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외박
“아범이 출근을 했니?”
“모르겠어요.”
“…… 어제 안 들어왔어?”
“예.”
아침이면 매일 문안을 하던 아들이 오늘 아침엔 거른 것이다. 낼 모레가 사십이니 뭐, 안 해도 그만이지만……. 별스럽다 생각하고 물었더니 외박이라?! 이런 이런. 변고로고.
한참을 말없이 섰으나 딱히 할 말이 없다. 어제 회식이라 하긴 했었지.
“전화 해 봤니?”
“오늘은…….”
오늘은 전화를 해보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이유가 어떻든 아들의 잘못이다. 며느님의 눈치를 보니 속이 많이 상한 것 같다. 기다리다가 잠을 설친 모양 같기도 하다.
“별 일은 아닐 겨. 술이 너무 과해서 오지 못하고, 동료들이랑 찜질방에라도 갔을 게다.”
여관에 들었을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아는 건 찜질방뿐이니 그 말솜씨도 그 수준이지.
“예.”
얼굴엔 미소가 스치지만 그 미소도 의심스럽고, 또 ‘예’라는 대답의 의미도 후딱 입력이 되질 않는다. 시어미 말이 맞다 하는 건지, 그렇게 생각을 하겠다는 건지. 오늘 아침엔 여~ㅇ 며느님의 심기가 잡히질 않는다.
“오늘은 싫은 소릴 좀 해라. 버릇 되겠다. 벌써 두 번째네.”
며느님의 심기를 다독거릴 양이었고, 비위를 좀 맞춰주자는 심산이다. 그러나 금방 공연한 소릴 했는가 싶어서 후회가 된다. 싸움을 붙인 거 아닌가 싶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 뭘. 호호호.”
오늘 아침 우리 며느님 참 아리송하네. 저 ‘호호호’ 웃음소리는 또 무슨 의미일꼬. 하지만 눈치는 여전히 살피게 된다.
“밉겠지만 전화나 좀 해봐라. 추운 날씨에……. 출근이나 했나.”
“……예.”
짧은 이 대답의 의미는 알겠다. 내키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좋게만 말하는 거 아니야. 닦달을 할 땐 야무지게 할 줄 알아야지.”
허허허. 이건 또 뭔 소리야. 못 된 시어미가 아들의 허물을 며느님에게 전가(轉嫁)하잖았는가. 웃긴다. 며느님아. 이럴 땐 시어미도 야무지게 닦달을 해도 좋아.
다음 날 저녁.
영감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 일찌감치 저녁상을 물렸는데 아들 내외가 식사 중인 식탁에 마주앉아 술잔을 채운다. 허허. 일 났네. 난, 술 마시며 ‘한소리’하라는 건 아니었는데. 맨 정신에 점잖게 타이르라는 주문이었는데. 이건 아닌데. 이건 정말 아니라는 말씀이야. 잘못하다가는 부자간에 의가 나겠는 걸. 잔뜩 긴장을 하고 영감 곁에 엉거주춤 앉는다.
“뭐하는 짓이야. 이젠 너 혼자가 아니잖냐. 식구도 늘었고 너는 이제 우리 집의 기둥이란 말이다. 그래서 쓰겠니. 외박이라니. 집에 올 정신도 없이 마셔?”
“…….”
옳거니. 영감도 아직 취 중이 아니니 말에 폼이 나고, 고개 숙이고 살려줍쇼 식의 아들도 맘에 든다. 영감은 결혼생활 40년에 딱 한 번의 외박을 했으니 그리 말할 자격이 있음이야. 제발 일 절로 끝내라는 무언의 눈짓을 보내지만, 영감은 내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잘못했습니다. 다시 안 그럴 게요.”
암. 암. 그래야지. 역시 내 아들이야.
그날 저녁 영감이 묻는다.
“어때. 며느리가 좀 풀어진 것 같아?”
오이~ㅇ? 영감은 그런 취지였어?
으하하. 푸하하. 영감도 제법이네.
