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이 되면 아주 귀찮은 일이 발생합니다.
'남성 전업주부'의 수가 얼마나 된다는 통계청발표가 나기가 무섭게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국과 신문, 잡지사에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묻는 것도 의뢰하는 것도 거의 다 비슷비슷합니다.
"VJ특공대인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 남성 전업주부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생방송 오늘인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 남성 전업주부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한동안은 남성도 주부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 중의 하나 걸
알리고 주장하기 위해서 거의 모든 매체와 접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름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갓난아기였던 다향이도 13살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남성들이 주부로서 활동한다는데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지?'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일보, 메트로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또 SBS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인 <SBS전망대>와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할 때마다 허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라디오프로그램과 전화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작가가 전화를 해서 주민번호와
계좌번호를 물어봅니다. 그리고 2-3만 원을 넣어주는데 이번엔 그것도 없습니다.
주말 새벽 6시부터 잠을 깨워놓고도 그렇습니다.
두 신문사도 전화인터뷰를 하고 ,신문을 보내주겠다는 말 조차도 없습니다.
텔레비전프로그램들은 출연료가 없다고 하다가 거절하니 10만 원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은 제작비를 받아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출연자의 수고는 날로 먹으려고 합니다.
그래 두 프로그램 모두 촬영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10여 년 전에야 남성전업주부가 손꼽을 만한 숫자였다고 해도 지금은 통계청발표를
근거로 15만 명을 넘어섰다는데 '왜 아직까지 내게 전화가 오지?' 의아스럽습니다.
'그 많다는 남자주부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하면 아득해지기도 합니다.
실제 살림을 한다고 해도 쉬쉬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가지고 살림하는 게 아니라 어쩔수 없이 한다는
것이고, 현재의 좋지 못한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입니다.
어느 공간에서나 소수자는 고립되기가 쉽습니다.
그런 면에서 살림을 한다면, 특히 어린아이까지 돌보는 상황이라면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아이가 또래집단을 가질 수가 있고, 남자주부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여자주부들과 아파트나 공원벤치에 앉아서 자판기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자주부들이 남편들 흉보는 것이 내가 아내에게 갖는
불만과 너무나 똑같다는 걸 깨달으면서 동지의식을 갖게 되지요.
그 정도는 돼야 진정한 主夫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예전에 알던 남자주부 한 분이 생각납니다.
남자주부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뿐더러 나 이외에도 실제로 수행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내게 들어왔던 텔레비전프로그램에 그분들을 추천했었습니다.
그분이 어렵게 용기를 내서 텔레비전방송을 탔는데 그 뒤로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은 물론 친구들까지 집안 망신시켰다, 남자 망신
다 시킨다면서 난리가 났다고 움츠러들었다가 아예 꽁꽁 숨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분 아이도 초등학생이 되었을 텐데...






> 


최신
이전



















섭맘
방송에서 한가지 이슈가 되면, 재탕하는 거 많이 봤어요.
인간극장같은데 나와서 흥미끌면, 각종 오락프로에 섭외돼서 같은 인물들이 방송사마다 섭렵하데요?!
새로운 걸 매번 찾는게 쉽진 않겠지만, 방송의 한계라서 그러나?
어쨌든 국민의 보고,듣는 권리를 앞세워 개인이 희생양이 되는 건 쫌 ....씁쓸하네요.
같은 공감대를 가지신 분들과 함께 당당해지세요! 홧팅!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고맙습니다.
예전에 남자주부들의 모임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 자신이 전업주부라고
할 수도 없으니 모임을 주선하기도 그렇고...
대신 남자주부들이 카페나 메일을 통해서 고민을 이야기하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당당하게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송송이
정말 상대방좀 생각하며 올렸음 좋겠네요
흥미위주로 올려 대중성만 올리려 급급해
상대방 죽이는 일인지 모르고......
답글
주몽이
매체라는 것이 무섭네요.
언제나 이슈화를 위해서 상황을 이용만 하는..
저도 영화전공을 하다가 회의를 느꼈던게 제작자들이 출연하는 사람 중에 비중이 적거나, 앞으로 계속 함께 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1회용취급을 하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었죠..
물론 그 중에서도 출연자 한분 한분에게 감사해하고 촬영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먼저 앞에 말한 제작자 들과 작업을 하고나면..
심한 회의를 느꼈었어요..ㅠ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것을 선택할 때는 그만큼 힘들테죠..
그래도 선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면 좋으려만..
대한민국에서 가정을 돌본다고 하는 남자가
밥남님처럼 진정한 남자주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도대체 왜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프로그램에서도 인간미가 느껴질 텐데
일반출연자들에게도 연기처럼 연기를 시키고 수고료는 주지 않으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