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8-19 09:08

조회수 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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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커피를 볶았습니다.

손잡이가 달린 철망으로 된 채반에 커피를 볶는데 손에서

쥐가 나려고 합니다.

손잡이 또한 굵은 철사로 만들어져 있고, 그냥 쥐면 너무 뜨거워서  

행주나 오븐에 사용하는 두툼한 면장갑을 끼고서 커피를 볶는데

이게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서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합니다.


로스팅이 크게는 약볶음, 중볶음, 강볶음으로 나뉘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그 배이상의 볶음이 있고, 단 몇 초만에 승패가 나기에

손잡이가 미끄러진다고 해서 쉬었다가 할 수가 없습니다.

커피가 원하는 만큼 볶아졌다고 판단되는 순간 재빨리 멈추고,

쇠로 만들어진 쟁반에 쏟아서 선풍기바람으로 식힙니다.


갓볶은 커피가 가장 맛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커피의 종류에 따라서, 볶음도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은 볶은지 사흘이 지나서부터 열흘 사이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분쇄된 원두커피를 구입해먹더라도 100g정도의

단위로 조금씩 자주 구입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합니다.


볶은지 사나흘 지난 커피를 핸드밀로 갈고, 물의 온도를 맞춥니다.

물의 온도 또한 커피의 볶음도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강볶음의 경우엔 물의 온도를 낮춰서 드립을 하고, 약볶음의 경우엔

물의 온도를 뜨겁게 하며 중볶음은 그 중간물로 드립을 합니다.

볶음의 정도는 원두의 조직이 얼마나 단단한고, 무른지에 따라서 결정되며

쓴 맛이 좋은 커피인지, 신맛이 좋은 커피인지, 향이 좋은 커피인지에

따라서도 결정된다고 합니다.


자, 그럼 다 되었는가? 아직은 아닙니다.

신선하고 좋은 원두를 구입하고, 원두의 특성에 맞게 잘 볶았으며

물의 온도를 잘 맞춰도 드립의 솜씨에 따라서 맛이 또 달라집니다.

나선형, 스프링형, 오백원형, 점 드립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종이필터를 사용할 때와 융드립을 할 때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니

커피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한 것 같습니다.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새로운 세상과 마주한 건 틀림없는데

감당할 만한 일을 벌인 것인지? 아닌지는 더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준비하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커피 한잔, 한잔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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