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을 읽고나서

글쓴이 정헌숙

등록일 2006-07-19 11:41

조회수 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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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이 없던 시절에는 볼일이 보고 싶으면 어디 음습한 곳을 찾아 볼일을 봐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 대도시에서 그랬다가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것은 물론이고 오물배설죄로 아마도 경찰서에 불려갈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할수 있는 배설욕망의 자유 하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얼마전까지만 해도 담배를 아무곳에서나 피워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디를 가나 금연이란는 붉은 글자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금연이라 적혀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그저 몰상식한 사람으로 매도되어 그곳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할수 있는 흡연욕망의 자유 하나를 또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길을 가다 우연히 성적 욕망을 일으키는 사람을 만났다고 할때 우리는 그 욕망을 마음대로 배출할수 있을까. 아마 그랬다가는 성 폭행죄로 몰려 경찰서로 끌려가기가 십상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하는 성적 욕망의 자유 또 하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렇게 해서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리의 무한한 자유를 잃어버리고 만것일까...그 잃어버린 자유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삶의 폭을 얼마나 좁혀왔던 것일까... 그리고 과연 우리는 그 잃어버린 자유를 복원할수나 있을까...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몽고반점은 우리의 이러한 잃어버린 자유의 복원에 대한 갈망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것 같다. 이 작품은 그저 표면상으로 읽다보면 적나라한 성묘사로 인해 좀 포르노적이고 변태적인 느낌을 받을수 있지만 이 작품의 제목인 몽고반점의 이미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면 의외의 수작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의외의 수작이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몽고반점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몽고반점은 어릴때 엉덩이에 시퍼렇게 나타났다가 조금만 자라면 없어지는 일종의 흔적 같은 것이다. 그런점에서 몽고반점의 이미지는 태고적, 혹은 근원적, 혹은 원초적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무한한 자유, 혹은 꺼리낌없는 욕망의 배출등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이 소설의 기본 골격은 처제와 형부와의 관계맺기인데 이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세계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종의 금기 사항이다. 아마 그랬다가는 온 집안이 난리가 난듯이 발칵 뒤집힐 것이 뻔하다.

그런데 우리의 사유를 조금만 태고적으로 되돌아 가면 처제와 형부와의 결합이 그렇게 금기 사항만은 아니었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같이 사는 풍습도 있었고, 언니와 동생이 한 남자의 부인이 될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그때로 되돌아가면 처제와 형부의 결합은 그렇게 배은망덕한 일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정당성도 확보될수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시대에는 처제와 형부와의 결합은 절대적으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종의 금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금기는 곧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우리의 욕망대로 할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이고 무한한 자유를 억압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스스로 만든 금기에 의해 우리의 자유를 우리 스스로 박탈해버렸다고나 할까...

아마 여기서 작가 한강씨는 이러한 금기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자유를 다시 한번 복원시켜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른다. 그 욕망에 의해 작가는 글쓰기를 시도한것이고 그 글쓰기를 위해 오늘날 우리에게 금기사항으로 되어있는 처제와 형부와의 관계맺기라는 테마를 도입해 보았던 것이다. 이것은 곧 작가 한강씨가 인간이 지닌 무한한 자유, 혹은 꺼리낌없는 욕망의 배출을 글쓰기를 통해 한번 복원시켜본 것이리라. 아마도 몽고반점의 소설은 이렇세 해서 탄생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을 단지 표면적으로 보고 포르노적이거나 외설적이란 평가를 해서는 안될것 같다. 이 소설에 대한 작가의 근원적인 의도는 억압되고 구속받아왔던 인간의 자유, 혹은 무한한 욕망의 꺼리낌없는 배출의 복원이라 생각된다. 그런점에서 30대초반의 젊음여성 작가치고는 의외로 의식수준이 높은 작가가 아니가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미즈의 팬들에게 한번 권하고 싶다. 읽으면서 이 작가의 보다 근원적인 의도를 파악해면서 말이다.

이 소설을 읽고나서 나는 또다시 우리 세계의 아이러니를 실감하게 된다. 누가 만들어라고 말한것도 아닌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금기의 덫을 얼마나 만들어 놓았던가. 각종 법률,규칙, 규약, 관습, 풍습 등등..그러면서도 우리는 시간만 나면 입으로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달라고 부르짖고 있는것이 아닌가...금기의 덫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삶은 무한히 좁아지고 편협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보면 우리가 이렇게 금기의 덫을 만들지 않는다면 정말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갈수나 있을까... 하다못해 한밤중에 아파트 위층에서 아이만 울어도 경비실로 전회를 거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상인데 말이다....

추가로 나는 문득 이런 상상도 해본다 만약 이 소설을 한편의 영화로 만든다면 언제가 외국에서 만든 정사란 영화보다 한층 더 심미적이고 고차원적인 섹슈얼리즘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어쨌던 시간이 나면 미즈 팬 여러분들 이 책을 꼭 한번은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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