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경비 아저씨는 은행나무를 흔드는 거예요? 아침에 학교 갈 때도 보았는데 또 흔들어요. 은행나무 몸살 나겠어요.”
“넌 아직 그것도 모르냐? 은행잎을 한꺼번에 떨어뜨리려는 거 아니야.”
“왜 일부러 은행잎을 떨어뜨려? 어련히 떨어질까 봐.”
“바보야. 길에 떨어진 은행잎을 경비 아저씨가 쓸어야 하잖아. 한 장씩 떨 어지는 은행잎을 쓰는 것 보다 한꺼번에 많이 떨어지면 쓸기에 편하니까 그러는 거야.”
“아유, 그런 게 어디 있어? 떨어진 은행잎을 쓸기에 편하려고 은행나무를 흔들어? 은행잎을 떨어뜨리려면 아예 은행나무를 심지 말아야지.”
“야. 그렇다고 어떻게 나무를 심지 않니? 길에 은행잎이 많이 쌓이면 경비 아저씨들이 쓸어야 하는데 나이 드신 경비 아저씨가 하루에 몇 번씩 은행 잎 때문에 비질을 하는 것 보다는 한꺼번에 하는 게 훨씬 낫지. 은행잎이 야 어차피 떨어질 잎이었는데 뭘.......“
“그래도 나는 그냥 두는 게 더 좋은 것 같은데. 안 그래요? 엄마?”
아이들과 함께 외출을 하려 밖으로 나온 나는 아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밤새 내린 비로 떨어진 은행잎들이 길 위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마치 노란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얘. 엄마는 너무 좋다. 언제 이렇게 은행잎들이 예쁘게 물이 들었다니? 요즘 환경이 오염되었다고 해서 공기가 탁하니 어쩌니 해도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이 드는 구나. 정말 오랜만이다. 이렇게 은행나무 잎을 밟으며 걸어 보는 것도. 엄마가 너희만 했을 때는 이맘때가 되면 낙엽 태우는 냄 새를 맡곤 했었는데.......“
나는 푹신푹신 하게 밟히는 은행잎 위를 걸으며 읽어버렸던 소중한 것을 다시 찾은 것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낙엽을 왜 태워요?”
“응, 예전에는 거리에 떨어진 낙엽을 한군데 모아서 태우곤 했었어. 그런 데 낙엽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가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해서 요즘은 모아 서 태우는 대신 묻는 거란다.”
“엄마, 낙엽 태우는 냄새가 좋았어요?”
“좋다기 보다는 이제 맡을 수 없으니까 아쉽다는 거지. 낙엽 태우는 냄새 는, 음....... 나뭇가지 태우는 냄새랑 비슷하단다. 그래도 길을 가다가 어 디선가 낙엽 태우는 냄새가 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어. 엄마가 어렸을 때는 세탁기도 없고 냉장고도 없었단다. 그래서 빨래도 일일이 손 으로 빨아야 했고 반찬도 오래 보관할 수 없어서 그 때마다 조금씩 만들 어서 먹어야 했단다. 또 집집마다 수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온수는 커 녕 몇 집이 같이 쓰는 공동 수도를 써야 했었어. 그 때는 그런 생활이 불 편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무엇이든 아껴 쓰고 귀하게 여길 줄 알아서 좋았던 것 같구나. 그만큼 환경이 보호 되어서 좋고. 지금은 우리 생활이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환경이 얼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니? 산성비 때문 에 비를 맞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오존층에 구멍이 점점 커 져서 여름에 외출을 하려면 차단제를 발라야 하니 말이야. 엄마는 비가 오는 날에도 비 를 맞으며 물장난을 하기고 하고 한 여름 내내 밖에서 뛰어 놀아서 온몸 이 새카매지곤 했었는데.......“
아이들은 마치 신기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아리들에게 내 어리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가 누렸던 것들을 지금의 아이들은 누리지 못한다는 게 무척 아쉬웠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이 마치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예전에 내가 자랐던 때에 비하면 무척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최첨단을 자랑하는 가전제품에서부터 학교는 물론 집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해 온갖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모르는 영어 단어를 찾을 때도 두툼한 사전을 뒤적이는 대신 전자 사전을 사용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한가한 여유로움 보다는 빠르고 바쁜 생활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서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며 마음 한 쪽에 채워두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은행잎 한 장, 파란 가을하늘, 뜨거운 여름 햇빛.......
지난 세월을 자라온 나는 물론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다음에 자랄 아이들에게 그런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에도 비를 맞으며 물장난을 하고 뜨거운 여름 햇빛 속에서도 마냥 뛰어 놀며 떨어진 은행잎들 사이에서 예쁜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꽂을 수 있는 세상을.
“얘들아. 어차피 떨어질 은행잎이라면 스스로 떨어질 때까지 그냥 두고, 길가에 은행잎이 떨어져 있어도 그냥 두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냥 은행 잎이 알아서 하게 말이야. 자, 오늘은 엄마하고 제일 예쁜 은행잎을 고르 도록 하자. 그래서 책갈피에 꽂아두는 거야.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나는 예전에 내가 했던 것처럼 아이들과 함께 길 위에 쪼그리고 앉아 예쁜 은행잎을 고르기 시작했다.
예쁜 은행잎처럼 우리 아이들 마음 한 쪽이 예쁘게 채워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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