu2012-01-12652
328968   내마을 을 주고 싶은 친구 1 shutu2012-01-12658
328967   사평역에서 /곽재구 ㅁ궁화2012-01-05723
328966   "이철수의 나뭇잎편지"입니다. shutu2012-01-06702
328965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다 ㅁ궁화2012-01-11690
328964   집착 없이 떠난다. ㅁ궁화2012-01-11689
328963   살아 있는 날은 / 이해인 ㅁ궁화2012-01-11553
328962   접동새 / 김소월 ㅁ궁화2012-01-111107
328961   <서평>김수환추기경의 여섯가지 선물 ppal2012-01-11731
328960   그대....../이외수 ㅁ궁화2012-01-11623
328959   아침차...고도원의 아침편지 ㅁ궁화2012-01-06687
328958   네 가지 유형의 인간 1 ㅁ궁화2012-01-06611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