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부업이야기

글쓴이 1311

등록일 2010-02-11 12:13

조회수 4,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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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강과 마늘 다듬는 부업을 합니다.
50킬로짜리 자루를 다섯 자루씩 다듬는 날도 있지요.
물론 저 혼자서는 하기 힘들어
아래층 윗층 이웃들과 모여 수다도 떨고 까르르 웃어가며
일을 해야 지루하지도 않고 일의 능률도 오른답니다.
손으로는 열심히 생강과 마늘을 다듬으면서
입으로는 대화도 나누고 웃기도 하고
부업을 시작하면서 온 몸의 세포들이 주인을 닮아
한층 부지런해졌단 느낌이 팍팍 들어요.
손이 어지간히 빠르지 않고서는 하루치 일을 해치우지 못하니
덩달아 손도 입도 빨라질 수밖에요..^.^

지지난 해 남편이 한 초등학교 식당에 취업이 되면서
저도 이 일을 시작했지요. 원래는 다른 곳에서 부업을 했던 건데
남편 말을 들어보니 돈도 될 것 같고
남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해주면 위생에도 신경 쓸 것 같고
부러 기름 닳리며 실어다 주고 수거해 오지 않아도 되니
식당 측에서도 좋아했다고 해요.
돈 싫은 사람이 세상에 있으려구요?
저도 처음엔 돈 욕심에 시작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어려운 점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우선 마늘과 생강의 특성상 매운 기가 강해
눈도 아프고 손도 아리고 집안에 펼쳐 놓고 일을 하니
온 집안에 매캐한 기운이 가득해 아직 어린 둘째는
눈물 콧물 다 흘리고 다녔지요.

그래도 일이 힘든 만큼 수입도 짭짤해서
면장갑에 비닐장갑까지 장갑 두 켤레로 중무장을 하고
네 살 밖에 안 된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일을 이어갔어요.
그간 헤프닝도 많았어요. 남편은 어쩌면 그리 까다로운지
자칫 실수로 마늘 꼭지를 안 따고 그냥 넣은 걸 하나라도 발견하는 날에는 꼭 팥쥐어멈처럼 잔소리를 해대고
집안일 때문에 일이 좀 늦어지면 다른 곳에 부업을 줘버리겠다고
어찌나 협박을 해대는지요...
그럴 때마다 집어 치우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래도 우리 식구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돈의 유혹을 포기할 수 없어 아직도 이 일을 해오고 있네요.^^

오늘도 남편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출근을 했어요.
그 시간에 나가야 새벽시장을 봐서 늦지 않게
그날 식단대로 음식을 해 급식을 할 수 있거든요.
시장을 본 뒤에 다시 또 오늘 다듬어야 할 마늘이랑 생강을
몇 자루 싣고 집으로 오겠지요.
전에는 아이들이 제게서 마늘냄새랑 생강냄새 많이 난다고
싫어하더니만 요새는 애들도 면역이 되었는지
아무 냄새가 나질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도 어쩌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 묘한 시선으로 코를 움켜쥐시는 분들도 계세요.
첨에는 적응이 안 되어 남사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저 역시 이젠 적응이 되어 속으로 피식 웃고 맙니다.
한국사람인데 마늘 안 먹고 사는 사람 있느냐 자위하면서 말에요.

힘들게 일해도, 탱자탱자 놀아도 가는 시간..
돈도 벌고 가정경제에 보탬도 되고
이웃들과 사는 이야기도 보따리보따리 풀어가며 수다도 떨 겸
스트레스도 날리고,,,,이 일이야 말로
일거 양득이 아닐런지요?
비록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여느 직장인이나 매한가지로
열심히 일하며 수고비를 받는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렵니다.
한달치 일한 수고비를 받는 날, 보쌈이나 탕수육 같은
맛난 음식을 돌아가며 쏘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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