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두스의 회복.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1-03-11 20:34

조회수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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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두스가 많이 아팠습니다. 둥구나무로 이사 와서 가장 좋아한 것이 강아지 나무와 고양이 핀두스인데 탈이 났습니다. 구백 평의 적지 않은 잔디밭을 뽐내듯이 걸어 다니다가 혹은 뛰던 녀석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지요. 사료를 먹지 않다가 제가 좋아하는 생선머리도 외면하다가 탈진상태에 빠졌습니다. 뛰기는커녕 나무가 덤비고 올라타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핀두스를 본 다향이가 나무를 구박하며 미워했습니다. 그리고 축 처져 꼼짝도 못하는 핀두스를 끌어안고 눈물을 짓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예전에 과천에 살 때 키우던 병아리가 죽었고, 제주에서 키우던 햄스터도 두어 달 밖에 살지 못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저러다 또 일을 치르면…’ 다향이가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염려가 되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서귀포에 있는 ㅅ동물병원에 가서 주사를 두 대 맞히고 돌아왔습니다. 약기운 때문인지 반짝합니다. 다향이가 주사기와 분유를 사러가자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다향이가 설탕물을 주사기에 담아 핀두스에게 먹입니다. 제가 탈났을 때 내가 하던 것처럼 걱정을 하면서 핀두스에게 먹입니다. 그리고 분유도 묽게 타서 먹여주고 핀두스의 배를 슬슬 문질러 줍니다.

 

그런 정성 탓일까요? 제 고개조차 가누지 못했던 핀두스가 비틀거리면서 몇 발자국씩 걷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비린내가 강한 고양이간식을 줘도 좋아하는 멸치를 줘도 쉽게 먹지를 못합니다. 다향이랑 의논 끝에 서귀포시의 ㅈ동물병원에도 가보기로 합니다. 컴퓨터화면을 보여주면서 장에 가스가 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장이 꼬인 것 같으니까 수술을 시키라고 합니다. 그래 비용을 물었더니 30만 원이라고 합니다.

 

그때 동물병원의사들의 상당수가 사기꾼이라는 OO씨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가지고도 수술을 받게 해서 수익을 챙긴다고 했지요. 그래 그냥 나오려고 하는데 치료비 2만 원을 달라고 합니다. 컴퓨터 화면 한번 보여주고 2만 원이라니. 다향이랑 의논 끝에 다시 ㅅ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또 1만 2천 원을 주고 주사를 두 대 맞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놈이 사기꾼인지 두고 보자.”고 했지요.

 

집으로 돌아온 다향이가 주사기로 물을 먹이고, 분유도 그렇게 하니 외면합니다. 그래 고양이간식을 주니까 조금 먹습니다. 그렇게 두어 번을 먹더니 핀두스가 또 외면합니다. 혹시나 싶어서 삶은 멸치를 주니 맛나게 먹습니다. 사료를 주니 사료도 먹습니다. 그리고 걸음걸이도 한결 나아졌습니다. 아직 건강하던 때의 모습은 아니지만 곧 나무랑 같이 뒹굴면서 뛰놀 것 같습니다.

 

다향이도 나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핀두스는 작년 9월 초에 오일장에서 사왔습니다. 그런데 밤새도록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울더니만 다음날 아침에는 눈도 뜨지 못할 만큼 눈곱이 붙어있었지요. 그때도 ‘이러다가 이놈 탈나겠다.’싶어서 동물병원엘 다녀왔지요.

다향이는 물론 나나 정희씨한테도 착착 달라붙던 녀석이 자라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같이 모래에서 오물을 건져주고, 햇볕에 말리고, 때때로 모래를 갈아줘도 냄새를 견디기 힘들었지요. 거기다가 툭하면 식탁위로 피아노 위에 올라가서 물건들을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핀두스를 베란다에 내놨습니다. 제 집과 사료통, 물통까지 몽땅 내놨지요.

 

처음엔 집 안에 들어오고 싶어서 야옹거리더니 곧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핀두스. 베란다 틈새로 빠져나가서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탐색을 하고 제 영역을 표시하고, 나무에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도 밥 때가 되면 베란다에서 야옹거리고 밤이 되면 제 집에서 잠을 잤지요.

 

올 2월에 45일 된 강아지 나무를 입양했습니다. 처음 나무를 데려올 땐 ‘핀두스가 나무를 구박하고 못살게 굴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는데 집 안에 수시로 드나들던 핀두스가 아예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그러다가 슬그머니 들어와서는 소파 위에만 앉아 있었지요. 그러다가 나무가 소파 위로 기어오르려고 하니까 신경이 무척이나 예민해졌습니다.

 

나무가 똥오줌을 가리지 못합니다. 훈련을 시키면 나아진다고 해서 시도를 하는데 강아지도 나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곧 둥구나무로 이사 가면 아무 일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나무역시 베란다로 내보냈습니다. 애완용 개가 아닌 삽살개이고, 그 전까지도 늘 밖에서 생활한 녀석이라 문제가 없겠지 싶었습니다. 나무는 괜찮은데 핀두스가 자꾸 나무에게 밀리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다향이가 나무를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향이를 낳고 다향이를 질투하던 정희씨의 한 단면을 다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들이 출산 후에 아이한테만 집중되는 아내를 시기한다는 것처럼 저역시도 그런 걸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향이가 핀두스랑 자기를 동일시하며 나무를 미워하는 것입니다. “다향아 네가 10년 동안이나 사달라고 조른 강아지잖아. 그리고 핀두스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는 게 아니라 아직 어려서 신경을 더 쓰는 거야.”라고 얘기해 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 다향이가 핀두스의 회복과 더불어 많이 너그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또 공을 던져주면 물어오는 나무가 기특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세 녀석 사이에 평화가 오려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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