역시 영감은 고부간(姑夫間)의 교통정리도 만점이었는데, 며느리 달래기도 수준급이네?
허지만 영감. 어제 저녁엔 내 심사가 복잡했다우.
일부러 들으려는 것은 아니었지만(이건 하나님께 맹세코 진실이다), 건너 방의 고성을 들었다. 다른 사람에겐 아니었지만, 적어도 조용한 내 며느리의 성품으로 봐서 고성이었다. 전화 통화 중인 것 같았다.
“잘못했지? 확실히 잘못한 거지?”
그럼. 내 아들이 제 댁에게 잘 못했다고 빈 겨? 그런 겨?! 싹싹 빈 겨?
아들이 잘못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며느님에게 잘못했다고 빌었다면 내 심사가 고요할 수가 없다는 말씀이야. 뒤틀린 심사를 다스리느라고 베란다에 섰는데, 막내딸아이가 퇴근을 해 들어온다. 어미의 볼품없는 표정에 왜?냐고 묻는다. 이러고 저래서 저렇고 이랬다 했더니 막내가 당당히 내뱉는다.
“오빠가 잘못했네, 뭐.”
“…….”
동의를 청하던 이 못된 어미는 뾰족한 입을 더 삐쭉 내밀어 보이고 돌아선다. 옳기는 옳지만서두…….
“엄마.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지요. 내 경우라도 난 사과 안 하면 용서 안 하지요.”
“일 절만 혀~.”
영감~. 내 맘 영감은 아실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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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엽
아직은 20대 초반이고, 군대 갔다 휴가 나온 친구들도 많아서
또 특히 서울 쪽에서 만나면 멀어서 밤에 집에 오기가 힘들테니
봐 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하여간 외박은 참 싫습니다...
답글
만석
소엽님아.
그게 버릇이 될 수 있다네.
장가 들어서도 그러면 싸움이 되지.
결혼하기 전에 바로 잡게나.
지금이야 괜찮지^^
송송이
늦게라도 집에 오는게 맞는데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준다면...
ㅁ궁화님 말씀대로 부모님 맘 다 알고 있을꺼에요
하지만 섭섭함은 있을꺼에요
답글
만석
어미는 걱정도 안하고 쿨쿨 잤는데
며느리는 아마 늦도록 자지 못했었나 봐요.
이제는 며느리의 남편임이 맞습니다요.
댓글 감사합니다^^
송화
외박하는 남편 밉겠지만 어른들과 사는 며느님 조심스러워 야단도 못치고 싸움도 못하지만
어른들께 야단 맞는 남편이 한편 안스럽기도 하겠지요. 때로는 모른채 해주시는것도
좋을듯 싶으네요. 스스로 해결해 나갈수 있도록...
답글
만석
송화님아.
모르는 척은 안 되고. 같이 사니까.
며느리 편에 서야 옳다고 생각하지요.
며느리가 착해요.
댓글 감사감사!!
구름이
시어른과 같이 사는 며느님...
시아버지 사랑에~~~시어머니 사랑에~~~
잠깐 속상햇어도...야단 맞는 남편 안쓰러웠을꺼예요
내 아들은 당당한 모습을....
사위는 착한 모습을...........
누구든 같은 마음들일꺼예요 ㅎㅎㅎ~~
답글
만석
구름이님.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는 분 같아서 고마운 마음을 갖습니다.
머리로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그래도 아들내외가 화해하고 곧 생글거려서 좋았어요.
아가 때문에 상한 마음으로 있을 수가 없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ㅁ궁화
ㅋㅋㅋ~~
아드님도 피치 못해서...
늦게라도 택시 타고 왓어야 하는데...
옛부터...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잇듯이...
며느님 속상해 하는것도 알면서도....그리 되지요
며느님 시부모님들 마음 씀씀이 다 알고 있을테니...걱정 마셔요
답글
만석
무궁화님.
그러게 내가 못 된 시어미지요.
그래도 곧 딸년 말대로 난 여자 편이 되었지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