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9일에 서울갔다가 30일에 돌아오기로 한 정희씨에게
탈이 생겼습니다. 제주도의 폭설과 강풍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한 것입니다.
31일 아침 7시 비행기 편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지만 계속되는 결항으로 비행기가에 언제 탑승할지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연말연시에 폭설이 내린 게 벌써 4년째입니다. 대한민국 최남단인
제주도하고도 서귀포시에 눈이 수북히 쌓여서 교통이 마비되었습니다.
체인을 감고는 엉금엉금 다닐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목숨을 내걸고 다닐만큼
바쁜 일이 없으니 연말연시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정희씨가 내려오기로 한 날 오후부터 다향이한테 열이 납니다.
밤새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을 닦아주었습니다. 펄펄 열이 나면서도
"아이 차거워. 아이 차거워."하는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습니다.
물수건으로 열심히 닦아주었기 때문인지 밤새 열은 내렸는데 기침을 합니다.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 차 끓여 줘."
그래 "어떤 차를 줄까?"하고 물으니 '정희사랑'차를 달라고 합니다.
지난 번, 정희씨가 감기에 걸렸을 때 모과효소랑 유자차를 함께 끓여주면서
"정희씨 이 차 이름은 '정희사랑'이야."한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다향이 말을 듣고 얼른 말합니다.
"다향아, 그건 엄마가 먹을 때 하는 말이고, 네가 먹을 때는 '다향사랑'이지."
그랬더니 아니랍니다.
아빠가 처음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으니 정희사랑차가 맞답니다.
'에구 별 걸 다 시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를 맞아 차를 실컷 마셨습니다.
창밖으로 펑펑 쏟아지는 흰눈을 보면서 오랫만에 셋이서 차를 마셨습니다.
보이차를 마시고, 녹차를 마시고, 황차를 마시고, 오룡차를 마시고...
셋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면서 차를 마시는데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앉아있는 것같은 착각이 듭니다.
'매일같이 이렇게 푹 자고 일어나서 느긋하게 밥을 먹고,
셋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폭설로 고립된 아침이었지만 여느 해보다도 뜻깊은 새해를 맞은 것 같습니다.
(활활 달아오른 장작난로가 있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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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셋맘
정말 밥상 차리는 남자 같은 자상함을 함께 가진 분들 드물꺼에요
따님 다향이는 참 행복할거 같아요
자상한 아빠와 함께 하시니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남편으로, 아빠로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할 뿐인데요.
쑥쓰럽습니다.
떵거리맘
ㅎㅎ 딸래미들은.. 질투의 화신들이지요~
밥상 차리는 남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하는 일들 이루어가는 한해가 되시길 빌어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고맙습니다.
또미님과 떵거리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또미
완전 아름다운 새해 아침 풍경이네요...와~~~눈 내린 새해 아침이라니...
전국에 눈이 와도, 제가 사는 곳에는 눈이 안 옵니다.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도 제가 사는 곳은(물론 제 기준에선 춥지만요) 그렇게 심하게 얼지도 않아요. 좋은? 곳 맞아요. ^^;;
근데 좀 섭한 면이 있기도...
차를 정말 즐기시나 봅니다. 커피도 즐기시고..
볼 때마다...감탄합니다. 정말 아름답게, 사는 것처럼 사시는구나...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물론 차를 마시기 전에 전 만델링을 한잔 마셨고,
2일 아침에는 예멘의 마타리, 콜롬비아의 수프리모,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 케냐 AA를 볶아서 정희씨랑 시음을 했습니다.
그런데 커피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타리는 처음인데
바로 볶아서 맛을 봐서인지 밍밍하기만 했습니다.
내일쯤이면 맛이 나려나???
그런데 또미님, 제주보다 더 따뜻한 곳이 있나요?
또미
아..전 경남 사는데요..부산 코 옆에요..(양산)
여긴 눈이 안 와요. ㅎ 제주보다 따뜻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커피 말이지요. 제가 자꾸 사다먹다보니 이게 만만치 않아서..
에스프레소머신을 하나 살까 싶은데요..(모카포트도 좋겠지만..제가 게을러서..)
저렴한것도 많더라고요..캡슐커피..괜찮을까요? ㅎ 이젠 인스턴트는 맛이 읍써요..ㅎㅎ;;;
밥상차리는 남자
커피맛을 알게 되면 인스턴트는 생각나지가 않지요.
양산이 그렇게 따뜻한 곳인지 몰랐습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처외삼촌이 그곳에서 물류사업을 한다기에
도시이름만 알고 있었지요.
언제고 한번 갈 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